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할때마다 끄적거려서 모사이트에 올렸던 글인데, 2 편 올려봅니다
시장풍경1
내일 만날 사람이 있어, 큰 맘 먹고 옷을 사러 시장엘 갔다.
T 셔츠 한 장 3,900 원, 여름용 바지 9,900 원...
평소 입고 있던 낡고 후즐근한 옷차림에 비해, 이 정도면 감지덕지다~
그래도 새 옷 인데~
내일 만날 사람이 내 모습을 보고 비웃는 표정이 보인다면,
앞으로 그 사람은 안 만날 생각 이다.
바지를 줄이려고 시장 한 켠 에 있는 옷수선 집엘 들어 갔다.
10 분 을 기다리라고 하는데, 먼저 작업 하고 있던 내용물을 보니 그 이상 걸릴 것 같다.
한바퀴 돌고 올께요~ 하니, 그러란다.
시장 주변에 줄줄이 늘어 서 있는 포장마차엘 들어 갔다.
" 막걸리 한 잔 먹을 수 있어요? "
" 얼마나 드릴까?... 한 되? 반 되? "
나름 분홍색안경테로 멋을 부린 50 대 배둘레햄 아지매가 물어 온다.
" 반 되 만 주세요~ "
배가 많이 고프지 않은 상태라, 안주 시킬 것이 고민이 된다.
" 아줌마 간단히 먹고 싶은데, 머릿고기 1,000 원 워치는 안되요? "
" 머릿고기 먹을려면 딴데로 가야 되고, 돈이 없어서 그러는거요? 입이 짧아서 그러는거요?
간단히 먹을려면 꼬막이 좋기는 한데,
5,000 원인데 첫 개시이니 3,000 원 만 내요~ "
" 예 그렇게 하세요~ "
막걸리 한모금을 시원하게 들이킨 뒤, 꼬막 한저름을 간장에 찍어 먹고 있으려니,
근처 옷가게에서 소찬휘의 Tears 노래가 고막을 자극한다.
아지매 왈,
" 정말 짜증나 죽겠어! 하루이틀도 아니고, 주위에서 진정을 내도 들은척도 안하니... "
" 정말 그러시겠네요~ 차라리 뽕짝을 튼다면 귀라도 즐거우실텐데 말이죠~ "
말은 이렇게 해보지만, 마음속에는, 어차피 인생 자체가 통속적이거늘... 그런 생각이 든다.
바지를 찾으려고 수선집엘 갔다.
주인이 없다.
별 수 있나... 기다려야지~ 담배연기 한모금 뿜어 내고 있으려니,
미처 입에 있는 음식을 다 삼키지못한 주인아지매가, 허겁지겁 달려 온다.
" 미안해요~ 하도 바빠서 이렇게라도 안먹으면 밥먹을 시간도 없어요~ "
ㅎ ㅎ ㅎ 아지매 미안해 할 것 없소... 때를 못맞춰 온 내가 미안 할 뿐이요~
시장풍경2
마눌님께서 문자를 보내 왔다.
" 나 아줌마랑 저녁 먹고 갈거야~ "
이 아줌마라는 사람을 나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혼자 사는 아줌마란다.
마눌님 얘기로는 일하는 근처에 사는 사람인데, 자주 보게 되다 보니 친해졌다고 하는데,
아줌마가 반찬 만드는 걸 좋아해서,
같이 반찬을 만들고, 같이 밥을 먹는 일이 잦다 보니,
요즘엔 십중팔구는 거의 그 아줌마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오곤 한다.
그러면서 집에 남아 있는 서방님의 끼니가 걱정은 되는지,
만든 반찬을 싸가지고 와서 내 식사를 챙겨 주곤 한다.
그 아줌마가 만들었다는 반찬이 맛이 좋기는 하다.
그러나 나는 별로다.
반찬이 맛있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는 마눌님과 서로 마주 앉아, 눈길을 마주치며 먹는 밥을 훨씬 좋아 한다.
그러나 마눌님은 나보다 그 아줌마와 노는 시간이 더 좋은가 보다.
그러니 오늘 또 이런 문자를 보내 온게지...
나혼자서도 밥을 챙겨 먹을 수는 있지만, 심한 귀차니즘이 몰려 온다.
별 수 있나...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시장으로 달려 갔다~
국밥집에서 국밥 한 그릇을 시켰다.
아직은 이른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와,
어쩌다 출몰하는 엿장수리어커에서 울리는 베이스 짙은 풍악소리까지 합쳐지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대충 삼키고,
밖으로 나왔다.
담배연기 한모금 길게 내뿜고 있자니,
은연중 국밥집 바로 옆 팬시점 선물가게로 눈이 돌아 간다.
너 댓 살 쯤 먹어 보이는 여자 꼬마아이와 엄마로 보이는 한 젊은 여인이 물건을 쳐다 보고 있다.
아이가, 알록달록한 꽃무늬가 그려진 소형양산에 관심을 보이자,
엄마로 보이는 그 여인이 양산을 꺼내 들더니,
"오~ 이게 마음에 들어요? 어디 볼까요... 으응~~ 뿅!!! " 하면서 양산을 활짝 편다.
꽃무늬가 활짝 펼쳐지자, 아이의 입이 쩍 벌어지면서 활짝 웃고 있는데,
웃는 그 아이의 안면으로, 막 저물어가는 저녁햇살이 가득히 부서져 내린다.
그때,
" 어머 저기 삼춘이 오시네요~ " 하며 여인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한 젊은 청년이 아이에게 다가오고 있다.
반전이다~
아마도 그 청년이 자신의 조카를 그 여점원에게 맡기고,
무언가를 사러 갔다 온 모양이다.
그 청년이 아이의 꽃무늬 양산값을 치른 뒤,
미소 짓고 있는 여점원에게 인사를 하면서 아이의 손을 잡고 저만큼 멀어져 간다.
이 짧은 순간을 바라 보면서...
ㅎ ㅎ ㅎ 엄마면 어떻고, 여점원이면 어떻고, 삼촌이면 어떠리...
이순간 이 아이의 환한 웃음을 보고나니, 저절로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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