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회님 글을 읽고 댓글을 달다가 글이 좀 길어져 별도의 게시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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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란 알면 알수록 기괴합니다.
통상적인 상식이나 개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죠. ^^;;;
시간이나 공간이란 개념도, 공기처럼 일상에 흔한 존재지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는 "중력에 의해 빛이 휜다."고 합니다. 사실 휘는 건 빛이 아니고 공간이죠.
그런데 우리의 통상적인 개념으로는 '선이 휜다.', '면이 휜다.'는 건 상상할 수 있지만,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 휜다? 한마디로 '이뭥미'입니다.
이건 2차원에 사는 사람이 '높이'라는 개념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빨리 움직이는 우주선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 이것도 사실 상식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런 일을 일상에서는 볼 수 없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게 우주입니다.
우리 일상에도 영향을 줍니다.
필수품이 된 내비게이션은 GPS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습니다. 그런데 GPS 위성은 높은 고도에 있어서 지표면보다 중력이 약합니다. 그래서 지표면보다 시간이 빨리 갑니다. 반면, 지구 주위를 빠르게 공전하기 때문에 정지해 있을 때보다 시간이 느리게 갑니다. 이를 보정해주지 않으면 오차가 크게 발생해 내비게이션은 있으나 마나한 물건이 됩니다. 둘 중에서 속도에 의한 시간의 느려짐이 조금 더 크다고 합니다.
제가 어렸을 적 알았던 우주와 30여 년이 지난 현재의 우주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우주는 그대로인데,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늘었다는 것이겠죠.)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과학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 팽창은 영원할 것인가? 여기에는 3가지 가정이 있었습니다.
1. 언젠가는 팽창이 멈추고 다시 수축한다.
2. '0'에 수렴하는 팽창을 영원히 한다.('간신히' 팽창을 유지한다?!?!)
3. 지금 팽창 속도로 영원히 팽창한다.
이를 결정하는 건 우주에 있는 물질의 양(눈에 보이는 천체의 질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물질의 양에 따라,
1. 우주에 물질이 일정량 이상 있다면 그 중력이 브레이크 역할을 해서 팽창이 멈추고 수축한다.
2. 일정량 언저리에 있으면 (간신히) 영원한 팽창을 한다.
3. 일정량에 모자르면 영원히 팽창한다.
는 3가지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데 현재는 이게 바꿨습니다.
우주를 관측하다 보니 팽창 속도가 일정하거나 줄지 않고 오히려 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또한, 우주에 있는 천체의 움직임을 살펴보니 눈에 보이는 물질(은하, 별, 성운 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운동을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우주의 가속 팽창으로부터 등장한 게 '암흑에너지'입니다. 무엇인가가 척력으로 작용해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않지만 질량을 갖고 중력을 행사하는 물질이 존재하는데, 이게 '암흑물질'입니다.
현재는 우주를 구성하는 성분 중 암흑에너지가 73%, 암흑물질이 23%, 그리고 눈에 보이는 물질은 겨우 4%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모릅니다. 천문학과 물리학의 큰 숙제 중 하나죠.
우주 팽창, 암흑에너지, 암흑물질. 이런 건 그저 뜬 구름 같은 얘기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이런 게 단순히 머릿속에서 나온 상상의 산물이 아닙니다. 수십 년에 걸친 관측과 연구 결과로부터 도출된 것이죠.
암흑물질의 경우 그 존재를 의심하는 계기가 된 관측 결과는 80여 년 전인 1933년에 나왔습니다. 이후 다양한 관측을 통해 암흑물질의 존재가 확실시 된 것이죠.
예전에도 우주는 참 신기한 존재였는데,
알면 알수록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신기함을 넘어 기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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