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신문에 H사의 경우 수출차에는 차체에 아연도금 강판을 70% 사용하나 국내용은 몇년전까지 거의 사용하지 않아 몇년 지나면 차체에 녹이 스는데 H사에선 겨울철 도로에 사용하는 염화칼슘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고 외국차들은 아연도금 강판 사용율이 70% 이상 100% 까지 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차량의 다른 부분은 고장나면 교체가 가능하지만 차체가 녹슬어 버리면 폐차외에는 방법이 없죠.

그런데, 또 다른 기사에 현재 H사의 대당 순이익이 대당 1억이 넘는 BMW, 벤츠 바로 아래이고, 비슷한 가격의 일본차나 미국차들 보다 휠씬 높은 이익을 특히 국내에서 보고 있다는 통계자료도 보았습니다.

그 기사를 보면서 '국내에서 얼마나 원가절감을 했으면...' 그리고, '자동차를 집안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처럼 만드나 이러면 오래 못 갈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보배드림에서 우리나라 완성차 조립라인에서의 경험을 쓰신 글을 보면서

옛날 저의 일본 완성차 공장에서의 경험과 비교가 되어서 몇자 적어 보려고 합니다.



얼마전 3월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 한달정도 머무르다가 올 일이 있었습니다.

의외로 우리나라의 H사와 K사 차가 많이 보여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나라 차의 가격이 의의로 동급의 독일차나 일본차와 비슷하더군요.

남아공은 한국차가 수입된지 몇년이 안되었고 중고차수입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증기간이 5년 10만키로인 한국차는 아직은 대부분이 보증기간이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곳에 사는 한국교인들은 한국차를 사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겪은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먼나라에서 한국차를 보니 반갑긴 하지만 보증기간이 지나고 내구성이 떨어져 고장이 많이 나게 되면 그때 이후는 어떻게 될지 알 것 같았습니다.



저의 첫차는 중고로 산 기아차였는데 주행중 시동이 꺼져 산소센서를 교환 한 것 이외에는 큰 고장이 없이 7년을 탔죠.

2003년에 기아차를 팔고 H사차를 신차로 샀었는데 뽑기를 잘 못 했는지 사자 마자 오디오와 실내등이 고장나고 메인 하네스의 피복이 벗겨져 쇼트가 나는 등 사소한 고장이 많았습니다.

2년의 보증기간이 지나자 썬루프가 닫혀 있는데도 비가 새서 시트를 다 버렸고, 나중에 모터도 고장이 나서 유상수리를 해야 했죠. 그래서, 2007년에 2003년식 H사차를 헐 값에 팔아버리고 2001년 6월식 중고 SM520을 돈을 더 주고 사서 지금까지 타고 다닙니다.



지금 타는 차는 아직 차체 녹은 커녕 도장의 광도 살아있습니다.

아연도금 강판 사용율이 70% 이고 불소도장이 추가 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관리를 잘 해서 그런지 엔진이나 샤시쪽의 고장도 별로 없습니다.



지금은 자동차 회사를 퇴사한지 12년이나 되었지만 사실 저의 첫 직장이 삼성자동차였기 때문에 신입사원 시절이었던 1996년 닛산자동차 조립공장에 가서 연수받을 당시 완성차 조립라인에서 실습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현대차나 대우차에서 넘어온 경력사원도 많이 있었는데 조립 라인 스피드가 우리나라보다 휠씬 빠르다고 하더군요

엔진공장은 위쪽을 보며 볼트를 조이는 작업라인인데 라인에서 뛰어다니며 일해야 하는 라인스피드였습니다.

주야간 교대로 8시간을 2시간 조립하고 10분간 쉬는 스케줄이 매일 반복되는데 시작후 30분은 아직 작업 적응이 덜 되어서

그리고, 끝날때 쯤은 지치고 정신이 해이해 져서 조립불량이 많이 난다고 하더군요.



그 사람들은 그나마 10분 쉬는 시간에도 종이 친 후 1~2분은 청소정리를 하고 중간에 있는 휴게실로 가서 커피를 마시더군요.

또, 라인 스피드를 따라가기 위해 쉬는 시간 끝나기 전 1~2분전에 미리 가서 몇대정도 조립을 해놓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가끔 큰 불량이 나서 라인이 서면 관계없는 사람들은 주변 정리를 합니다.

신입사원이었던 그때는 그런 생활을 매일하는 그 사람들이 기계 같아 보이고 이해가 안되었지만, 일본차의 품질이 우리보다 높은 건 사실이니 일본을 이기려면 잘하는 것은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동차의 품질은 각 부품업체의 품질의 평균값+ 완성차 조립품질+ 기타 요소의 합인 것 같습니다.

인피니티 같은 고급차의 고객만족도가 높은 이유가 있더군요.

일단 부품업체의 기술력과 품질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완성차 생산라인에서도 철저히 검사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와이퍼를 조립할 때 일부러 아랍쪽 사양인 차에 똑같이 생긴 일본 스펙을 끼워 보았는데 마지막 검사라인에서 잡아내더군요.

참고로 1998년 국내 생산시 출고된 차중에 좌측과 우측 도어 손잡이가 다른 모양으로 조립된 차가 4번의 검사를 통과하여 고객에게까지 간 적이 있었습니다. ^ ^;;



니산차는 혼류생산 방식이라 같은 라인에서 니산차와 인피니티를 생산하면서 완성차 검사에서 니산차는 샘플링된 차만 주행 검사를 하고 문제를 수정하는데 인피니티는 모든 차를 주행 검사를 해서 사소한 문제도 다 수정해서 출고시키더군요.



더운여름날 트렁크 뒤에 붙이는 엠블렘 마크에 불량이 있었다고 차를 보관해 놓은 모터풀에 가서 모든 차량의 엠블렘을 교환하기도 하고, 시장에서 들어온 한 건의 클레임을 재현하고 통계보고서를 내느라 하루종일 테스트를 하기도 했죠.



공장 건물은 오래되서 쓰러져가고(몇년 뒤 이 공장은 폐쇄되었습니다) 시스템은 아주 옛날 dos용 프로그램을 쓰는데도

멋지고 높은 품질의 차들이 공장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외에도 일하면서 일본사람들의 기본을 지키자는 마인드와

머리가 희끗한 베테랑들이 공장내에서 운전시나 길을 건널때도 사소한 기본 규칙을 지키는 것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저도 일본은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잘하는 것은 배워야 하며,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마인드에서부터의 변화가 필요할 듯 합니다.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