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새벽등산길 귀신이야기 글을 보니 생각이 나서...
국딩(지금은 초딩이라고 하죠)시절,
저의 집은 본동네에서 꽤 멀리 떨어진 외딴 집이었는데,
꼬불꼬불 산길이 어린 걸음으로 삼사십분은 걸어야 하는 거리였습니다.
(지금은 큰 길이 되었고... 그렇게도 멀기만 하던 길이 맞나? 싶습니다)
중간에 낮에도 그늘진 키 큰 소나무숲,
누구네가 빠져죽고부터 귀신이 나온다는 저수지,
술 한잔 한 김씨가 외다리 도깨비와 밤새 씨름을 했는데 해뜨고 보니 몽당빗자루가 옆에 있더라는 이야기,
사람이 살지 않아 오랫동안 비어 있는 빈집...
등등이 매번 어린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곤 하였지요.
유난히 책을 좋아하였던 저는
도서관에 늦게까지 홀로 남아 책을 읽다가 늦어지면 빌려가거나...
빌려가다가 길가에 앉아서 어둑어둑해서 글씨가 안보일때까지 책을 읽곤 하였지요.
양 손에 작은 돌멩이를 꼭 쥔 어린 국딩의 머릿 속은 온갖 무서운 이야기로 점점 가득차고
집에 도착하면 손바닥과 등에는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곤 하였지만 책읽기는 계속되었고,
어느 날 접한 한 책에서 어린 주인공이 도깨비불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도깨비불과 뛰어다니며 같이 노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이후로는 도깨비불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꾸물꾸물 흐리며 진한 안개가 끼거나 한 날 밤에
바닷가에서는 혼불(도깨비불)이 날라다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제 고향동네도 바로 앞에 바닷가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거기에 더하여 어른들이 들려주는 도깨비와의 사투이야기 등등
어린 마음에 얼마나 무서웠던지 저 멀리서 유영하는 혼불이 보이는 흐린 날이면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아 방문을 꼬옥 걸어잠그곤 하였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또 이런 날 밤에 공동묘지 근처를 지나거나 묘지 근처를 지나면 무덤이 푸르스름하게 빛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위로 허연 형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곤 하였지요.
생긴지 얼마 안된 무덤일 수록 더 진하게 피어오르니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책속의 어린 주인공은 이런 것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같이 놀면서 무서워하는 다른 친구들을 놀리고 놀라키는데...
물고기, 조개 등이 많이 죽은 바닷가나 사람의 무덤에서는 인(P)이 많이 있고
이것이 날씨가 흐린날은 흗어지지 않고 뭉치게 되는데... 이게 밤에 빛을 발하고,
사람이 뛰어가면 등뒤의 공기흐름에 의해 사람을 쫓아갑니다.
빨리뛰면 빨리 쫓고 뒤돌아 보면 막 쫓아오고...
무서워서 정신없이 뛰다보면 넘어지거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하여 사고가 나는데
심한 경우 사망사고가 되기도 하고... 바로 도깨비에게 홀린 사고가 되는겁니다.
아래 새벽등산길 귀신 목격담도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축축하게 안개낀 공기속에서는 자기 발소리가 울려서 남의 발소리처럼 들릴 수 있고,
짙은 안개는 지나갈 때 흩어졌다가 다시 몰려듭니다.
빨리 지나갈 수록 빠르게 흩어졌다가 빠르게 더 많이 몰려들고...
천천히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지만 빨리 돌아보면 얼핏 사라지는 허연 것이 보이고...
여기에 심리적 작용까지 더해지면... ㅎㄷㄷㄷ
별 내용도 없는 이야기가 한참 길어졌는데,
요는 귀신이나 도깨비가 실제로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하겠지만
실제로 사람을 직접 해꼬지하는 것은 사람 혹은 다른 동물 등 살아있는 것이고
도깨비나 귀신이 직접 해꼬지를 하였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으니,
그러나 당황하여 허둥대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침착하게 조심하시라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험한 산속이나 바닷가에서는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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