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앰프는 출력이 작아도, 웬만한 스피커들은 다 울려줄줄 알았다.
300B엠프를 구입하고,
BOSE 383, JBL 4312, JBL L40, 산수이SP-1200, 산수이SP-Z9 II, 로저스스튜디오1, 구루QM-10, 다인포커스110 등을 두루두루 거쳤다.
그중 가장 매칭이 좋았던게 로저스스튜디오1 이었다.
그러나 작은방에서 덩치큰 스피커를 운용하는게, 은근히 그 부피에 압박을 받던중, 소형스피커 구루QM-10을 들였다.
작은스피커라 쉽게 울려줄수 있으리라고 착각했었던게 또 미스였다.
음압이 86db라 Ch 당 12W 300B앰프가 울리기엔 힘에 부쳐, 출력관에 이상이 와서, 관을 두번이나 교체했다.
음압높은 스피커가 매칭이 좋다고하여, 고민끝에 다시 괘짝스피커 JBL L40, 산수이SP-1200, 산수이SP-Z9 II 등을 거쳤다.
소리가 나대지않고 부드럽게 들린다는 것 까진 좋았지만, 이게 계속 듣다보니 소리가 너무나 심심하다.
로저스스튜디오1을 들을때처럼 음악적질감과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매칭실패라는 생각에, 구루QM-10, 다인포커스110 이나 제대로 울려보자는 마음으로,
장터에 300B앰프와 출력높은 TR앰프와의 교환글을 올렸었다.
큰 기대를 했던건 아니었지만, 역시 전화가 한통도 없다.
사정이 이쯤되면 300B앰프와 매칭이 좋은 소형스피커를 찾아내어, 300B앰프를 끌어안고 가는 수 밖에 없다.
문득 예전에 잠깐 들였던 국내 풀레인지스피커제조사의 솜스피커 BR-15가 떠오른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좋은소리였었다.
다른 소리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방출시키긴했지만, 이 시점이 되니 그래도 그만한 것 찾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끊었던 장터매복을 다시 시작했다.
BR-15나 BR-25나, 뜨자마자 바로 나꿔채야겠다는 심정이었는데, 이게 또 까마귀똥도 약에 쓰려면 물에다 깔긴다고 하더니,
막상 구하려고하니, 가끔씩 출몰하던 매물마저 자취를 감춰버린다.
이게 바로 장터의 법칙인가...ㅠㅠ
솜스피커 홈페이지를 들낙거리며, 신품을 지를것인가 중고제품을 더 기다려볼것인가를 놓고 몆번을 망설였다.
결국은 지름신이 승리했다.
어제 솜스피커 사장님께서, BR-25스피커를 내가 부탁드린데로 고속버스배송을 해주신다고 하셔서, 대금을 입금했다.
14 시 30 분이 도착시간인데, 제품을 찾으려고 버스터미널로 가기위해 차에 시동을 거는데,
후끈후끈한 차안이 숨이 턱턱막힐 정도로 덥다.
금새 옷이 흘러내리는 땀으로 흠뻑 젖는다.
아무리 내가 좋아해서 하는 짓거리긴하지만, 남들은 계곡으로 휴가를 떠나는 이 중복날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뭔 짓을 하고 있는지...ㅠㅠ
제품을 찾아와 설치하는데, 또 땀을 한바가지 흘렸다.
어쨋거나 셋팅이 끝나고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내가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 소리가 나와주니 좋기는 하다.
오늘도 오전부터 푹푹찐다.
한바탕 찬물을 끼얹고 음악을 듣는다.
참 특색있는 소리다.
해질녘 저수지 둑위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처럼 들린다.
한달쯤 지나면 또 어떤 소리로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이 참 좋다.
모처럼 애들이 내려와, 밥먹으러 나가자고 하는데,
오늘 하루만큼은 밖에 나가지않고, 방안에서 뒹굴거리며 음악을 듣고 싶지만,
아무래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다녀와야 할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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