어제 백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 토론회를 봤습니다.
특히 손학규 후보의 발언을 보면서 실망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문재인 변호사를 1순위로 생각하고 그 다음으로
손학규, 안철수, 정세균 순으로 지지해왔습니다.
(물론 지금도 문재인, 안철수, 정세균 이 세 사람 중 누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더라도
아무 망설임 없이 찍을 겁니다.
그리고 손학규씨가 후보가 될 경우에도 정서적으로는 마음내키지 않겠지만
이성적 판단에 따라 망설이지 않고 찍을 겁니다.)
손학규 후보 정도면 정치경험도 풍부하고 영민한 사람이라 YS 추종 경력이란 오점이 있긴
하지만 국정운영능력은 있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경선 돌입후 그의 발언을 보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는 건 정서적 거부감은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더라도
그의 그릇의 크기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몇년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모진 발언들을 후회하는 듯 했던 그의 모습은
전혀 진심이 아니었다는 얘기니까요.
이렇게 언행이 가볍고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정치인은 그의 정책을
믿을 수가 없는 법입니다.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건 능력뿐 아니라 신뢰성도 있습니다.
아무리 정책이 좋으면 뭐하겠습니까? 국회의원도 아니고 대통령은 아는 것만으로는 안됩니다.
알았으면 고통스런 조건에서도 그걸 실천에 옮길 의지와 소명의식이 있어야 하는 거지요.
그런데 손학규후보에게는 그게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본래 그점이 손후보의 가장 큰 약점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제 생각보다도 훨씬 더 약하더군요.
그런데 어제 그의 토론 모습은 이런 제 의구심에 결정타를 날려줬습니다.
토론 서두에 정세균 후보가 하우스푸어에 대한 대책을 물었습니다.
손후보의 답변은 주택대출부채 탕감을 포함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당근 정후보는 곧바로 그건 무주택자에 대한 지원도 어려운 상황에서
너무 비현실적이고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는 잘못된 정책 아니냐는 반격을 하더군요.
정후보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정부가 하우스푸어들의 주택을 사들여
그 사람들에게 임대해주자는 겁니다.
(이 정책은 잘만 운영하면 우리 주택소유체계를 유럽식의 임대주택 중심 체계로 바꾸는
획기적인 개혁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후보는 경제전문가입니다. 그리고 손후보도 나름 오랜 기간 정책 준비를 해온 사람이지요.
그런데 두 사람이 붙었을 때 제가 느낀 건 진짜 전문가는 정세균이고 손학규씨는 경제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아니면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손학규만한 사람이 경제에 대해 전혀 모를리가 없으니 결론은 그가 책임감 있는 정치인은 아니라는 겁니다.
대통령에게는 국정운영능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신뢰도가 어느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능력 같은 게 다 소용없게 됩니다.
손학규 후보나 김두관 후보는 지금 그 경계선 아래로 이탈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 두 사람에게 걱정이 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야권 단일화 협상과 관련된 겁니다.
이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민주통합당 후보가 됐을 경우 안철수 교수와 단일화가
가능할 것인가 생각해보면 역시 불안하기 그지 없습니다.
정권교체란 대의에 대한 충성도보다는 개인의 권력욕이 더 승할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김두관 후보에 관한 자세한 느낌은 쓸 겨를이 없어 생략합니다.
다만 그의 군축 주장이 동아시아 정세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말 무책임한 주장이라는 것만은 안 쓸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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