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ted Link: http://blog.ohmynews.com/bigblue/475083
지난 21일, 행언련·언소주·진알시 세 단체가 함께하는 언론소비자학교가 경남 거창의 산골마을 귀농학교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열렸습니다.
첫날 초빙강사로 참여한 미 존스홉킨스대학의 서재정교수는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의 최종보고서에 숨겨진 천안함의 진실에 대하여 군더더기를 일체 배제한 쉽고 명쾌한 강의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더 이상 정리가 불필요한 단순명쾌한 강의였지만, 복습을 겸하여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 제2회 언론소비자학교에서 '천안함의 진실과 과학:합조단 데이타로 본 진실' 강의를 하고 있는 서재정 교수
합조단 주장의 3단계 논리 구조
1. 천안함 파손은 ‘근접수중폭발’에 의한 것이다
2. 근접수중폭발은 ‘어뢰폭발’이다.
3. 폭발한 어뢰는 ‘북한제’이다
이 세가지를 연결하면 ‘북한어뢰가 근접수중폭발하여 천안함을 파손시켰다’는 것이 되고, 이것이 합조단 즉 정부의 결론입니다.
그런데 합조단 보고서의 사실조사 데이타와 실험 데이타는 그 결론과는 다르게 이 3가지를 모두 부정하고 있습니다.
서교수는 합조단 보고서상의 사실조사 데이타와 시물레이션 등 과학적 실험 데이터는 대부분이 아주 객관적이고 정확하다고 평가를 하면서, 합조단에 참여한 조사위원들이 자료와 데이터로 보고서 곳곳에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누군가가 전혀 엉뚱한 결론을 이끌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합조단 보고서상의 사실 및 실험 데이타에 따른 과학적 논리적 결론을 이야기 합니다.
합조단 보고서, ‘근접수중폭발은 없었다’
근접수중폭발에는 1)파편 2)충격파 3)버블효과 4)물기둥 5)고열의 다섯가지가 반드시 수반된다.
그러나 서교수는 합조단 보고서의 사실 및 실험데이타는 위 5가지 중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음을 입증합니다.
합조단 보고서는 쇠조각 등 채취수집하였지만 어뢰폭발에 의한 파편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충격파에 따르는 이비강부상 환자도 없었고 40미리 탄약도 잘 정리된 상태가 유지되는 등 충격파에 의한 혼란이나 찌그러짐이 전혀 없다는 점, 버블효과 시뮬레이션 결과 데이타도 천안함의 상태를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물기둥의 목격자가 전혀 없고 천안함이 동강날 정도의 폭발력이면 천안함 길이를 능가하는 거대 물기둥이 치솟고 천안함에 내리쏟아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물방울이 떨어졌다’는 승선자의 증언이나 외부 목격자의 전혀 다른 증언 등, 천안함 파손과 같은 정도의 폭발에는 3000도의 고열이 발생하지만 합조단보고서는 723도 이상의 열 이력은 없다고 말하고 있고 화상 환자는 없었다는 점 등
이와 같이 합조단 보고서의 사실조사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등 과학적 실험 데이터는 ‘근접수중폭발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로써 합조단이 주장하는 3단계 중 제 1단계가 스스로의 데이터에 의하여 부정이 되고 있으니 합조단의 주장하는 결론은 성립이 불가능한 억지 엉터리임이 분명해졌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근접수중폭발’이 없었으니 ‘근접수중폭발은 어뢰폭발’, ‘그 어뢰는 북한제’라는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지만 스스로 자살골 넣겠다는데 굳이 막을 필요는 없으니 계속 구경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합조단 보고서, ‘어뢰폭발 증거 조작?’
서교수는 ‘어뢰폭발’이라는 합조단의 유일한 증거는 ‘흡착물’뿐이라고 말합니다.
흡착물의 하얀 가루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어뢰폭발’로 생긴 물질이다.
즉, 천안함의 흡착물, 1번 어뢰 파편의 흡착물 그리고 폭발실험 결과 생성된 하얀 물질, 이 세 물질의 성분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교수는 여기에는 명백한 과학적 오류가 있다고 말합니다.
어뢰가 폭발하면 알루미늄산화물이 생기는데 합조단 보고서의 분석 데이터는 알루미늄산화물이 아니라 알루미늄수산화물이다.
합조단 보고서의 EDS(에너지분광) 데이터는 천안함 흡착물도 알루미늄수산화물, 1번 어뢰 흡착물도 알루미늄수산화물, 폭발실험 결과 생성된 물질도 알루미늄수산화물, 모두 다 알루미늄수산화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알루미늄수산화물이라는 물질은 폭발로 생기는 물질이 아니라 단순한 침전물이다.
합조단의 모의폭발실험으로 얻은 물질의 EDS 데이터는 폭발을 통해 얻어지는 산화알루미늄에서는 나올 수 없는 데이터인 알루미늄수산화물이고, 이에 대해 서교수는 ‘합조단 모의폭발실험에서 나온 물질의 EDS 데이터는 조작됐다’고 말합니다.
과학적으로 나올 수 없는 데이터가 보고서상에 버젓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은 조작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는꼼수다> '천안함편'에서 이승헌 교수(버지니아대, 물리학)가 ‘합조단 내 누군가가 산화알루미늄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했다. 그 인물을 알고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합조단 보고서, ‘선명한 파란색의 1번 글씨’
어뢰가 북한 것이라는 유일한 증거는 선명한 파란 매직글씨 ‘1번’이다.
이 글씨의 성분은 필기구회사 모나미에서도 생산하는 그 흔한 매직의 그것과 동일하며, 매직 성분은 170도 정도의 열이면 모두 연소되어 사라진다.
1번 어뢰의 파편을 보면 외부에 많은 녹이 보이고 이는 어뢰가 폭발할 때의 고열로 인해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어뢰의 외부에 도장하는 내열페인트(300~400도)가 모두 녹아서 산화되었기 때문인데, 수천도의 고열이 발생하는 어뢰 폭발에 내열페인트 보다도 훨씬 더 낮은 온도에서 연소되는 1번 매직글씨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모순적 현상이다.
서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너무나도 선명한 파란 색으로 남아 있는 ‘1번’ 글씨는 그야 말로 magic(마법,마술)입니다.
이로써 합조단이 주장하는 3가지 논리가 모두 다 자신들의 보고서에 담긴 사실조사 데이터와 실험 데이터로 과학적으로도 논리적으로 엉터리임이 입증되었습니다.
합조단 보고서의 사실조사 데이터와 과학적 실험 데이터는 ‘북한어뢰가 근접수중폭발하여 천안함을 파손시켰다’는 합조단의 결론을 명백하게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3번씩이나 철저하게 부정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합조단 결론 즉 정부 발표가 엉터리였다는 것은 명백해진 것입니다, 바로 합조단 보고서에 의해서.
<덧붙이는 이야기들>
우리는 여기서 왜 저런 데이터로 금방 들통날 모순된 결론을 내렸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되는데,
서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사고 5일 후인 2010년 3월 31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외부폭발'이었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천안함 사고 당시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었던 제프리 베이더가 최근 발간한 자서전에서 천안함 사고가 난지 5일밖에 안 되어 폭발 원인 규명은커녕 선체 인양도 안 된 3월 31일 이 대통령이 '외부 폭발'을 말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또 "북한에 책임이 있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었다"라고 언급해 북한 어뢰설은 '만들어진' 것에 불과함을 시사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천안함 침몰의 진짜 원인은?
그러면 천안함 침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요.
서교수는 천안함 사고의 진상 규명은 우리가 반드시 해내야 할 숙제라고 말하면서, 3가지 가설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이 가설에 대한 입증은 현재로서는 자료접근이 불가능하여 어렵다고 하며 자료접근만 가능하다면 한 달의 기간이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진실 규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합니다.
첫째, 좌초설, 선박이 긁히고 찢긴 자국을 보면 그러하고, 최초 보고에서도 좌초라고 했다
둘째, 원거리수중폭발설(기뢰설), 합조단은 3~6m의 근접수중폭발이라고 주장하지만 데이터는 그것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20~30m의 원거리수중폭발이라면 설명이 가능한 부분들이 많다. 70년대에 설치된 잔존 기뢰의 폭발가능성이 있다.
셋째, 충돌설, 합조단 보고서도 충돌설을 검토하고 있는데 해상에서의 충돌만 검토하고 아니라고 한다. 천안함은 배 밑바닥이 파손됐는데 왜 수중충돌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을까?
천안함은 사실은 두 동강이 아니라 세 동강이다. 선수와 선미, 그리고 가스터빈실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나갔다. 이 절단부분이 안쪽으로 밀려들어간 흔적이 있는데 이런 것은 좌초설이나 기뢰설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합조단의 버블효과 시뮬레이션에서도 100이면 100 선박이 밑에서 위로 찢겨지지 위에서 밑으로 떨어져 나가지는 않는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은 위 3가지 가설이 복합적일 수 있다. 위 가설들을 복합적으로 적용해보면 설명되지 않는 많은 합리적 의문에 대한 설명이 맞아떨어진다.
서재정교수의 천안함이 중요한 3가지 이유
본강의가 끝난 후 서재정 교수는 천안함이 우리에게 중요한 3가지 이유를 말합니다.
첫째, 진실규명이다. 천안함은 진실이 묻히고 묻히고 넘어간 우리의 과거 역사와 너무 닮았다. 소수의 수구기득권 세력이 묻히고 묻히고 묻힌 진실 위에 거짓으로 군림하고 다수의 국민들은 묻이고 묻히고 묻힌 진실 아래에서 고생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
둘째, 민주주의 훼손이다. 먼저 합조단내에서의 민주주의 훼손이다. 민간위원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데이터들은 대부분이 상당히 정확하다. 그러나 정반대로 결론이 내려졌다. 민주적 절차가 훼손되었다.
또 3권분립의 상호견제의 민주주의 기본 원리가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 정부가 모든 것을 진행하고 결론짓고 입법부는 국정조사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심지어 사법부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에서는 ‘천안함 믿습니까?’로 정부에 대한 충성도 검증이 이루어지고 결국 임명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정부와 국민의 관계이다. 국민의 합리적 의혹제기에 대하여 국가는 진실되게 답변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천안함에 대한 합리적 의혹제기에 대하여 ‘빨갱이’로 몰고 뒷조사를 하고 명예훼손 소송을 하여 입을 털어 막는다.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되었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천안함 진상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셋째, 남북관계 개선이다. 현재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으며 그 중요 계기가 바로 천안함이다. 천안함 북한 폭침을 이유로 정부는 ‘5.24 조치’를 내렸고 모든 교류가 전면 중단되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복원하기 위해서는 5.24 조치를 철회하여야 하는데 천안함의 진실을 묻어두고서는 철회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천안함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한국사회는 민주화 이후에도 유독 북한이나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말도 못하는 현상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데 천안함 사고에서는 시민사회가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이런 적이 없었다. 과거 독재정권의 마지막 성역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서재정 교수의 "민주적 합리적으로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이를 과거의 ‘빨갱이’ 논리로 막고 뒷조사를 하고 명예훼손으로 털어막는 것은 민주주의 훼손이다"라고 말이 강한 메아리로 남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