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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메스니와 찰리 헤이든이 표문송에게 헌정한 곡
음반리뷰추천 > 상세보기 | 2004-02-03 12:31:25
추천수 3
조회수   3,899

제목

팻 메스니와 찰리 헤이든이 표문송에게 헌정한 곡

글쓴이

표문송 [가입일자 : 2003-03-25]
내용





12월 깊은 겨울밤, 때아닌 폭설로 세상은 엉망이 되었다.

아이는 아들이라고 한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알고 있다.

역아… 거꾸로 박혀 있는 녀석은 다리부터 나왔고

그럼으로써 자신이 사내아이임을 먼저 알렸다.

시저의 탄생에서 비롯되었다는 시저의 수술,

제왕절개 수술이 1시간 넘게 진행 중이다.

이렇게 폭설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전력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 지역(인천 만수동)에선 종종 정전이 되기 일쑤고, 그렇게 되면 수술은 끝장이다.



사내는 어두운 다방 구석에서 연신 담배만 뻐끔뻐끔-

지금으로선 그가 달리 할 일이 아무 것도 없다.

때마침 다방에선 귀에 익은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7번 월광소나타…

마침 눈 내린 하늘에 눈이 시리게 걸린 달빛이 창가에 비친다.

달빛 아래 산모와 아이의 무사한 수술을 기도하고난 그는

스르르 긴장이 풀린 나머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피아노 선율에 손가락을 까딱까딱 거리는 여유까지 찾는다.

“사내 녀석이라니 이름을 뭘로 지을까…

저 달빛 처럼 밝고 맑은 녀석으로 자라나야 할텐데…

자정이 가까운 지금 흐르는 곡도 달빛 소나타, 월광…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달이랑 관계가 많은 걸…

Moonlight Sonata라….달은 Moon! 그리고 지금 흐르는

이 노래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해줄 녀석이라면

이 노래…노래 Song… 그래 달의 노래 Moon Song…

그래 이름은 문송이다!!”



***



지금으로부터 38년전 실제상황입니다.

제가 태어날 당시의 상황- ‘그 사내’는 바로 제 아버지입니다.

위의 얘기는 물론 사실입니다.

다방에 흐르던 음악을 빼곤^^



대학 1학년 ‘영어 커뮤니케이션’ 첫 시간의 숙제가 바로 자신의 이름을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인 선생님은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을

외우기가 너무 어려웠나 봅니다. 그래서 가장 쉽게 이름을 기억하도록

자기 이름을 풀이해 오라는 것이었지요. 사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으니,

아니 소설을 써와도 좋으니, 한번만 듣고도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좋은

이름풀이를 해오면 높은 점수를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의 얘기는 그때 지어진 것입니다. 물론 다방에서 저를 기다리는 것까지는

사실입니다. 그 다방에서 과연 월광이 나왔는지는, 제가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습니다.

제가 지어낸 마지막 이야기는 그 미국 여선생님께 가장 쉽게 제 이름을

기억에 남겼고, 또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럼 내가 그걸 영어로 말했었단 말인가?? 헠- 리얼리??)

그 후, 처음 만나는 외국인에게는 종종 위와 같은 이름의 어원을 얘기해

주곤 합니다. 그 외국인이 누구든, 제 이름은 항상, 100% 기억하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온라인 시대가 되어 새로 태어난 이름은 Moon Song을

그대로 뜻풀이하여 '달노래dalnorae'라 하였지요.

ID검색에서 단 한번도 중복된 적이 없습니다. 좋은 이름입니다.








그런데, 왜, 이름 얘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하냐고요?

제목에서처럼 팻과 찰리가 제게 헌정해 준 곡이 바로

제 이름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곡은 너무나도 유명한 “Beyond The Missouri Sky” 앨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잠깐 돌아갈까요? 이 앨범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다음 글을 통해

영화 속 스크린에서처럼 이 앨범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음악이 만들어졌고, 어떤 분위기를 담고 있는지.



*****








미주리의 하늘을 잡은 사진이 담겨 있는 종이 재킷은 삼 폭 제단화처럼 펼쳐진다.

넓은 정원에 작은 집 한 채, 그리고 풍향계, 화면의 반을 덮은 붉은 구름, 지평선.

미주리에 가본 적은 없지만 팻 메스니를 듣고 있는 동안만큼은 그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든다.



미주리. 본래는 그곳에 정착하고 있던 인디언 부족의 이름이었다지.

지금도 그 인디언들이 남아 있을까. 아마 사라졌겠지.

저 아름다운 하늘 아래에서 말을 타고 달렸을 그들은

이름만을 남긴 채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버렸을 것이다.



팻 메스니는 미주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그 하늘을 바라보며

음악을 향한 꿈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그 하늘, 그 벌판을 사랑했지만, 동시에 그 하늘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못견디게 궁금했었노라고, 무지개를 찾아 떠난 소년처럼 말했다.



같이 작업한 찰리 헤이든 역시 미주리에서 자랐다.

비록 두 사람이 살던 곳은 100마일이나 떨어져 있었지만

그들은 같은 하늘을 보았고 지평선에 깔리는 붉은 구름떼를 공유했다.

한사람은 기타를, 한사람은 베이스를 연주하며 저 미주리 하늘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내 음악이 저 지평선을 넘어 온 세상에 울려 퍼질 수 있을까,

생각했을 것이다. 바람은 쉼없이 불어와 바람개비를 돌리고 두 사람은 들판에 앉아

구름과 선율과 별빛의 어우러짐에 대해 한번쯤은 곱씹어 봤을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그들이 보고 자란 하늘을 노래했다.

거기에 사람의 음성은 없다. 현 긁는 소리, 퉁기는 소리, 그 현들이 잣는

바람 소리만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노라면 그들이 보던 하늘이

스크린처럼 펼쳐진다. (김영하 『아랑은 왜』)








***



눈을 떠도 역시 그들이 바라 보고 노래 부르던 미주리 하늘이 스크린처럼 펼쳐질 것입니다.

Waltz for Debby를 다분히 염두에 둔 듯한 첫곡 “Waltz for Ruth”가 바로 찰리의

아내인 Ruth를 위한 곡이기에 이 앨범이 그녀에게 헌정된 것은 아닐까, 착각하기 쉽지만

NO!!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앨범의 9번 트랙을 들어 보십시오.

아니, 당장 들을 수 없는 분들을 위해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제 이름입니다.

그들이 제게 헌정해 준 곡이라고, 제가 주장하고, 항변하고, 억지 부리는 바로 그 곡입니다.



조금 썰렁, 싱거운가요?

그래도, 오로지 제 이름으로만 된 노래가 있다는 건, 우연의 일치일지라도, 멋진 일입니다.

게다가 팻과 찰리 같은 대단한 뮤지션들의 곡이라면 더군다나.

이토록 뛰어난 음반에 수록된 곡이라면 더더군다나.



이미 이 앨범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9번 트랙을 들을 때 마다 절 생각하며 들으시길^^



***



이름 때문인지, 아닌 게 아니라

제 가장 오래된 습관이자 습성은 달밤에 음악 듣는 것입니다.

학생 때는 당연히 들을 시간이 밤 밖에 없었고

나이 들어 직장 다니고 장가 가고 아이 낳고 나면

개인 시간은 더 뒤로 밀리게 됩니다. 이름하여 "심야”

아내와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나면 1, 2시 넘어서야

제 시간이 시작됩니다. 출세하려면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하지만

전 출세와는 거리가 먼가 봅니다. 철저한 달밤형 인간이니까요.

회사 생활에도 처음엔 문제가 많았지요.

상습 지각범... 하지만 굽히지 않았습니다. 음악이 내 삶의

원동/추진력인데 그 게 없으면 일도 못하겠는데

회사를 때려 치울지언정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수는 없다!

오랜 투쟁 끝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거의 반 공식적으로

공인을 받게 됩니다. 피눈물 어린 과정이었습니다.

물론, 보란듯이 낮동안에는 남들보다 2배는 더 열심히 일했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늦게 나오는 제가 남들 보다 빨리

특진이라는 엄청난 새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갑자기 내 자랑^^)

어쩌면 이렇게 평생을 달밤에 음악 들으라고 지어준 이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름의 운명을 믿지는 않지만, 그렇게 살아왔는걸, 어쩌겠습니까.

(제 딸 '다인'이는 또 어떻게 될까, 자못 궁금합니다)



자, 이제 여러분이 제 이름의 노래를 들어볼 차례입니다. Q~

미주리 하늘 너머 달노래가 들리지 않습니까?






추천스크랩소스보기 목록
김영민 2004-02-03 13:38:13
답글

잘 읽었습니다. 그래서 문송님 아이디가? ^^

현진현 2004-02-03 14:29:12
답글

잘 읽었습니다. 김영하는 저와 인연이 있는 작가라서 감회가...

표문송 2004-02-03 18:39:30
답글

반은 장난으로 쓴 겁니다. 그렇죠, 나는나를파괴권리...

강동일 2004-02-03 22:51:26
답글

그래서 세상을 아름답게 하시고 계신지요? ^^;

표문송 2004-02-03 23:11:27
답글

the long and winding road ^^;;;;;

이만 2004-02-04 11:16:22
답글

흐미.. 지금 듣고 있는데 앨범 좋네요.. 요새 음반뽐뿌에 탄력받고 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장순영 2004-02-06 20:50:07
답글

우하하핫~~~@.@ 저 미주리스카이...언넘이 훔쳐갔어여..꺼이이..ㅠㅠ

speed-jin@daum.net 2004-02-09 03:27:17
답글

좋아하는 cd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문송님 고3딸을 둔 까탈스런 옆집아주머니와는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표문송 2004-02-09 12:27:15
답글

하이고~ 그걸 기억해 주시네요. 염려해 주셔서 감사^^ 그 악다구니 소굴 탈출기는 H/W사용기에 올린 바 있습니다(홧김에 계집질 한다더니...제목입니다).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원래 만료일보다 2달 먼저 이사를 왔습니다. 요즘이요? 새벽까지 맘껏 쿵쾅~ 천국이니다!

이재훈 2004-02-21 23:42:18
답글

자 심화학습입니다. ㅋㅋㅋ The Moon song이 맘에 드신다면 이번에는 Quartet으로 구성된 Moon song을 적극 추천합니다. 낙소스에서 발매된 5,000원짜리 재즈 음반중에 제일 추천하는 음반입니다 Sarah Jane Cion이라는 피아니스트입니다.

이재훈 2004-02-21 23:43:18
답글

그녀의 2000년도 발매작품입니다. 참고자료는 여기를 가보세요http://www.allmusic.com/cg/amg.dll?p=amg&uid=UIDSUB040402210939530023&sql=A2x5uak2kkm3x

표문송 2004-02-23 13:33:28
답글

이거 이거 보통 이름이 아닙니다, 그려. 헌정곡이 줄을 잇네요. 당연히 구해 들어 보겠습니다.

김태훈 2004-03-08 13:37:10
답글

전 Charlie Haden의 녹턴앨범 왕 좋아합니다. 거기두 팻이 함께한 곡이 있지요. 특히 바이올린 나오는 8번 El Ciego가 좋지요.

김태훈 2004-03-19 14:18:36
답글

전이거 Live DVD 포함된 스페셜팩샀는데...DVD가 예술이군요. 2곡만 들은건데 이공연이 아마존에 있어서 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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