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떻게 사는것이 바람직한 삶일까?
내게 이 질문을 한다면,
이러이러하게 사는게 정답입니다 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내 삶 자체가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데다 직업도 대여섯번씩 바뀌다 보니,
파란만장한 굴곡의 산을 몆 개 넘은 것 같다.
젊은시절 정말 열심히 살았다.
좌절을 겪고 실패를 거울삼아 부단한 노력을 했을 때, 결과가 좋으면 흔히들 성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헛고생 또는 삽질만 했다고 한다.
인생이 노력하는만큼 그 결과도 정비례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개인적으로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만큼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세속의 잣대로 봤을 때,
나 이 정도 되는 사람입니다 라고 당당하게 내세울만한,
그 무엇 하나 들이 댈 수 있는게 없다.
그저 멀리서 벗이 찾아 오면,
손수 감자를 갈아 감자전을 부치고,
막걸리 두어병 대접할 수 있는 정도의 위치에 서 있을 뿐이다.
이렇다 보니 누구에게, 이렇게 사는게 바람직한 삶입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처지도 못된다.
평소의 지론은,
젊어서 열심히 벌어 인생 후반부에 아내와 함께 여행도 다니고, 하고 싶었던 취미도 살리며,
풍요로운 삶을 꾸려보는 것이었지만,
현실을 돌아 보면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그렇지만 자기 하고 싶은데로 하며 만족을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뭐 본의 아니게 잘나가는 귀족(?)들 틈바구니에 끼어 그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이 나이 먹도록 나는 뭐했을까 하는 그런 자격지심이 들면서,
식은 땀이 나기도 하고, 불편한 자리를 빨리 벗어 나고 싶어질 때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나 가면,
비록 빈티지스피커이긴 하지만, 내가 듣고 싶어 했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수입이 많은건 아니지만 남에게 손벌리지 않고,
남에게 험한 소리를 듣지 않으며 살아 왔으니,
이만하면 나의 삶이 그리 나쁜 것 만도 아니지 않는가 하는,
뭐 그런 자위적인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인생이 뭐 별건가...
무리한 욕심을 내어 마음이 불편해 지는 것 보다,
체념할 수 있는건 빨리 체념하여,
내가 가능한 선 안에서 적절한 즐거움을 찾아내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오디오취미를 가진 이후부터 밖에 잘 나가지를 않는다.
예전엔 술을 좋아하여,
비오는 날 호프집 창가에 앉아,
호프잔을 기울이며 유리창에 부딫쳐 흘러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면,
그 옛날...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던 눈물과도 같은 빗방울 모습에,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술이, 가슴속에 온통 강물이 되어 흐르기도 했다.
참 많이도 마셨다.
취하면 잊혀질 것 같은 사람...
취하면 취할수록 더 또렷해지는 사람...
물론 아내를 만나기전의 일이지만,
그때는 그 사람이 나와 맞지 않는 인연인줄 모르고,
사랑이라고 믿었기에, 이별앞에 참 많이도 아프고 목메이게 슬펐다.
흐르는 세월은 새로움을 맞는 흥분을 주기도하지만,
잊고싶은 지난 기억을 흐릿하게 망각시켜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불타던 열정은 식어 버린지 오래고, 폭풍같이 휘몰아치던 패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잠시 옛생각에 잠겨 봤다.
눈앞에 벽에 걸린 아내의 사진이 보인다.
사진속의 아내는 나를 보며 웃고 있다.
못난 이사람을 만나 눈물도 많이 흘리고,
험하고 모진 세월을 보내면서도 참 무던히도 잘 참고 이겨내 주었다.
큰아이 내보냈으니 얼마후엔 작은아이마저 나갈텐데, 내 옆엔 당신만이 남게 되겠지...
열린 창문밖 넘어로 한줄기 바람이 대추나뭇닢을 스치며 지나간다.
그래 우리 둘...
저 잎새를 흔들며 지나가는 부드러운 바람처럼 서로를 보듬으면서,
그렇게 또 한 세월 지내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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