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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삼님께 (감리교 감독직을 비롯한 기독교 직제 개념, 역사적 연원)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2-08-26 13:33:49
추천수 2
조회수   994

제목

임호삼님께 (감리교 감독직을 비롯한 기독교 직제 개념, 역사적 연원)

글쓴이

장준영 [가입일자 : 2004-02-07]
내용
임호삼님의 덧글 질문에 답변차 글 올립니다…



감독직은 본래 주교직에서 유래하는 겁니다.

기독교의 성직 체계는 주교(bishop) - 사제(신부. priest) - 부제(deacon), 이렇게 되는데,

본래 기독교에서의 성직 개념이란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도의 계승자라는 겁니다.

세례, 성찬, 견진 등의 성사(성례전)는 성직자라는 사람이 베푸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직접 제정하셨고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대리자로 세운 성직자의 손을 빌려 베푸시는 것이라고 보는데,

사도들이란 그리스도를 따르던 많은 제자, 추종자들 무리 가운데서도, 그리스도를 직접 모시고 따르던 제자들이었으므로 그리스도를 직접 뵙고 말씀을 듣고 행적을 목격했으며,

그리스도에게서 그 제자 집단을 이끌라고 위임을 받은 대표자들이었다는 거죠.

이들이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성사를 베풀고 그리스도 행적을 목격하고 가르침을 들은 것을 증언하는 설교를 한 겁니다.

(기독교의 설교라는 것은 본래 이러한 그리스도의 행적, 가르침의 증언이고 이에 토대한 사도들의 신앙을 설파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축적되고 선별되면서 4복음서가 된 것이죠.

설교랍시고 뻘소리하는 목사, 신부들은 정말 각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도행전 초입부에도 기록되었듯, 초대교회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12사도로만은 안 되더라는 거지요.

그래서 자선, 구제 등의 봉사를 맡은 직책으로 부제직을 신설했고,

따로 활동했던 바오로 사도 또한 교세가 팽창하고 지역이 넓어서 디모테오 같은 자신의 위임자, 후계자를 세워야 했습니다.

이렇게 내려오면서 주교 - 사제 - 부제라는 3성직 체계가 확립됩니다.

특히, 초대교회 당시에는 여러 종교와 철학이 난무했던 그리스-로마 문화권의 상황 때문에 기독교 또한 혼란을 많이 겪었고,

로마제국의 탄압도 극심했으므로,

교회를 대표하여 양들을 보호하고 기독교 신앙을 수호하는 교회의 총책임자로서의 주교직이 더욱 중요했고,

이같은 주교직의 성격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겁니다.

단순히 행정적 차원으로서의 교구 총책임자, 지도자만은 아니었지요.



이러한 주교직이,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고 유럽 사회가 로마 황제, 왕, 제후, 영주라는 세속 권력자들과 양립, 공생하는

교황(주교 중에서도, 수제자 베드로의 계승자 개념), 각 교구 주교라는 종교 권력자로 자리매김해서 서구 중세 기독교 세계를 형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중세 말기에 오면서 상공업도 발달하고 도시화가 시작되면서 왕, 제후, 영주들도 돈에 눈뜨고, 유럽 각지의 민족주의도 싹트고,

(벌써 이 당시에는 로마제국은 멸망했지요. 로마 황제가 로마를 버리고 콘스탄티노플로 천도하고 100여년 후에 서로마는 게르만 용병들의 쿠데타로 망하죠)

이러면서 중세적 보편 질서가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가톨릭교회의 도덕적 추문 등도 세간의 비웃음거리였고, 무식하고 도덕성 결여된 사제들이 많았으며 이게 과연 기독교 신앙인가 싶을 정도의 민간 대중 신심도 만연해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로마 교황청은 정신을 못 차리고, 교회의 실추된 위신을 세우겠다고 로마에 성 베드로 대성당을 짓기로 하고(지금 봐도 어마어마한 건물인데…),

유럽 각국의 왕, 제후들에게 기부금을 요청하고 각 지역 교구에서 돈을 끌어모읍니다.

거액을 모금했어도 워낙 대규모, 호화판으로 성당을 짓다 보니 그 돈을 다 써버리고, 또 돈을 모으려니

결국 교회의 권한(이 역시 그리스도의 대리자 자격임. 고해성사 역시 사제가 죄를 사해주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사해준다는 것으로 이해함)으로 죄를 사해준다는 대사(大赦)를 여기에다 이용하는 큰 무리수를 범하죠.

그게 흔히 '면죄부'라고 하는 겁니다.

이렇게까지 억지를 부려가며 강행하자 가장 낙후된 독일 지역에서 결국 일이 터지고 맙니다. 다들 아시는 루터의 종교개혁입니다.

루터는 수도회 출신 수사 신부로서 신약학 교수였는데, 이같은 교회의 작태가 과연 기독교 신앙에 맞는 거냐라고 95개조의 반박문을 대자보로 만들어 대성당 문앞에 붙였지요.

처음에는 그저 종교적 차원의 대담한 주장이었을 뿐, 정치, 권력적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일부 제후들이 당시까지 유럽의 보편 질서를 지배해 온 교황, 왕들에게 맞설 결정적인 기회로 삼은 겁니다.

그래서 제후, 왕들이 가톨릭파, 루터파로 나뉘어 대격돌을 벌이게 됨으로써 유럽이 소용돌이에 빠집니다.



본래 사제, 부제직은 주교가 안수해서 임명하는 겁니다. 성품성사라고 해서, 가톨릭에서는 성직 서품을 성사로 치며 주교만 베풀 수 있죠.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이제 루터가 독립된 교회를 세워야 했고, 기존의 성직 체계, 성사 개념도 다 부정하고 새로운 체계와 개념을 세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사제직 대신 목사직이 만들어진 겁니다.

루터는 만인사제설을 표방했죠. 그리스도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한 형제자매이고 거룩하게 부름받았다, 우월한 계급으로서의 성직을 따로 부르신 게 아니다라는 거죠.

다만, 종교에 전적으로 투신하면서 양들을 맡아 돌보는 목회자, 교사로서의 목사는 필요하므로 그러한 직책을 목사라고 한 겁니다.

이같이 가톨릭의 사제직, 개신교의 목사직은 개념이 다르고, 그 이유와 유래는 지금껏 설명드린 곡절과 같습니다.

그리고, 종래의 주교직 또한 교구를 맡아 치리하는 행정적 차원으로서의 직책인 감독으로 바뀌게 됩니다.

(한자권에서는 '주교', '감독'으로 다르게 쓰지만, 영어로는 똑같이 bishop. 라틴어, 독일어 등 서양 언어에서는 구별이 안 됨. 그러나 분명히 다른 개념의 직책)

그리고 감독직은 그 교구 안에서 선출해서 뽑게 되죠. 베드로의 계승자인 교황(사도좌)이 사도의 계승자인 주교를 임명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즉, 개신교의 목사, 감독은 기독교의 전통적 의미로서의 '성직'은 아닙니다. 교사직, 목회직이긴 하지만, 성직, 즉, 사제직은 아니죠.

다만, 목사만 세례, 성찬을 베풀고 설교, 축도를 할 수 있다는 건 사제직에서 물려받은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세례는 본래 부제 이상이면 베풀 수 있고, 위급한 경우에는 평신도가 대신 베풀 수도 있는 겁니다)



개신교 중에서도 영국은 대륙과 달리 국왕이 로마와 절연하고 영국 교회의 수장이 되겠다고 했으므로 종래의 주교제를 정점으로 하는 3성직 체계를 그대로 두고 왕권 아래 복속시켰습니다.

영국은 왕이 나라 안의 가톨릭 조직, 재산들을 몰수, 해체하고 대륙의 개신교 운동의 신학 사상, 국내의 개혁적 신앙 운동들을 이용했으므로,

대륙에서는 종교 기득권자인 주교들이 루터를 탄압, 대적했던 것과는 달리, 영국에서는 주교들이 왕의 종교개혁 정책을 수행했고, 크랜머 대주교 같은 인물은 그 자신이 자발적으로 개신교 신앙으로 돌아섰던 인물입니다.

왕이 로마 가톨릭과 인연을 끊고 영국 교회의 수장이 되겠다고 공표하면서, 영국 내에서는 여전히 주교들이 성직 서품을 주게 되고,

주교직을 정점으로 한 전통적 성직 체계가 유지되었으니 성사 개념, 체계, 교회 예배 전례도 기독교 전통, 가톨릭적인 모습을 유지하게 된 것이죠. 신학, 신앙만 개신교적으로 개혁하고.

이렇게 성립된 게 성공회라는 교파입니다.



그런데, 또 세월이 흘러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유럽의 농업 사회경제 체제가 무너지는 가운데,

붕괴된 농촌에서 도시로 유입된 노동자 빈민들은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국교회(성공회)는 부르주아 이상 기득권층에게만 봉사하는 종교일 뿐이었습니다.

이에 분기한 국교회 사제 존 웨슬리, 찰스 웨슬리 형제가 일으킨 밑바닥 신앙 운동이 감리교 운동이지요.

애초의 감리교 운동은 국교회 체제 안에서 민중들을 돌보고 새로운 신앙의 불을 붙이자는 일종의 부흥 운동이었습니다.

주일 예배(미사)는 소속 국교회 성당에서 드리고 영성체도 거기서 하고, 밤에 따로 모여서 성서 공부, 기도회도 하고, 그런 거였죠.

그런데, 오갈 데 없던 민중들이 이 감리교 운동에 구름처럼 몰려들어, 존 웨슬리는 루터가 그랬듯 순회하며 이들을 돌보고,

속회, 연회 등의 조직을 만들어 지도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웨슬리의 추종자들이 미국에 건너가서 감리교 운동을 퍼뜨렸는데,

말씀드렸다시피 웨슬리는 국교회 체제 안에서 감리교 운동을 했기에 국교회의 성직 체계 등 교계 질서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건너간 웨슬리 추종자들이 미국에서 감독직을 만들어버린 거지요.

여기에서부터, 성공회에서 따로 분가해 나간 독립 교파로서의 감리교가 시작된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그러니, 루터교에서의 감독직이 가톨릭의 주교직과 다르듯, 감리교의 감독직도 성공회, 가톨릭의 주교직과 성격이 다르며,

감리교 감독직도 연회에서 선출하며, 총회(국가 단위)에서는 감독회장을 뽑지요.



이렇듯 개신교의 감독직은 가톨릭의 주교직과 성격이 다른, 그저 행정적 차원의 지도자일 뿐이므로,

가톨릭과는 달리 개신교에서는 감독직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고, 선택 사항입니다.

독일 루터교는 감독 제도를 채택하지만 우리나라 루터교는 장로교식의 총회 제도이고(장로교는 기본적으로 의회민주주의 체제임. 장로직이란 의회 의원과 같은 평신도 대의 대표),

영국 감리교는 총회 제도지만 미국, 우리나라 등의 감리교는 감독 제도를 채택하지요.

(영국 감리교는 교세가 약한 탓에 수년 전 성공회와 통합했다고 함)



덧붙여, 개신교에서 '집사'라 일컫는 평신도 직제는 본래 부제직으로서, 영어로는 똑같이 deacon입니다.

설명드렸다시피 개신교는 주교제를 부정하고 나갔으므로 사도계승의 성직 개념을 부인할 수밖에 없게 되고,

교사, 목회자로서의 목사직을 새로 만든 건데,

칼뱅이 종교개혁을 이끈 제네바에서는 의회민주주의 제도에 맞추어 교회 역시 대의민주주의 체제로 형성했죠.

칼뱅의 사상과 전통을 따르는 개신교파를 장로교라 하는데, 이 '장로'가 바로 평신도의 대의 대표자라는 뜻입니다.

장로교에서 장로를 가르치는 장로, 치리하는 장로로 나누는데, 전자가 목사이고 후자가 평신도 장로로서, 장로교에서는 목사 또한 장로로 간주하죠.

(하지만 신약성서 사목서간에서 지칭하는 '장로'라는 용어는 목회자, 즉 당시의 사제, 주교를 지칭하는 것이었지 평신도 대표자를 일컫는 게 아니었음.

이런 부분은 가톨릭과 개신교의 해석이 다릅니다. 저는 지금 가톨릭으로 옮겨온 입장이라 지금껏 설명드리는 게 가톨릭 입장의 서술이 많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개신교 안에서도 평신도 직제가 필요하기도 하고 요구도 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성직이자 봉사직인 부제(deacon)직을 평신도 봉사직인 집사직으로 신설한 것이죠.

또, 장로교가 압도적 다수이고 사회적 직위,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감리교에서도 장로직을 신설하고, 회중들의 직접 민주 정치를 채택하는 침례교조차 장로직을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현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개신교와 가톨릭, 개신교 안에서도 각 교파들은 성직 내지 평신도 직제 제도, 체계에 대한 이해가 다르고, 그렇게 된 역사적 곡절도 이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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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태 2012-08-26 13:54:34
답글

글 잘 읽었습니다. <br />
<br />
핑계삼아 드리는 질문인데, 장준영님이 사용하는 아이콘 속의 인물은 어떤 분인가요? <br />
가끔 아이콘의 내력이 궁금한 회원님들이 계셔서...

장준영 2012-08-26 13:57:23
답글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선생입니다^^<br />
저도 반미라면 반미인데, 미국인 중에서, 그것도 유태인인데도 존경하는 분입죠.<br />
촘스키 선생도 그런 분이고, 그렇네요.

이승태 2012-08-26 14:03:18
답글

아, 그분의 노년의 모습이었군요.<br />
누군지는 몰라도 사색에 잠긴듯한 모습이 진작부터 꽤 인상적이었거든요...^^

장준영 2012-08-26 14:09:32
답글

저한테는 마~이 과분한 아이콘임니더… 오래 사용하다 보니 바꾸기도 거시기하고,<br />
이렇게 사용하면서 그 을쉰의 훌륭한 점을 닮아갈 수도 있지 않겠나 싶기도 하고, 뭐, 그렇슴다 ㅎㅎ…^^;

이신일 2012-08-26 16:26:39
답글

준영님, 해박한 지식에 박수를 보냅니다~!..^^<br />
대학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셨나 보네요...<br />
감리교에서 가톨릭으로 가신 이유가 사적으로 궁금해지네요...^^<br />
앞으로도 정확한 글 많이 부탁합니다~~!

yhs253@naver.com 2012-08-26 16:37:33
답글

깜짝놀랐습니다...제가 잘못한게 있나하구 ,,,,<br />
<br />
장문의글 잘읽었습니다.<br />
"감독"이란자리가 체육계에서 IOC 위원장? 같은,, 감리교에서는 평생에 한번 앉아볼수 없는대단한 자리로 알고 있습니다.권력 또한 막강하구요..권력? 이란게 좋은데 써야 겠지만 말입니다..<br />
그자리에 앉기위해서 엄청난 각축전이 벌어진 다는 소리도 있고요...<br />
.<br />
저또한 근래에 들어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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