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 형님이 계시는데,
내삶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분이다.
어느날 담배를 끊었다고 호언장담하시기에, 이렇게 얘기했다.
" 아니 그 어려운걸 어떻게 끊어요?
나두 시도했다가 갑자기 스트레스받는 일이 생겨, 8 개 월 만에 다시 피웠는데... "
" 아냐 난 다른사람들과 틀려.. 한번 한다면 해. 한번 지켜봐~ "
" 그래요? 성공하신다면 정말 축하할 일이죠.
형님이 진짜로 한 달 만 참고 안피신다면, 제가 한 달이 되는날, 축하주 한 잔 사지요~ "
" 정말이야? "
" 정말이고 말고요... 제가 언제 거짓말 하는거 봤어요? "
" 하긴 그래~ "
이렇게 해서 한 달이 지났다.
정말 담배피는 모습을 한번도 못봤다.
호주머니에 사탕을 넣고 다니며 까먹고,
그 가짜담배 금연초를 연신 빨아대는걸로 봐서는, 참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것 같았다.
근데 뭔가 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점이 느껴진다.
평소의 모습은 후덕하고 농담도 잘하는 분인데,
대화를 할때면 전에 비해, 타인에 대해서 불평이 많아지고,
화를 내는 등 매우 까칠하게 반응 하신다는거다.
어쨋든 약속은 지켜야했기에 축하주를 사기로 했다.
간만에 마련되는 술자리이다보니 달랑 둘이 마시는거보다는,
평소 다들 알고 지내는, 지인 몆 분 더 자리하는 것도 괜찮을듯 싶어,
두 분을 더 불러내어, 네 명이 만나기로 했는데,
이 분 들 중 한 분이, 자기집 근처에 해물찜을 잘하는 집이 있다 해서,
그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예약된 식당을 찾아가니, 서빙하는 아지매가 내실로 안내해준다.
따라 들어가보니,
우와!
대빡큰 사기접시에 구미가 확 당기는 해물찜이,
모양도 정갈하고 이쁘게 차려져 있다.
게다가 칸칸이 나눠진 방이라, 주위의 소음도 안들려,
호젓하게 대화하며 마실수 있으니, 분위기 또한 딱이다.
먼저 와 계시던 그 형님과 지인 한분이 내가 들어가자,
자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나 하며,
두껍이마개를 비튼다.
잠시후 나머지 한 분이 들어오자, 본격적으로 술판이 벌어졌다.
뭐니뭐니해도 식당의 덕목은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
바다내음이 물씬 풍기는 꽃게살과, 탱글거리는 낙지다리의 씹힘과,
입안에서 톡 터지는 미더덕의 맛에,
가히 정신이 혼미해 진다.
더구나 서빙아지매는 연신 들낙거리며,
먹기좋게 가위로 꽃게를 잘라주기도 하고,
떨어진 반찬을 바꿔주기도 하는 등 친절 또한 특급이다.
40 대 초반의 육덕진 몸매의 이 아지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옆에 착 달라붙어, 한 잔 따라드릴께요 하며 술까지 따라준다.
나는 성격상 여성에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은 아니다.
나잇살이나 먹은 사람이,
얼굴좀 반반하다 하여 추근대는 모습을 보면, 영 좋아 보이지 않기에,
남이 나를 보는 시선 또한 같을거라 여겨져,
언행을 조심하는 편이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어쨋거나 한 잔을 받았으니, 돌려줘야 한다.
" 한 잔 드시겠어요? " 하니,
" 네~ " 하며, 기다렸다는듯이 잔을 받는다.
입술을 살짝 적시고 잔을 내려 놓더니, 나를 보며 미소 짓는데...
윽!
색향이 진동을 한다.. ㅠ ㅠ
바로 옆에 앉아 있으니 피할 곳도 없고, 그렇다고 미소 짓는 여인에게,
그만 나가주세요 하며, 무안을 줄 정도로 간 큰 위인도 못된다.
아마도 이 아지매는 남자끼리 온 손님이면,
적당히 기분을 맞춰 드리며 팁을 받기도 하고, 뭐 그런 분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술이 몆 순 배 더 들어가자,
점점 대화의 농도가 짙어지는게 거의 19금 수준이다.
수줍은듯 얼굴을 붉혀가며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그 입에서 조물조물 흘러나오는 내용은, 끝내 박장대소가 터지는 음담패설 이다.
그 와중에도 자기가 해야할 일은, 잊지 않고 다 한다.
철판냄비를 가져와 주걱으로 다글다글 저어가며 밥을 볶는데,
노릇노릇 밥이 볶아지고, 누룽지 익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볶음밥을 조금씩 그릇에 담아 나눠 준다.
모두들 식사하는데 열중하고 있을 무렵,
이 아지매 철판냄비바닥의 누룽지를 긁어 접시에 담더니,
각 각의 자리에 놓아 준다.
한참 밥을 드시던 형님은,
농익은 대화의 여운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던지,
식사를 하다말고 이 아지매를 향해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 나는 어때보여요? "
" 뭐가요? "
" 잠자리요~ "
이 형님은 얼마전 윗니 치아가 하나 빠졌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 해넣지를 않아,
대화를 하거나 웃을때 보면 좀 영구처럼 보인다.
그런 형님의 말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 아지매 왈,
" 응.. 이 빠진 호랭이 같네요~ "
순간 형님의 낯빛이 어둡게 변한다.
시간이 멈춘듯 침묵이 흐른다...
공기가 싸하다.
형님이 입을 여신다.
" 그만 일어서지~ 가자구. "
그때 옆에서 식사를 하던 지인이,
" 아니 왜요? "
" 아 내가 좀 피곤해서 그래. "
형님 말한마디에, 밥을 먹고 있던 우리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뻘쭘한 기분으로 계산을 끝내고 밖에 나가보니,
세 사람이 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형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 그여자 말을 너무 함부로 하네~ "
" 그러게요.. 좀 그렇긴하네요. "
우리 세 사람은 모두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평소답지않게 이런일로 삐칠 분이 아니란걸 아는데다,
다들 형님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라,
어쩌구저쩌구 할 상황이 아니다.
" 미안해! 오늘 좀 내가 피곤하네... 이만 가보께~ " 하며,
택시를 타고 휑하니 사라지신다.
30 분 전 만 해도 호탕하게 웃었는데 왜 저러실까?
그 아지매도 그렇지, 기왕 분위기 맞추느라 애썼으면 끝까지 잘 좀 하시지.. ㅠ ㅠ
그나저나 아지매한테 수고비를 좀 드린다는게, 경황이 없어 그냥 나와버렸네...
그건 그렇다치고, 그 아지매가 긁어준 누룽지는 내가 젤로 좋아 하는건데,
숟가락도 못대보고 나왔다.
내 누룽지는 어데가서 찾는단 말인가?
시장대포집 보다는 비싼 집이라, 자주 가 볼 수 있는 집도 아니거늘... 쩝~
이후로 형님의 금연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아무리봐도 예전의 그 형님이 아니다.
피에쓰 : 왠지 이 글 올려놓고,
"와싸다에 음란을 일으켜 죄송함돠" 라는 사과문 올리는 1 호가 되는건 아닌지~
싸한 기운이...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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