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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댕기와 넥타이, 지게차와 포크레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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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5 17:2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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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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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댕기와 넥타이, 지게차와 포크레인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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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두호 [가입일자 : 2006-08-21]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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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를 조금 지난 무렵
우리 나라에선 '목댕기'란 용어가 어느정도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을 지나면서 '목댕기'가 사라지고 '넥타이'란 용어가 정착 되었습니다..
요즘 넥타이는 길거리서 삼천 원에도 살 수 있는 흔한 것이지만
과거에는 소위 '인텔리' 계층의 전유물이었죠..
그 당시 인텔리들에게 목댕기는 촌스러운(?) 용어였나 봅니다.
그 당시 대다수의 언중들에게 목댕기가 훨씬 친숙한 용어였는데도 말입니다.
당연히 개념도 빨리 와닿는 말이었을 테지요.
'목댕기' - 댕기는 댕기인데 목에 매는 댕기(댕기와 유사하긴 할텐데 목에 매는 것)
'넥타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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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좀 더 흐릅니다.
한국 전쟁이 나고, 또 끝나고
부산이나 인천 등의 항구에는 배에 실린 짐을 사람들이 일일이 등짐으로
부려야 하는 일이 흔했죠.
이때 사용하는 것이 우리의 고유한 도구인 지게였습니다.
지게 그대로를 이용하기도 했고, 지게를 짧게 개조하여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옆 미군 전용 부두에선 이상하게 생긴 장비가
엄청난 양의 물건을 한꺼번에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미군들은 그것을 '포크리프트'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노무자들은 그것을 '지게차'라 했습니다.
생긴 모양과 하는 일이 지게와 유사하다고 생각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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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조금 더 흐릅니다..
우리 나라에선 대규모 건설 붐이 입니다.
외국에서 유학한 건축가들과 건축사, 설계사들이 양성되었습니다.
그들은 지식과 기술을 배워 오며 요상한 기계를 같이 들여왔습니다...
이름하여 '포크레인'
그 당시의 기술인들은 그 장비의 이름에 대해 전혀 고민을 하지 않았죠.
아니 할 필요가 없죠. 외국에서 배운대로 사용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편리하고 조금은 있어 보이기도 했을테니까요.
하지만 이 땅의 수많은 언중들은 생소한 '포크레인'을 강요 당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지게차' - 지게차를 보지 않아도, 설명 듣지않아도 반 이상은 그 개념을
떠올릴 수있습니다.
'포크레인' - 보거나 설명 듣지 않고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죠.
언어사대주의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외국에서 무엇을 들여오거니 배워오는 사람들은
그저 자신이 배운대로, 편한 대로 용어를 그냥 사용할 것이 아니라
좀더 우리 정서에 맞는 용어로 바꿀 수는 없는지 고민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 또한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 중의 하나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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