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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잃어버린 소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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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1 00:24: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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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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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잃어버린 소년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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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가입일자 :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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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간만에 볕이 따가웠습니다.
부랴부랴 귀가를 서두른 이유는 미루어 두었던 대청소를 하고 싶어서 였습니다.
눅눅하고 꿉꿉했던 요며칠 머릿속에서는 온통 그 꿉꿉한 것들을 다 날려
버리고 싶어서 였습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문이란 문은 다 열고, 바닥에 널부르져 있는 것들은
쇼파에 침대에 '한단 더 높은 곳'에 올려두고는 청소기를 돌립니다.
구석구석 어디 한자리 안 지나간 곳이 없도록...
와이프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티비 앞에 모셔 놓고는 아들은 화장실 들어가
걸레를 3장 빨게하고 저는 이 더운데 스팀 청소기까지 가동해서 기어이
뽀송이를 만들었습니다.
옷장이며 책상이며 테이블이며... 정말 그간의 먼지들이 엄청납니다.
시원하게 샤워하고 화장실 청소까지 끝~
날이 덥다보니 쇼파보다는 바닥이 시원합니다.
세 식구 간만에 바닥에 상펴고 에어콘 19도까지 내려놓고 삽겹살을 구워 먹는데
와이프는 고마운지 "술한잔 할까?" 합니다만 이 더위에 술마시면 그것도 스트레스
라고 마다했습니다.
나란히 깨끗하고 냄새도 좋은 바닥에 배깔고 셋이 티비를 한참 봤습니다.
갑갑한 뉴스시간 요리조리 피해서 각종 프로그램을 번갈아가며 보는데
T 체널에서 멈췄습니다. 여행전문체널...
바이칼 호수가 나옵니다.
눈섭에 고드름이 매달릴 정도로 알싸하게 추운 풍경.
이 더위에 정말 가고싶지 안은 곳이 될 순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 아빠 휴가는 어디로 갈꺼예요? "
" 글쎄다. 아직 정한데가 없는데... "
와이프 왈... " 가긴 어딜가 만사가 귀찮다. 예... "
사람에 치이고, 길 막히고, 더위에 지치고, 돌아오면 노독에 시달리고,
그래서, 와이프와 전 특히 휴가철에 어딜 가는 걸 싫어합니다만 아들은
당연히 가고 싶은가 봅니다.
" 예.. 넌 고모하고 속초 가기로 했다면서 거기나 다녀오고 말아라. "
" 엄마는 안가? 아빠는? "
" 엄마는 정말 어디 안가고 싶다. "
" 아빠도 정말 어디 안가고 싶다. "
매년 막내 여동생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직원들에게 콘도 이용권을 주는데 거의
아들은 거길 함께 다녀왔었습니다.
" 그래도 같이 갔으면 좋겠는데... "
더 새로울 것도 없고, 뻔히 고생길 이라는 걸 알기에 대답을 못 했습니다.
아들은 잔다고 들어가고, 둘이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 꼬맹이하고 같이 다녀오지? " 했더니 싫답니다.
" 어디 가보고 싶은데 없어? "
" 다 거기서 거기고 가봐야 피곤하기만하지 뭐.. "
한동안 미친듯이 참 많은 곳을 다녔었습니다.
연애할때 부터 없던 휴일도 만들어서 줄 곳 기습적인 여행도 많이 다녔거든요.
그러다가 얼마전 부터는 어디 길 나서는 것이 서로 달갑지 않아졌습니다.
" 그래도 어디 다녀오고 싶은데 있으면 이야기 해."
" 생각나면 이야기 할께... "
가게되면 가고 아니면 말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같은 반 친구중에 아버지가 미군부대 씨레이션 장사를 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집 마당에 가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미군부대 發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군용 씨레이션은 물론이고 미군들이 본국에서 가지고
왔다가 버렸을 것 같은 것들이 엄청나게 많았었습니다.
호기심에 그 산더미를 해집고 뭔가는 찾아내는게 너무 신나서 거의 그 친구 집에서
많이 놀았습니다. 그 즈음엔 '보물섬' 처럼 생각되서 어서빨리 학교를 마치고
친구집에 같이 가기를 매일매일 기다렸었습니다.
그냥 먹으면 닭과자인데 뜨거운 물을 부으면 닭고기가 되기도 했고,
전투식량 킷트를 얻어다가 동생과 먹기도 했었습니다.
미군 계급장을 달고 다니기도 했었습니다.
기발히기도 하고, 뭐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는 것들이 태반 이었는데, 분명
발견의 기쁨이 있었거든요.
' 호기심 ' 이란 것이 젊다는 반증 아닌가 생각되서 이야기 해 봤습니다.
요즘은 세상에 있는 것들 중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되어서 인지
크게 와 닿는 것들이 없습니다. 쿵 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 쯤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쇼핑 나갔다가도 그냥 돌아오고 그런 케이스도 많아졌고, 신형 출시에
기대하기 보다는 ' 뭐 별다른 거 있겠어. 좀 지나면 또 질리겠지 ' 하는 생각이
강해져서 큰 기대도 없이 살아갑니다.
이번 휴가도 그런 맥락 같습니다.
분명히 파악(길막히고...) 되는 것들 뒤에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 텐데...
그 분명한 것들이 거추장 스러워서 새로운 것을 접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갑자기 폭삭 늙어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
그래도 ' 철 없는 막내 며느리 ' 같은 것 보다야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
" 살다보면 아무것에도 꽂히지 않는 때가 온다. 그럼 나이 먹은 거다. "
하던 선배 말이 생각납니다.
세월이 소년을 중년으로 만들어 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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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느끼기엔 각 9살 ,,,,,그러니까 19세, 29세, 39세, 49세.......등등 딱 그시기에 몸도 마음도 많은 <br />
변화를 겪는 거 같습니다.<br />
예전 부터 아홉수 라는 말이 있듯이 제경우엔 정말 그러네요....ㅎㅎ<br />
<br />
남자는 왠만해선 늙지 않죠....철이 안들었기 때문 일겁니다. 그래서 전 아직도 (일부러?) 철없는 행동을<br />
가끔합니다.<br />
제 기준엔 늙음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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