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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라이즈 개봉즈음해서 올리는 다크나이트 리뷰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2-07-17 01:22:18
추천수 3
조회수   1,376

제목

다크나이트라이즈 개봉즈음해서 올리는 다크나이트 리뷰

글쓴이

용정훈 [가입일자 : 2002-04-27]
내용
TDKR 개봉 직전이라 그런지 유선방송에서 다크나이트를 방영해주더군요. 간만에 다시 재미있게 시청하고 끄적거렸는데 생각보다 기네요.^^; 심심하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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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옵티콘을 부수고 나아가는 혼란의 씨앗- 다크나이트 리뷰







배트맨은 타락과 악이 창궐하는, 고담시라는 수용소의 간수다. 그러니까 고담시는 배트맨이 악당들을 잡아 수용하는 아캄 정신병원의 확대판인 곳이다. 배트맨은 이 수용소의 질서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기 바란다. 그는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하려 하는가?







다크나이트에서 놀런은 배트맨에게, 영국의 고명한 공리주의 사상가였던 밴담이 상상했던 환상적인 수단을 제공한다. 밴담이 상상했던 판옵티콘은 완벽한 교도소였다. 원형으로 배열된 교도소의 방들은 중심을 향해 개방되어있으며, 중심은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차단되어 일방적인 감시환경을 제공한다. 판옵티콘에서는 실제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는 시간에도 늘 감시받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수감자들은 이러한 감시를 내면화할 수 밖에 없다. 실제 감시가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수감자들은 피감시자의 행동규범을 "자율적으로" 부과한다. 밴담의 판옵티콘은 고래로부터 정치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냉전시절 동구의 비밀경찰부터 북한의 5호담당제까지, 미국의 메카시즘으로부터 박정희 정권의 온갖 정보부 놀이까지, 그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그들의 통치국가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기를 원했다.(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땅에서는 대부분의 민주주의국가에서는 부도덕하고 시대착오적인 민간인 사찰 따위를 별일 아니라는 듯, 초법적으로 운영해왔다. )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은 고담시민들의 휴대전화에 전파탐지기를 통해, 비밀리에 원하는 모든 곳을 감시하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힌다. 그는 원하는 모든곳을, 자신이 원하는 때에 감시할 수 있다. 그의 기술자인 루시우스 폭스는 이러한 배트맨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의 행동에 동참한다. 배트맨은 고담시를 자신의 정의가 항구적으로 지배하는 곳으로 만들 물적 조건을 확립해 놓은 것이다. 배트맨의 이러한 욕구는 그의 새로운 수트를 통해서도 암시된다. 이 영화에서 원래 배트맨의 수트는 고개를 돌릴 수 없었지만 그는 새로운 수트를 통해 마치 판옵티콘의 감시자처럼 원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한다. 배트맨은 이 수트를 한동안 미묘한 눈길로 바라본다. 아마도 이러한 기반위에서 운영되는 권력은 그곳을 지배자의 의도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전체주의적인 모습으로 바꿔나갈 것이다. 그 침범불가능한 절대권력을 꿈꾼다. 그는 자신을 흉내낸 자경단원들을 범죄자와 똑같이 대우한다.(이는 모든 정치적 권력을 독점하는 근대국가의 정부형태가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누가 이 쇠감옥을 부술 수 있는가?







조커가 출했했을 때, 고담시를 양분하고 있는 배트맨과 마피아는 그의 존재를 무시한다. 배트맨은 조커를 뒤로 제쳐둔 채, 마피아의 소탕에 골몰하고, 마피아는 배트맨을 없에겠다는 조커의 제안을 무시한다. 그의 능력과 요구는 그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제안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커는 곧 무섭게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며 배트맨과 마피아로 하여금 자신을 의식하게 만든다. 첨단장비로 무장한 배트맨이나 무시무시한 조직력과 권력과의 유착관계를 자랑하는 마피아와는 다르게, 그가 애용하는 것은 가솔린과, 다이너마이트, 그리고 화약이다. 조커의 말대로 이것들은 값이 매우 싸다. 그런데 조커는 이 단순한 무기들로 마피아와 배트맨 모두를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논다. 조커가 그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가장 큰 비밀은 그가 바로 혼란과 무작위성의 현현 바로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조커의 두 가지 주요한 요소는 무작위적 혼돈과 되돌리기(카드놀이에서 일반적으로 조커가 가지는 기능)이다. 조커는 마피아에게 댓가로 받은 돈을 모조리 불에 태운다. 이는 마치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축제인 포틀래치와 비슷하다. 포틀래치는 일정한 기간마다 벌어지는 낭비적인 축제로서, 이 낭비를 통해 빈부의 격차와 갈등을 해소함으로서 사회유지에 기여한다. 세계 도처의 전통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낭비적 축제나, 자본주의 의 필연적 사이클인 대공황은 모두 이 비슷한 기능을 가진다. 혁명도 마찬가지다. 모든 자생적이고 중요한 정치적 혁명은 한계의 다다른 사회적 역량을 일신하고 최초의 디폴트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유용한 방법론이다. 그러니까 사회의 질서를 헤치는 암적인 존재인 조커는 사실 지속적인 사회를 위해 필수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완벽하게 작동되는 기게적 질서는 유기체나 사회의 내부에서 발생되는 긴장과 피로, 누적된 모순을 견디지 못한다. 오로지 이러한 되돌리기만이 유기체나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







마피아나 배트맨은 모두 합리적인 존재다. 배트맨은 자신의 이상에 부합하는 고담시의 정의와 질서를 위해, 마피아는 자신들의 세력확장과 지배를 위해 "합리적"으로 계획을 세운다. 그들의 목표는 서로 상충하기 때문에 충돌하지만 그들은 마치 체스를 두는 경기자처럼, 자신의 방법론을 관철한다는 점에서는 동류이다. 그들은 왠만해서는 자신의 목표와 방법론을 재고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 조커가 등장한다. 그는 달리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따라서 그러한 목표를 현실화할 방법론도 지니지 않는다. 그는 예측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힘을 얻는다.







그의 과거는 불활성 과거의 총합이다. 불활성 과거란 증명할 수 없지만, 가능한 모든 과거를 의미한다. (8이라는 수가 어느 두 자연수의 합이라면, 8은 4개의 불활성 과거를 가지고 있다.) 조커가 찢어진 입을 가지게 된 사연은 그때그때 바뀌고, 그는 그렇게 고정된 과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그의 행동패턴은 예측할 수 없다. 만약 프로파일러가 조커를 분석한다 할지라도, 그는 뭔가 의미있는 정보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혼돈과 무질서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배트맨은 질서와 공권력을 더욱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그가 이 게획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내놓은 것은 바로 고담시의 살아있는 정의, "빛의 기사"인 검사, 하비 덴트다. 하비 덴트는 배트맨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권력의 체화다. 정의롭고 희생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합리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덕목을 갖췄다. 예를 들면, 그는 양면이 모두 앞면인 동전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렇게 우연성을 믿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어떤 사건이란, 자신의 계획을 통해 모두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다. 그는 예외와 편법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한 조직을 통해 악과 맞서는 고든을 무섭게 질타한다. 배트맨은 자신의 모순적인 행동에 대한 회의때문에, 완전하고 흠없는 세계를 건설 할 수 있다는 환상을, 하비덴트를 통해 실현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 된다. 하비 덴트와 배트맨이 원하는 세상은 영원히 완벽한 무균실 그 자체이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은 혼돈의 화신인 조커를 통해 제압당한다. 배트맨-하비 덴트-고든이 치밀하게 계획한 조커 생포게획은 오히려 조커에 의해 역이용된다. 배트맨-덴트-고든은 자신들이 세운 복잡한 계획을 충분히 통제할 수 없었다. 조커가 그 계획을 세우고 이용한 것이 아니다. 마피아와 고담시 공권력의 대립에서 이미 균열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커는 단지 차를 뒤쫓는 개처럼 뛰어들었을 뿐이다.







배트맨은 그러나 이미,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라는 개념이 환상임을 알고 있었다. 그 자신의 태생부터가 공권력의 어두운 면에서 탈법을 통해 불법과 맞서는 어둠의 기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트맨은 자신의 그러한 불합리성과 혼란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조커의 트레일러가 뒤집혀지고, 배트맨이 조커를 향해 배트포트를 몰고 충돌하기 직전에 배트맨은 충돌을 회피하고 치킨게임의 패배자가 된다. 이것은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 모습을 보는 조커의 눈은 승리자의 그것이라기 보다는, 뭔가 애석해보인다. 만약 배트맨이 조커와 그대로 충돌해버렸다면 어땠을까? 혼란의 가치를 배트맨이 자신 안에 받아들이고 긍정할 수 있었다면.







배트맨이 추구하는 세상은 너무나 질서정연하고 완벽해서 뭔가 변화의 여지가 없는 곳이다. 이것은 흡사 근대적 기계장치와 비슷하다.(혹은 기독교 세계관의 천국과도 비슷할 것이다.) 내연기관이나 방적기 등등, 그 모든 기계장치들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혹은 현재 환경에 더 적합한 해결책을 산출하지 못한다. 현재 환경에 적합하지 못하거나 환경이 바뀌면 그러한 기계장치들은 쉽게 망가지고 만다. 그러나 생명이 이러한 기계장치와 다른 이유는 바로, 언제나 일정비율의 돌연변이와같은 혼돈시스템을 자체내장하고 있어서, 질성정연하고 완벽하게 닫힌 알고리듬과는 다르게 혼돈을 통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 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채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진화의 과정이 하나 제시된다. 처음 조커가 은행을 터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하나의 조직으로 뭉친 조커 패거리들은 서로가 서로를 적대하며 죽여나간다. 이것은 습사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이다. 만약 이들이 1회성 프로젝트를 위해 뭉친 팀이고 다시는 서로 얼굴을 볼 일이 없다면,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는 상황은 필연적이다. 왜냐하면 신의를 지키는 사람보다 먼저 배신하고 이득을 챙기는 쪽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영화 후반부에서 동일한 상황이 또 한 번 제시된다. 조커는 두 척의 배에 죄수와 일반 시민을 태우고 서로를 먼저 타격할 수 있도록 기폭장치를 준다. 먼저 상대를 배신하는 자가 생존한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먼저 상대의 배를 폭파시킬 기폭장치를 누르는 것이다. 일반시민이 탑승한 배 안에서 벌어진 투표의 결과도 이러한 합리적결과에 부합된다. 그들은 투표를 통해 기폭장치를 누르기로 결의했던 것이다. 합리적으로 생존을 꽤하는 존재라면, 그런 상황에서 기폭장치를 누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예상을 뒤없는 돌연변이들이 출현한다. 기폭장치를 누르기를 주저하는 책임자에게 강압적으로 기폭장치를 건내받은 죄수는 그 기폭장치를 바닷속으로 던져버린다. 다른 배에서는, 가장 강경하게 기폭장치를 누르기를 주장했던 시민은 고민끝에 그 기폭장치를 누르지 못하고 내려놓는다. 합리적인 결정에 반하는 의외의 행동이 나은 원-원게임의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다. (조커는 영화가 진행되는 곳곳에 그러한 비합리적 행동을 인상적이게 새겨넣는다. 그는 돌진해오는 배트맨 앞에 맨 몸으로 맞서고 하비 덴트에세 총을 건내주고, 자신의 생사를 맡긴다. 배트맨이 자신을 빌딩 위에서 추락하도록 했을 때는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기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종류의 사건이 이미 생명의 장구한 역사에서 출현한 적이 있다. 악어와 악어새. 청소고기, 인간이나 다른 무리동물의 협력은,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상대와의 거래에서 필연적으로 출현하는는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이다. 이러한 행동들은 아마도 돌연변이를 통한 수많은 자연의 실험을 통해 생겨났을 것이다. 자연은 보통 이렇게 값비싼 댓가를 치르고 얻은 결과물들을 보수적으로 보존하지만, 상황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방법론을 무수한 실험을 통해 찾아낸다. 돌연변이- 즉 혼돈은, 바로 그 창조 실험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조커, 즉 그가 상징하는 혼돈, 혹은 배트맨이 그렇게 자신으로부터 분리해서 떼어놓으려 했던 어떤 것은, 바로 창조와 적응의 필수적인 요소였던 것이다.







결국 빛과 질서의 화신이었던 하비 덴트는 조커의 논리에 굴복하고 조커의 어둠을 내면화한다. 그의 동전과 얼굴은 빛과 어둠을, 질서와 혼돈을 모두 갖춘다. 이렇게 배트맨의 빛의 자아이며, 그림자와 분리되었던 불완전한 하비 덴트는 비로소 완벽한 존재인 투 페이스, 재벌인 동시에 폭력배, 법의 수호자인 동시에 무법자인 배트맨으로 온전하게 되돌아온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완결지었으므로 죽어야 한다.







영화 다크나이트는 이렇게, 투페이스 하비 덴트와 조커를 를 전면에 내세운 배트맨의 정신적인 오디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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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2012-07-17 07:07:44
답글

날카롭고 디테일한 해석 대단 하십니다......<br />
이정도로 깊게 생각 못했었네요...

박태희 2012-07-17 08:31:09
답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반만 봤나봐요. ㅎㅎㅎ

박재영 2012-07-17 09:16:08
답글

잘 읽었습니다.<br />
<br />
이런 글 쓰려면 무슨 공부 해야 하나요 ㅜㅜ

이종호 2012-07-17 09:18:50
답글

난 죽었다 깨도 이런 분석적인 글 못쓸게 당연하고 당연시합니다...ㅡ,.ㅜ^

김종백 2012-07-17 10:53:37
답글

영화리뷰를 가장한 논문이군요;;;;; ㄷㄷㄷ

이익상 2012-07-17 12:59:48
답글

대단하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br />
<br />
근데...<br />
TDNR이 The Dark Night Rises의 약자로 알고 쓰신 것이면...<br />
Night가 아니라 Knight 아니던가요? ㅎㅎ

용정훈 2012-07-17 17:08:43
답글

이호님, 태희님, 재영님, 종호님, 종백님, 익상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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