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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은퇴 예행연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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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7 11:38: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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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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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은퇴 예행연습...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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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일 [가입일자 : 2002-07-07]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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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발령없이 현근무지에 계속 근무하게되어 사직서 제출 안하게됐습니다.
임원은 이동명령을 내렸는데 중간에 귀인이 나타나 컷트가 됐습니다.
하지만 또 언제 이동명령이 나올지도 모르고 그때는 컷트가 안되는 상황일거 같습니다.
여유있게 준비하는 기간으로 생각해야겠습니다.
위로의 말씀 남겨주셨던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가 평생을 배를 타셨습니다.
초반 일부를 제외한 40년이 넘는기간이 원양어선이었습니다.
그러니 아버지와 함께한 기억이 거의 없답니다.
한번 나가시면 짧으면 22개월 길면 30개월까지...
들어오셔서 3개월 정도 쉬시고 또 출항...
휴가없는 군대의 연속이지요.
올해 65세이십니다. 이제 연세도 있으시고 해서 배를 내리셔야 할때가 되었다고 판단되어서
최근 몇달을 집에서 쉬시면서 가족들과 함께 놀러도 다니고 맛있는것도 먹고
그동안 못해왔던 것들을 가족과 함께 하면서 은퇴준비를 해오셨는데
역시나 우려하던대로 힘들어하시네요.
은퇴 후의 여유로운 삶 까지는 좋으나
아무 일거리가 없이 집에서 시간만 보내고 계신다는 생각이 아버지를 괴롭히는것 같습니다.
이전에 같이 일하셨던 선장들이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어서 더 많이 고민하고 계시더군요.
물론 일 나가시면 힘들고 가족과 이별을 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집에서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니 그냥 보내드려야 하는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배 안나가셔도 금전적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두분 넉넉치는 않지만 먹고사실정도는 모아두셨거든요.
그래서 취미생활이나 뭔가 소일거리라도 마련해드리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전에 제가 계획중인것들 다 말씀드리고
아버지 나와서 알바해주세요.
이렇게 말씀드리니까 내심 반기시는 눈치더군요.
수년전에 회사 때려치고 장사나 할까요... 이소리 했다가 되게 혼난적이 있습니다.
장사 아무나 하냐. 조용히 회사나 열심히 댕겨라. 라고하시던분이...
이제는 흔들리시는것 같습니다.
세상이 워낙에 팍팍하게 돌아가고 주변에 안좋은 소리만 들려오고
당장 저도 지난주까지만 해도 사직서를 쓰겠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었으니까요.
평생을 행복따위는 뭔지도 모르신채 먼바다에서 돈벌어오는것밖에 모르시던 분인데
이제는 저한테 의지하고 싶어하시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본 SONY의 이사가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겠다고 퇴사 후 우동가게를 물려받았다는
글을 에전에 본적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이사는 아니지만 많이 공감이 되는 내용이긴 합니다.
고생만 해오신분이고 그게 몸에 베여버려서 뱃일이 이제는 정말 힘들다고 하시면서도
또 배타러 나가야 하나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니 자식으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뭐 계속 고민하다보면 답이 나오겠지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런 고민이 행복하네요.
평생을 떨어져 지내시던 아버지가 가까이 계시고 함께 할수 있다는게 좋습니다.
아버지랑 술 한잔 하면서 예기나 많이 해야겠습니다.
고민하다보면 좋은결과 나오겠지요.
늙은 아드님들 and 아빠들 화이팅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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