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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피서법~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2-07-24 20:42:27
추천수 1
조회수   1,321

제목

빈자의 피서법~

글쓴이

조창연 [가입일자 : ]
내용




연일 30 도를 훌쩍 넘어서는 요즘날씨가, 가뜩이나 열이 많은 체질인 내가 견뎌내려니, 아주 죽을 맛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데,

찬물로 샤워를 해보지만 그때뿐, 2 시간만 지나면 다시 같은 상황이 된다.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 들여놀 처지도 안되는 빈자라, 선풍기 한 대로 버텨내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차에 베낭과 텐트를 싣고 취사도구를 챙겨,

인적드문 계곡을 찾아가 한달쯤 내리제키다 오면 좋겠지만, 먹고살기 바쁜몸은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숨만 푹푹 쉬며, 어머니 왜 날 낳으셨나요?

이러면서 궁상을떨고 앉아있기에는, 내 삶이 너무나 처량맞아 보인다.

머리가 썩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 머리로 궁리를 하다 보면, 꽤 괞찮은 생각이 떠오를때도 있다.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실행하는게, 여러모로 정신건강에 좋을것 같아 실시하기로 했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막걸리 한 병을 꺼내 냉동실에 옮겨놓고, 시장엘 갔다.

방금 만들어져 나온, 따끈따끈한 두부 한 모를 1,500 원에 샀다.

집으로 돌아와 묵은 김치를 썰어 반찬통에 담고, 양념장을 덜어내어 종이컵에 담은후,

일회용 비닐팩에 넣어 출렁거려도 넘치지 않게 잘 묶었다.

휴대용스피커와 MP3기기를 챙기고, 책꽂이에서 이백 시집 한 권을 꺼내놓고,

그 다음 준비물로 창고에서 돚자리 두 개를 꺼냈다.

이 모든걸 오토바이에 실은뒤, 마지막으로 냉동실에서 막걸리를 꺼냈다.

반쯤 얼어 있다.

오! 굿~ 준비는 완벽하다.

오토바이 키를 돌려 시동을 걸었다.



골목길을 지나 큰도로에 접어드니,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뀐다.

브레이크를 밟아 신호대기를 하고 서있으려니,

이글이글 달아오른 아스팔트지열이 다리를 타고 올라와,

아무것도 안했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얼굴마저 후끈후끈해 진다.



목적지는 10 여 분 거리에 있는 태조산 공원이다.

시에서 관리하는 곳인데, 나무그늘이 많아 시민들이 즐겨 애용을 한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해, 늦게 가면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없기에,

평일날 시간이나는 나같은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게 참 고마운 일이다.



산꼭대기로 올라갈수록 확실히 더 시원하다.

한줄기 선들바람이 상수리나무 잎새를 훑고 지나가는데, 집에 있을때와 온도차이가 무려 7~8 도는 되는 것 같다.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붕이있는 평상에 돚자리를 깔고, 안주라 부르기엔 좀 많이 부족하지만,

두부와 김치, 간장, 막걸리를 주섬주섬 꺼내놓았다.

어차피 혼자 먹을거고 누가 쳐다보는 사람도 없는데, 두부면 어떻고 김치면 어떠리...

막걸리는 기분을 좋게하고 두부는 건강을 좋게하니, 이만하면 내게는 황송한 술과 안주다.

다행히 아직 막걸리는 대빡 시원하고, 두부는 따뜻하다.

MP3기기를 휴대용스피커알텍Orbit IMT237에 물리고, 음악을 재생했다.

양현경의 청아한 목소리가, 고즈녘한 평상 주위로 나긋이 퍼져 나간다.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김광석이 부른 노래지만, 양현경이 부르니 더욱 애절하게 들린다.

가슴속을 후벼파는듯 하다.

안되겠다 막걸리부터 한잔 마셔야겠다~



한잔을 쭉 들이켰다.

탄산수처럼 톡 쏘는 알싸하고 시원한 맛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데, 체증까지 싹 씻어내리는듯 하다.

나무젓가락으로 큼직하게 자른 두부를, 묵은김치에 싸서 약간의 양념간장을 올린후 한입 가득 우겨넣었다.

두부의 담백한 맛과, 묵은지의 새콤짭짤한 맛이 입안에서 뒤섞이니,

한번씩 씹을때마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식감이, 목안으로 넘어가며 몸부림을 친다.

흠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두부란 칼로 자르는것보다, 이렇게 나무젓가락으로 뜯어먹는게 제맛이지~

싱그러운 바람이 불고, 음악이 흐르고, 술이 있으니 어찌 마시지 않으리요...

아! 시가 빠졌네~

이백 시집을 펼쳤다.

중국의 시선이라 불리웠다하니, 당대 최고의 문장가임을 그의 시가 대신 말을 해준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주옥같은 시가 그득하다.

이백의 짧은 시 한 편을 옮겨본다.







- 산중문답 -



푸른산에 왜 사느냐고 내게 묻기에



아무 대답 안하고 그저 한가로이 웃을 수 밖에



복사꽃 띄운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분명 여기는 인간세상이 아닌 별천지인 것을.







술에 취하고, 음악에 취하고, 시에 취하니 세상 부러울게 없는데,

내곁에 벗이 없으니, 그것이 옥의 티다.

잠에 취하면, 꿈속에서나 벗이 나타날까...

펼쳐놓지않은 돚자리를 베개삼아 스르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지저귀는 산새소리에 잠이 깨었다.

산그늘이 길게 드리워진걸 보면, 꽤나 오래 잠이 들었던것 같다.

모처럼 숙면을 취했다.

이제 다시 저 불구덩이로 내려가야할텐데,

푸른산의 정기을 받았으니, 아마도 한 일주일정도는 잘버텨내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해보면서, 빈자는 오늘도 이 화끈하고 정열적인 여름밤과 맞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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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일진 2012-07-24 20:50:07
답글

아...멋집니다..<br />
<br />
단 옆에 모네 여인같은 친구가 없음이 아쉬울 뿐....^ㄴ^

harleycho8855@nate.com 2012-07-24 21:01:33
답글

일진을쉰... ㅋ그나마 얻어먹던밥도 못얻어먹고, 그예 &#51922;겨나는꼴을 보시렵니까..ㅠㅠ

goyeob@yahoo.co.kr 2012-07-24 21:21:46
답글

멋진 글입니다. <br />
<br />
태조산이면 천안이신것 같은데 부럽네요.<br />
<br />
저도 견디기 힘들게 더운날 한번 근처 태학산이나 올라가 봐야겠습니다.<br />
<br />
얼린 막걸리 챙겨가지고 ㅎㅎㅎㅎ

harleycho8855@nate.com 2012-07-24 21:47:02
답글

윤상달님... 안녕하세요? 천안에 거주하시는군요..반갑습니다.^^<br />
태학산은 딱 한번 가봤습니다. <br />
산위에 절이 있었던것 같은데, 절 이름은 잘 생각이 안나고, <br />
절옆에 있는 바위동굴을 인상깊게 봤던 기억이 나네요.<br />
저의 집과는 거리가 있어, 이후로는 못가봤습니다..

이종호 2012-07-24 21:57:15
답글

먹집니다....<br />
<br />
인근에.. 바로 지척에... 걸어서 5분이면... 아니, 도로만 건너면 바로 수락산인데<br />
그 수락산까지 갈 용기가 나지 않아 집에서 으뜸부끄럼 가리개만 가리고 <br />
이리저리 뒤척이다 냉장고에서 아이스바 하나 꺼내 물고 있어도 시원치 않아<br />
김치냉장고 안에 두었던 캔맥주 하나 꺼내 엄니께서 잘 담가주신 오이지에 얼음 얹어 안주삼아<br />
한잔 빨고 나니 세상이 돈짝 만

harleycho8855@nate.com 2012-07-24 22:04:12
답글

종호을쉰... 자게에 보고도 않으시고, 며칠동안 혼자 휴가를 살짝 다녀오시면, 안되지말입니다.<br />
을쉰께서 모네그림 속편 쓰라고 하셔서, 눈알 빠지게 써놨더니, 보지도 않으시고.. ㅠㅠ..ㅡ,.ㅡ^

이종호 2012-07-24 22:12:08
답글

깔끔쟁이 창연님...ㅡ,ㅜ.^ 어제와 그제는 특히, 주말은 마님의 사거리 안에 있어야 하기 땜시 와싸다금지임더.<br />
시방 모네그림 속편보러 가게씀돠...익스끼유즈 미...ㅠ,.ㅠ^

harleycho8855@nate.com 2012-07-24 22:19:45
답글

종호을쉰... 감상문 A4용지 한 장 빽빽히 채우셔야함돠..... 두 장 부르려다 한 장으로 깍아드린검돠.. ㅋ ㅋ

이종호 2012-07-24 22:30:31
답글

제가 방금 들어가서 장문의 모네그림 ver 2.0을 읽어봤습니다.....참 수고 많이 하셨더군요...ㅡ,.ㅜ^<br />
<br />
안돌아가는(?) 머리 굴리랴, 생각안나는 이름과 작품 &#52287;아내랴...무쟝 고생한 흔적이 역력하더군요....ㅡ,.ㅜ^<br />
<br />
글의 핵심을 교묘히(?) 피하면서 주변 삽화로 본질을 희석하려는 깔끔쟁이 창연님의 고도의 술수를<br />
<br />
높이 평가하는 바입니다.<br /

harleycho8855@nate.com 2012-07-24 22:37:46
답글

을쉰... 물찡이 함부로 나돌면, 고소고발조치됨을 익히 아실검돠.<br />
노안이 왔을수는 있지만, 고도의 술수를 부릴만큼 머리가 좋지 못함돠..ㅠㅠ<br />
걍 편안히 막깔리 한잔 드시러 오이소...........................^^

이종호 2012-07-24 22:48:00
답글

모네그림 없는 막꺌리는 해바라기 없는 고흐입니다...ㅡ,.ㅜ^

임대혁 2012-07-24 23:18:05
답글

음주하시고 오토바이 모시는것 위험해 보입니다...특히 오토바이는 본인의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쉬우니 귀찮으시더라도 버스 타세요

harleycho8855@nate.com 2012-07-25 00:31:12
답글

종호을쉰.. 제 눈에 보이는 모네그림은, 처음봤던 모네그림이나, 세월이 오버된걸 알게된 모네그림이나, 변한게 없습니다. <br />
제가 잘못봤을수도 있을지언정, 지금의 모네그림과, 지금전의 모네그림과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br />
물론 제가 미적기준을 판단할수 있는 수준이 전문인이 아닌만큼, 제 눈에 보이는만큼만 글을 썼겠지만, <br />
진정한 미를 보시려고한다면, 원작 그림이 전시되있는, 파리로 가셔야하겠지요. <br

이종호 2012-07-25 10:02:43
답글

창연님^^ 저의 반어법(?) 적인 댓글을 진짜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신 거 같아 지금 안절부절입니다...ㅠ,.ㅠ^<br />
생각치 않았던 창연님의 미술에 대한 박식함에 내심 놀랐기에 은근히 함 놀려볼 생각으로 일부러 그리<br />
쓴 것을 너무나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시고 이리 댓글을 달아 버리시니 도리어 제가 죄송스럽고 송구스럽습니다.<br />
저는 미술에 대한한 무지에 가깝습니다..아는 것도 정말 없습니다. <br />
창연님께서 진

harleycho8855@nate.com 2012-07-25 11:29:44
답글

<br />
종호을쉰... <br />
장문의 귀한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br />
모네그림에 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말은, 더이상 모네그림에 관한 내용으로,<br />
본문글을 쓰지 않겠다는 뜻이었습니다. <br />
을쉰이 죄송할거 없습니다.<br />
제가 처음 모네그림이야기를 이 곳에 올렸던 이유는, <br />
우리 사는 이 각박한 세상에, 이런 좋은 사람도 있더라 였는데,<br />
글이 진행될수록 모네여인에 촛

이종호 2012-07-25 15:31:59
답글

깔끔쟁이 창연님^^ 너그럽게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br />
<br />
바뜨. 그렇다고 아주 모네그림을 지워버리는 것은 제가 용납(?) 할 수 &#51022;씀돠....ㅠ,.ㅜ^

염일진 2012-07-25 17:28:35
답글

내가 먼저 모네 여인을 만나러 창연님과 같이 가기로 했는 거 아닙니꺼???<br />
종호님은 그담에.....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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