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워서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먹다가
문득 냉장고에 대한 사연(?)이 떠올랐습니다.
수년 전 산 이 냉장고는 사실 중고입니다.
그것도 와싸다 일반벼룩장터에서 산 것입니다.
아내가 그해 이 맘때인가 더 더웠을 때인가
사무실에 있는 저에게 전화했습니다.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냉장고가 고장 났다는 겁니다.
기사 아저씨를 불렀는데 거의 재생 불가라고 했답니다.
새로 사야 할 것 같은데 어떡하면 좋겠냐는 이야기였죠.
난감했습니다. 돈도 없었고요.
그러다가 집사람과 전화를 끊고
그래도 선호하는 브랜드인 디xx를 검색해봤습니다.
비싼 가격에 좌절했죠.
갑자기 무슨 생각이었는지 와싸다 중고 장터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신형인 냉장고가 정말 검색이 되는 겁니다.
판매자님께서 며칠 전에 올리셨더라고요.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이거다 싶어 전화드렸습니다.
판매자님께서 받으시더군요.
사놓고 2~3개월간 쓰지 않고 그냥 둔 제품이라십니다.
그냥 새제품과 같다십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조금 과장이 아닌가 싶어 다시 여쭈니
가슴 아픈 말씀을 들려주시더군요.
결혼하려고 장만한 것인데 갑자기 파혼되어
결혼을 포기하고 가전제품 일체를 팔려고 하시는 거랍니다.
(직접 준비하셨나 봅니다.)
사놓은 집조차 처분하실 예정이라시면서요.
갑자기 마음이 좋지 않아졌습니다.
더 뭐라 말씀드리기가 그렇더군요.
그런데 멀리서(저는 서울 그분은 경기도) 오는 제품이라고
운송비 관련하여 네고도 해주셨습니다.
고마웠죠.
거래하기로 하고 다음날인가 와싸다에 부탁하여
그 지역에서 일 잘하시는 운송기사님을 소개받아
바로 집에 그 냉장고를 들였습니다.
완전히 새것이었습니다.
결혼하고 두 번째 갖는 새 냉장고이고 디자인이 예쁘다면서
집사람이 매우 좋아하던 그날이 생각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흐뭇했지만
판매자이신 와싸다 회원님이 떠올라 마음이 짠했습니다.
초여름 밤 얼음 조각 깨물다가
예전 생각에 긴 잡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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