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래 전에 권투를 해서 (다른 분이 없다면) 약간 아는 척을 해보겠습니다.
왼손잡이 선수를 상대할 때의 기본전술은 상대선수 앞 발 바깥에 내 앞 발을 두고 계속 왼쪽으로 돌면서 왼손 잽과 스트레이트로 상대선수 왼손을 무력화시키는 것입니다.
한 선수가 다행히도 아웃복서였기 때문에 거리를 주지 않고 왼쪽으로 돌면서 (제대로 된) 스트레이트를 날렸다면 점수에서는 해볼만 했습니다. 타격전에서는 펀치 스피드나 연타에서 워낙 밀려서 승산이 없고요.
링 밖의 스태프도 그렇게 계속 주문했을텐데... 이상하게도 한 선수가 인파이트형 스탠스로 맞섰습니다. 그러면서 펀치도 안나오고 상대선수가 가장 원하는 스탠스를 보여줬죠.
한 선수의 오른손이 고장인가 싶어 눈여겨봤는데, 만약 오른손이 고장이면 자연히 왼손을 더 많이 쓰게 됩니다. 그런데 왼손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부상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염동균 해설도 계속 왼손 잽을 소리치던데...
아마도 한 선수가 결승전이고 상대에게 이미 여러 번 진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링에 오르기 전부터 위축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 선수나 스태프만 아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요.
격투기 경기가 다 그렇겠지만, 복싱은 서로 인사하고 눈싸움하는 순간에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기 시작을 제가 안봐서 한 선수가 상대선수 눈을 피하는지 봐야겠습니다만, 위축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상대선수가 당연한 금메달 실력이기는 하지만 한 선수의 실력도 점수만큼 벌어질 정도는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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