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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싸다 회원님들께 의사로서 쓰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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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0 23:3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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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싸다 회원님들께 의사로서 쓰는 글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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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재호 [가입일자 : 2004-08-20]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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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은 뜸했지만 오디오와 와싸다에는 남다른 애착이 있었던 나름 와싸다 인(人)으로 제 글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부탁을 드리면서 글을 써내려봅니다. 활동이래봤자 겨우 중고장터에 들락날락했던 게 거의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이곳 와싸다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접했던 우리사람(?)으로 약간 호의를 가져주시기를 못내 바라면서, 이 글을 시작하는 것은 단순히 의사를 옹호하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님을 강조합니다.
의료는 독점적 산업이라는 것을 먼저 환기시켜드리고 싶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의료는 어떤 것으로도 대치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하게 한의학이라는 대체산업이 있긴 합니다만, 그 문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 부분 또한 미묘한 이해관계가 있고,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를 말하기에는 제 주제를 넘는 문제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하나 간과하시면 안 될 것이 의료라는 것이 점차적으로 "필수적"인 분야가 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예전만 하더라도 운명이니 팔자등으로 어쩔 수 없이 수용하던 죽음이나 병환들이 이제는 당연히 치료받고 이겨낼 수 있는, 그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이겨낼 시도는 해봐야 하는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필수적이고 독점적인 산업에서 또 독점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의사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또한 다른 인력으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물론 다른 의료인력들을 평가절하하려는 의도는 아님을 밝혀둡니다.) 저는 사실 의사들이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작금의 현실은 이러한 독점적 지위가 그 배경에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는, 아직 선배의사님들이 비난받는 요소를 아직 하나도 가지지 못한 채 그러한 비난을 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가끔은 부당하다 느끼긴 하지만.. 나름 윤리적으로 이 문제를 마주할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의료는 너무나 발전해서 이제는 그 독과점성이 그저 의료 전반에 문제로만 보실 것이 아니라, 개별의 전문과들에게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내과영역, 정형외과영역, 산부인과영역으로 구분되는 큰 과들은 물론이며 내과만 하더라도 소화기내과, 심장내과의 "전문성"과 "학문적 독과점성"은 일반 분들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도 더욱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기를 끌던 그레이 아나토미의 주인공 의사처럼 전방위에 걸쳐 환자를 치료해 낼 수 있는 의사는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당장 자신이 몸담은 분야의 최신 지견에 대해 공부하여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매우 벅찬데, 그렇지 않은 분야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의사는 단언코 제 개인적으로는 "사기꾼"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시면 의료라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다가올 고령화사회에서 그러한 의료에서 전문성때문에 자신이 원하든 원치않든 간에 독점적인 위치를 보전할 수 밖에 없는 의사는 사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마치 물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물을 내어놓는 공급자가 하나 뿐인 상황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의료가 매우 "모범적?" 이라는 말할 수 있는 것에는 이런 독과점성을 갖는 공급자 (의사)를 성공적으로 제어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비용지불자 (정부)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사실 자유시장경제논리로만 접근할 경우 의료비는 의사집단이 제시하는 비용만큼 사회에서 내어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대 의학입니다. 정말 의사집단이 어떠한 일을 계기로 영리를 전제하여 의료를 공급할 경우 그 결과는 매우 비극적일 것입니다.
제가 이러한 부분에서 와싸다회원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딱 하나입니다.
포괄수가제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문제가 많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언제부터고 와싸다 게시판에 올리고 싶었지만, 의사나부랭이라는 선입견을 제가 나름 의미를 갖고 있는 와싸다분들께 얻고 싶지는 않았던 게 컸습니다. 언제고라도 오디오를 다시 할런지도 모르고... 저는 나름 와싸다를 좋아라 하거든요. 그런데 아쉽게도 제가 걱정하는 부분을 지적하는 글들이 보이지 않아 노심초사하는 중에 오늘 정말 큰 맘을 먹고 쓰는 겁니다.
포괄수가제가 문제가 많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 제도 자체가 나쁘다 그르다를 떠나, 환자-의사 간의 공급-수요를 나름 모범적으로 제어해 왔던 정부가, 여러 사정으로 인해 (굳이 음모론을 들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절대적인 "조정자" 역할을 감히 하려고 하는 시도에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조차도, 자기가 몸담고 있지 않은 타 분야의 치료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할 엄두를 못낼 정도로 하루가 달리 발전하고 방대해지는 의학에 있어, 제도와 정책으로 그 의학과 의사의 치료를 돈으로 강제하겠다는 시도는 매우 후진적인 발상입니다.
게다가, 현재 보복부의 행태는 의사집단을 싸그리 자신의 이득에만 몰두해 있는 몰지각한 사람들로 몰고가고 있으며 의료에 중심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의사들을 배척한 채 "적합한 의료"의 형태를 감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보복부 직원들이 의학에 대해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의학과 의료는 그렇게 제어하고, 통제할 수 있는 분야가 절대 될 수 없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것이 이상적인 의료가 될지, 어떤 것이 환자와 의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제도일지, 의사가 어떻게 하여야 환자분들이 바라는 모습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매우 필요하나, 현재의 당면 문제 - 포괄수가제 - 에 대해서 만큼은 일반 국민들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의사에 대한 적개심(?)만으로 의사의 주장을 들으신다면 우리나라의 의료는 꽤 오랜 시간동안 그 피해를 복구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지 모릅니다.
단순히, 현대 의료에서 의사가 한사람의 의사로서 배양(?)되는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은 11년입니다. 물론 의과대학만 졸업하고, 인턴만 수련하고도 일반적인 의료를 보시는 선생님들도 많습니다만, 단순히 의료라는 것이 산업이나 경제적인 면으로 보지 않고 "수명연장과 건강" 을 위한 필수적인 학문이라는 부분에서 본다면 그 시기가 더 길어지면 길어졌지, 짧아질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의사와 환자, 바람직한 의료를 논하고자 쓴 글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에 대한 논의는 제가 섣불리 말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입니다. 다만, 저는 혹시라도 정부의 이 정책시행이 "의료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이라고 거만히 여기는 정부의 그릇된 판단이 아닐런지, 한번 비판적으로 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그러한 비판적인 판단에 도움을 얻으실 수 있는 곳은 또한 독과점적인 의사입니다. 간곡히 말씀드리는 바, 현재 "포괄수가제"에 대한 의사집단의 우려는 전문가집단으로서 발의하는 문제제기임을 한번쯤은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절대로 의료는 수요-공급으로만 판단할 수 없으며, 독점적인 공급자에게 강제적인 제약과 억제만을 강요한다면 공급자가 "공급을 포기"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고, 가장 첫번째로 포기할 부분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경시되고 있는 (까놓고 말해 돈 안되는) 필수적인 "병의 치료"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결국은 "건강 산업 분야" 마저도 의사에게 제약의 칼을 들이댈 것이 분명한 정부의 행태입니다만.. 그 건강 산업 분야라는 것은 앞으로 무궁무진한 수요를 창출해낼 수 있는 것이므로 아무리 정부가 제약한다고 해도 의사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시행해서 돈을 벌면 그만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의학에서 "건강-혹은 미용"에 대한 학문적 열의가 대단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말씀드리고 글을 줄이겠습니다.
현재 7개 포괄수가제 질환군에서 해당하는 과들은 안과, 이비인후과, 외과, 산부인과입니다. 왜 다른 것도 아니고 외과와 산부인과의 질환들 부터 시행하게 되었는지도 곰곰히 따질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모든 정책을 시도함에 있어서 가장 거부가 일어나지 않을 부분부터 차근차근 시도하는 것이 현명하고 노련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짐작하시다 싶이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에서 가장 거부가 일어나지 않을 부분은 이미 대한민국의 의사 대부분에게는 냉대받고, 결국은 착취상태라 해도 다름없을 전공의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버린지도 모를 "병에 대한 필수적 치료"에 대한 부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주의깊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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