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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100명 항시 대기 광고하는 강남룸싸롱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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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직업여성 100여명 보유”
[인터뷰 | 전 중앙정보부 안가 관리직원]
△ 박정희가 시해된 궁정동 안가 현장. 청와대와 가깝고 규모가 커 자주 이용했다. (사진/ 보도사진연감)
10·26의 무대였던 궁정동 안가(안전가옥)는 어떤 곳일까. 안가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던 박선호 과장은 이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궁정동 안가에 대해 설명을 하려다 법무사의 제지를 받았다. 그의 입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서울에는 궁정동 말고도 5∼6곳의 안가가 더 있다는 것’과 ‘대통령만 이용하는 집’이라는 것이다. 당시 안가에서 대통령이 모임을 여는 사실은 청와대 경호실장과 중정부장만 아는 1급 비밀이었다. 안가 관리를 책임진 의전과장은 중정에서 잘나가는 요직에 속했다. 대통령의 사생활을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승진이 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안가는 YS 정권 때 모두 헐렸는데, 궁정동 말고도 한남동과 구기동, 청운동, 삼청동 등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21>은 수소문 끝에 70년대 한때 한 안가에서 근무했던 전 중앙정보부 직원을 찾아내 어렵사리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안가는 도대체 어떤 곳인가.
원래는 대통령 경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대통령이 사석에서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을 경우 술자리를 하면서 편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곳이다. 10·26 사건으로 여성이 접대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가의 운영 목적이 다소 왜곡된 측면이 있다. 외국에서도 대통령 암살에 대비해 안가를 운영하면서 침실을 바꿔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청와대 경호실이 아니고 왜 중정에서 직접 관리했나.
경호실은 군처럼 경직된 조직이어서 안가 관리에 적합하지 않았다. 대통령도 딱딱한 분위기에서 술자리를 하는 걸 원하지 않아 중정에 맡긴 것으로 알고 있다. 공식적인 행사는 경호실이 담당하지만 사적인 행사는 중정이 담당함으로써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정보와 주변 권력의 분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측면도 있다.
대통령은 안가를 돌아가면서 이용했나.
10·26이 난 궁정동이 가깝고 규모가 커 자주 이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머지 안가 가운데는 아예 가지 않은 곳도 있다.
연회 접대 여성은 어떻게 준비하나.
영화 <그때 그사람들>에서처럼 여자들을 합숙시키는 곳은 없었다. 여자들을 조달할 수 있는 채널을 가진 ‘마담’들을 활용했다. ‘손이 컸던’ 마담 2명 정도가 주거래처였는데 그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을 100여명씩 보유하고 있었다. 마담들이 추천하면 중정 직원이 ‘면접’을 봤고 외모와 경력 등을 따져본 뒤 입이 무거울 것으로 보이는 여성 위주로 선택해 수발을 들게 했다.
연회 원칙 같은 것은 없었나.
술과 음식은 경호실에서 선택하고 준비까지 책임진다. 안가에는 조리시설이 있었지만 모든 음식 재료는 경호실에서 준비해온다. 접대 여성은 한 차례 이상 넣지 않는다. 대통령 눈에 들어 혹시 임신을 하거나 대통령이 여성에 빠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이 찾으면 만류해보다가 잘 안 되면 추가로 딱 1번만 더 접대하도록 한다.
안가에서 대통령은 주로 누구를 만났나.
무척 다양해 특정할 수 없다. 수출을 많이 했거나 해외에서 큰 공사를 수주한 기업인을 불러 격려하기도 했고,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학자 등을 불러 얘기를 듣기도 했다. 고인이 된 한 그룹 총수와 자주 접촉했는데, 그 총수는 대통령에게 격려를 받으면서 지원을 부탁해 기업을 눈부시게 키워나갔다.
안가 관리자들의 근무 형태는 어떠했나.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 아니면 모든 안가는 24시간 대기 상태에 들어간다. 하루 중 언제라도 불시에 대통령이 방문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직원들이 대기해야 한다. 청소를 비롯한 관리 상태는 항상 최상을 유지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