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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번째'…청와대는 경악 속 '초토화'
저축은행의 재앙 청와대 또 덮쳤다 … 김희중 전격 사의
MB 15년 보좌 ‘문고리 권력’
“돈 안 받았다 … 도의적 책임”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비서관)이 13일 사의를 표명했다.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김 부속실장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해 검찰이 내사 중이란 의혹이 검찰 주변에서 제기된 이후다.
김 부속실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쯤 민정수석실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지만 제 이름이 거명된 것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오전 9시쯤엔 “김 부속실장이 최근 휴가 중인데 (검찰 내사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5시간여 만에 김 부속실장의 입장이 사의로 굳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김 부속실장과 임 회장이 알고 지내는 등 오해를 살 만한 정황이 있어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임 회장에게서 (돈을 줬다는) 진술을 받은 적도 없고, 수사를 진행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사정당국과 임 회장 주변에선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0년께 임 회장이 김 부속실장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 부속실장은 15년간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였던 최측근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 출범 때부터 청와대 제1부속실장으로 있다.
청와대의 각종 보고서류와 대통령 일정을 관리해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부속실장 가운데 김영삼 대통령 시절 장학로 부속실장이 1996년 부정축재로 단죄를 받았고,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3년엔 양길승 부속실장이 청주 나이트클럽 술자리 향응 논란으로 중도 하차했었다.
"엄중히 처리"하라던 MB에 청와대는 '초토화'
청와대, 부속실장 사의에 충격
지난해 5월 대선 캠프 참모였던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부산저축은행 금품 수수설이 나오자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찾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고 철저하게 처리하라”고 격하게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주문 이후 14개월이 흘렀다. 검찰의 칼날은 이 대통령 주변, 특히 청와대를 초토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철저한 수사 지시가 오히려 이 대통령을 겨누는 모양새가 된 거다. 당초 여권에선 “검찰 수사 과정에서 상호신용금고를 저축은행으로 바꿔준 이전 정권의 특혜도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부실 저축은행의 퇴출 저지 로비가 부각되면서 전 정권보다는 이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연이어 낙마하고 있다.
13일엔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사의를 표하는 일이 벌어졌다. 저축은행 사건으로만 청와대 출신으로 5번째고 친·인척까지 포함할 경우 7번째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김 부속실장은 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필하는 참모다.
청와대에서 가장 먼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이는 김해수(전 정무비서관) 당시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이었다. 그는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과정에서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1심에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현직 중엔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첫 케이스였다. 그는 지난해 9월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맡았던 로비스트 박태규씨로부터 1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자 사표를 냈다.
지난 12일엔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지낸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이 2008년 초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08년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일했던 금융위원회 A과장도 최근 임석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친·인척 중엔 이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이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2심 재판 과정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다가 판사로부터 “영부인의 친척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했는데도 경솔하게 처신해 누를 끼치고,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받아 국민이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는 질책을 들었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도 10일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의 형으론 첫 구속이었다.
이런 지경에 이르자 청와대는 망연자실한 모양새다. 이상득 전 의원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김희중 부속실장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되자 경악해 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11일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가 이제 정상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아무런 언급을 않고 있다고 한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상득 전 의원의 구속을 두고 “이 대통령이 얼마 전 현 정권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했다”며 “친형이 구속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오늘이라도 빨리 사과하고 친형이 아주 엄하게 재판을 받아 대가를 치르도록 공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의 요구대로 청와대에선 이 전 의원이 기소되는 시점에 이 대통령이 사과하는 방안이 검토됐었다. 하지만 “이상득 전 의원이 끝이면 좋지만, 끝이 어딘지 모르는데 사과할 수 있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이 전 의원이 ‘끝’인 줄 알았던 순간 김 부속실장 연루의혹이 터져 나왔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