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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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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5 10:20: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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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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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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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연 [가입일자 :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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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을 싫어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털알러지가 있어서 집에서 애완견을 키우지 않는다.
내가 일하는 곳이 산꼭대기인데, 비교적 차량운행이 적어 소음도 거의 없고 공기도 맑은 편이다.
오늘 아침 평소처럼 커피 한 잔을 타서 마시며, 사무실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데...
무심결...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보고 하마터면 커피잔을 놓칠번 했다.
1 년 생 쯤 되어 보이는 개 한마리가 나를 빼꼼히 쳐다 보고 있는데,
방울이 달린 목줄을 두른거로 봐서는 산아래 마을에서 올라온 것 같기도 하고,
누런 털이 꾀죄죄하며 몸도 많이 수척한 모습이다.
누가 봐도 한 세 끼는 굶은 듯 이 보이는데, 나를 쳐다보는 눈망울이 어찌 또 그리도 슬프게 보이는지... ㅠ.ㅠ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는지 아니면 길을 잃었는지 사연은 알 수 없지만,
관리가 안되고 있는 유기견임이 확실해 보인다.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지도 모르겠지만,
밥 한끼 못 얻어 먹고 이리저리 쫒겨 다녔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실내로 들어가 종이접시를 찾아내 마시던 커피를 조금 따라줘 봤다.
쩝쩝 소리를 내며 후루륵 순식간에 마셔대는걸로 봐서는 배가 고픈게 분명하다.
뭔가를 주긴 해야 할 것 같은데, 마땅히 떠오르는게 없다.
한참 골똘히 생각하던중 야참으로 먹는 라면 생각이 났다.
라면을 반으로 뽀개 다시 잘게 부순 뒤 잔디밭 한쪽 귀퉁이에 놓아줘 봤다.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폼이 참 많이도 굶었나 보다.
급히 먹다 체하기라도 할까 싶어, 다시 실내로 들어가 종이접시에 물을 따라 가져다 주니,
웬일인지 물은 한방울도 마시지 않는다.
라면은 거의 다먹고 부스러기만 어지러이 남았길래,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져다 쓸어 담아 버리러 가는데,
먹이를 줘서 고마웠는지 아니면 그새 친해져서인지, 방울소리를 울리며 나를 졸졸 쫒아 다닌다.
잠시후 동료직원이 차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더니,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어디로 갔을까...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방울까지 달아준걸 보면 많이 이뻐했을 것 같은데...
동물이나 사람이나 생명은 모두 귀하기에, 사랑받고 이쁨 받으며 자라야 하거늘,
어쩌다 저리 불쌍하게 떠도는 들개가 됐을고...
글을 쓰는 이순간에도,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 슬픈 눈동자가 떠오르니 마음이 더욱 착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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