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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들 생각해달라”
협상단에 90도인사 결실
박원순이 통했다.
16~18일 3일째 협상을 벌이면서도 해결점을 찾지 못하던 서울버스 노사가 박원순 시장 방문 1시간 반 만에 손을 맞잡았다.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시민을 생각해달라”는 박 시장 한마디에 노사 양측은 한 발씩 물러섰다. 15년 만의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사 양측은 18일 오전 4시40분께 ‘시급 3.5% 인상+무사고 포상금 월 4만원 지급, 감차계획 철회’ 내용의 합의안에 사인했다. 예정됐던 파업시한 40분을 넘긴 극적 타결이었다.
일등공신은 박 시장이었다. 박 시장은 18일 오전 3시께 노사협상장을 전격 방문했다. 파업을 한 시간여 앞둔 긴박한 시점이었다. 당시 노사 양측은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파업이 현실화하는 듯했다.
하지만 상황은 박 시장의 방문으로 역전됐다. 착잡한 표정으로 협상장을 찾은 박 시장은 양측 협상단에 “버스는 ‘서울 시민의 발’이며, 운전하는 여러분을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주 찾아보지 못해 죄송하다”며 말을 꺼냈다.
이어 “파국으로 가기보다 서로 협력해서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노사가 서로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시민을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얘기하며 협상단에 90도 가깝게 고개를 숙였다.
협상장의 분위기에 변화 기류가 생겼다.
박 시장은 류근중 서울시버스노조위원장을 만나 “노동자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요구만큼 올려드리지 못해 가슴아프다”며 “서울시 대중교통에서 매년 1조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며 이해를 구했다.
박 시장의 요청에 류 위원장은 “타결될 수 있도록 바로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화답했다. 박 시장 방문 15분 만의 변화였다.
협상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3시30분부터 재개된 협상은 1시간여 지난 4시40분 전격 발표됐다.
이태주 서울버스노조 정책국장은 “박 시장이 직접 찾아와 부탁을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계속 요구안을 주장할 수는 없었다”면서 “시장이 직접 협상장을 찾아와 이해를 구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번 협상 타결로 ‘원칙’과 ‘신뢰’에 ‘명분’까지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