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디자인 프로젝트에 제가 글씨(캘리그래피) 디자인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디자인 업체 사장이 프랑스 유학갔다 온 젊은 친구입니다.
고등학교부터 프랑스에서 공부했는데, 집이 좀 살긴 삽니다만(서래마을에 사무실 있음),
생각이 깨었고, 강남 부잣집 아들답지 않게 의식도 개혁적이며, 아직 서른도 안 되었지만 생각이 성숙해서
일 외의 얘기도 많이 하면서 친해졌습니다.
그 친구가 프랑스통이라 물어봤습니다. 프랑스는 혁명과 이성의 나라 아니냐,
명석하기 그지없고 드센 국민들이 어째서 전후에 죄다 우익 대통령만 찍어주고,
진보 좌익은 두 번밖에 안 뽑았느냐?
지금 유럽 경제 위기와 사회당 올랑드 당선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르몽드,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주요 언론들은 지금 어떻게 얘기하고 있나?
대답하기를,
맞다, 프랑스는 참으로 이성적인 나라다.
TV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있는 게
바칼로레아(대입 논술 시험. 다들 아시죠) 준비 성격의, 고등학생 논술 시합 프로그램인데,
그거 하는 시간에는 거리에 사람들이 별로 없을 정도다.
그 정도로 의식의 수준이 높은 나라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 또한 사람인지라, 잘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는 데 현혹되어
지금껏 우익만 찍어댔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이번에 사회당 올랑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는데
현재 프랑스 및 전 유럽의 우익들은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태껏 우익들은 서민 대중들의 현실보다는 허영, 욕망을 자극하는 정치 전술로 집권해 왔지만,
지금 유럽의 경제 위기를 봐라.
국채니 금리 인하니 하며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위기를 기껏 몇 달, 몇 년 지연시키고
스페인처럼 대규모 삽질로 경기 부양을 해 왔지만,
이제 거품은 푹 꺼지고, 어디서도 더 짜낼 리소스가 없지 않느냐,
프랑스 국민 대부분이 이제 알아차린 것이다.
확실히 민심이 변했다. 그래서 우익들은 예전과는 다른 차원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 대략 프랑스 및 유럽의 민심이 이같은가 봅니다.
세계적 경제 위기가 닥치면 극우파가 활개칠 수도 있겠지만,
작금의 상황은 그와 정반대로 돌아가는 측면도 강하다는 거지요. 사회당 집권처럼…
스페인보다 나을 게 전혀 없는 우리나라도 이제 좀 깨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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