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치과에서 생긴 일 |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 |
2012-06-23 12:07:09 |
|
|
|
|
제목 |
|
|
치과에서 생긴 일 |
글쓴이 |
|
|
조한욱 [가입일자 : 2010-05-05] |
내용
|
|
<좋은 생각>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잡지사에서 적당히 편집을 했네요. 이건 편집 이전의 원본입니다.
===========================
10여년 지난 얘기다. 애초에 학교에서 격년으로 실시하는 건강 검진을 믿지 말아야 했다. 내 이를 살핀 의사는 평생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라고 듣기 좋은 얘기를 했다. 그 말을 믿고 이를 잘 보살피지 않아서였을까? 검진 받고 2년쯤 지나 갑자기 이가 여러 개 흔들리며 잇몸이 부어올랐다. 근처 치과에 갔더니 풍치 말기 현상이라 이를 모조리 뽑아야 한단다. 정기 검진을 담당했던 의사가 잇몸을 조심하라는 말만 했어도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텐데...
그러나 어떻게 이를 다 뽑는단 말인가? 아는 분의 주선으로 청주 도청 앞에 있는 남치과에 갔다. 남선생님은 일단 쓸 때까지 써보자 하시며, 심하게 흔들리던 앞니를 응급조치하셨다. 이틀 동안 무척 아팠지만, 곧 빠질 것 같던 이가 감쪽같이 고정되었다. 난 남선생님을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남선생님은 대학 병원에 계신 정교수님께 잇몸 수술을 받은 뒤 다시 보자고 하셨다. 정교수님을 만날 때 자신의 소개로 왔으며, 안부도 전하고 가능하다면 뽑지 않고 쓸 때까지 쓰겠다고 진찰 전에 말씀드리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왜냐하면 전문가들은 자신이 어떤 얘기를 먼저 하면 그것을 고수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정교수님을 만나 남선생님 안부를 전했다. 그리고 웬만하면 뽑지 않고 버티자는 남선생님 말씀도 전했다. 이를 세밀하게 검사한 뒤 정교수님께서는 “전 어지간하면 남선생님 의견을 존중합니다만” 지금 내 상태는 최소한 세 개는 빼야 하니, 남선생님께 이를 뽑고 나서 잇몸 치료를 받자고 하셨다.
나오자마자 남선생님을 찾았다. 선생님께서는 자신을 만났다는 말씀을 정교수님께 하지 말라고 하시며, 발치할 시간이 맞지 않아 치료를 받은 뒤 빼기로 했다고 전하라고 하셨다. 남선생님을 뵙고도 이를 뽑지 않고 왔다면 정교수님께서 기분이 좋지 않으실 테니 그렇게 말씀드리라는 것이었다. 세 번 더 정교수님을 만나 치료를 받으며, 그때마다 치료 받은 뒤 뺄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치료를 마친 뒤 이의 상태는 현저하게 좋아졌다.
그 두 분 의사 선생님들의 우정과 서로를 존중해주는 태도와 사람들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씨가 모두 부러웠다. 나쁜 잇몸 덕분에 좋은 분들을 알게 되어 복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지나친 일일까? 좋은 분들과의 인연은 아픈 추억마저 훈훈하게 만든다.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