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에 몸이 좀 아파서 누워서 tv를 보는데 힐링캠프에 YG 사장 양현석씨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뭐...워낙 잘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사람도 나쁘지 않아 보이고...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괜찮아 보입디다.
그런데 이야기가 흐르고 흘러...어떻게 신사옥을 구입하게 되었냐...뭐 이런 이야기로 흘러가면서 서태지와 아이들 때 번돈이 얼마였고...뭐 이런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던 것이, 양사장 회사 세우고 사업 시작한 것이 서태지와 아이들 때 번 돈이려니 했는데, 아니더군요.... 그 돈은 처음 시작했을 때 다 덜어 먹었다더군요. 그리고 진짜 돈을 벌게 된 이야기를 하는데...
순간적으로 마음속에 '혹시?' 하는 생각이 일었습니다.
제 불길한 예상이 적중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8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부동산에 출근을 했다더군요.
그래서 거기서 재테크 기술을 익혀서 자본금을 만들고 굴리게 되었다고...
방송에서는 이것도 미화해서 8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재테크에 올인한 그의 '투지(?)' 를 칭찬하는 쪽으로 이야기 합디다 마는....사실은 돈 번 거는 (지금에야 빅뱅이나 투애니원이 벌어주겠지만 초기에는) 부동산이었던 거죠.
2) 공교롭게 같은 날....다른 채널에서 희한한 이름과 인테리어를 가진 카페 소개하는 프로를 봤습니다. '100억 카페'라는 곳인데, 카페 인테리어를 전부 만원권짜리 실제 지폐로 했더군요. 바닥에도 돈이 깔려 있고, 돈이 쌓여있는 유리 기둥과 한쪽 벽면에는 돈다발로 인테리어를 한 커다란 유리금고 같은 것도 있고...
이 사람도 어떻게 이런 사업을 하게 되었느냐? 라는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처음 1억을 모으는데 10년이 걸렸고, 그 후 이 1억을 부동산에다 투자해서 10억으로 불려서 카페를 차렸답디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경품으로 땅을 주는 행사도 하고 뭐 그러더군요
3) 이 이야기들을 보면서....'한국사회에서 돈을 번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자기가 필요한 땅이나 건물 외에 사고 파는 행위를 '부동산 투기'라고 불렀지요. 그리고 그렇게 땅이나 보러 다니는 모피 입은 여편네들을 '복부인'이라고 비하해서 불렀습니다.
그때만해도....한국사회 전반적인 인식이.....자기 집이나 회사 아닌 땅을 사러 다니는 것에 대해 좋지 않았다는 거죠. 준 범죄자 비슷한 인상이었다고 할까요? 뭔가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듯한 시각이 많았습니다. 노력하지 않고 번 돈이니까요.
하지만....시간이 흐르면서, 사회 구조 속에 차차....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차차....저마다 '진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모종의 공감이 생기면서, 용어가 바뀌기 시작합니다(저는 개인적으로 사상이 언어로 표현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예전에는 '투기'라고 불렸던 것이 어느날엔가부터 '투자'가 되기 시작한거죠. 조금 더 세련된 표현을 등에 업어 이제는 '부동산 재테크'라고들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기 전에 부동산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이 뭔지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부동산 전문가들조차 "경계가 모호하다"는 입장이더군요.
사실.....당연하죠....투자나 투기나 자기 쓸 집 말고 딴 걸 사는건데....어떻게 구분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보기에 진짜 심각한 우리의 문제는 이러한 보편적 이해가....일반적인 사람들의 건실한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머러스하게 카툰 같으로 나오기도 하는 것이....대학 졸업하고 피똥싸면서 일해서 대리되고 과장되면 10년에 연봉 천만원 오르는데, 아버지에게 땅 상속받은 놀고먹는 양아치 아들은 10년 만에 수십억을 벌게 되는 현실입니다.
이런 현상이.....과연 건전한 사회 구조를 가져올까요?
제가 보기에 한국사회는 이제 가면 갈수록, "돈을 벌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보다는 "돈을 진짜 벌려면 투기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소시민이 열심히 일해서는 바보될 뿐이요, 평생을 직장생활하고, 조그만 사업체를 꾸려 봐도, 옆에 빌딩 하나 갖고 있는 젊은 사장에게 바보 취급 당하면서 서서히 소시민들도 눈을 뜨고 있는 거죠....그러면서 간혹 소시민들 속에서 위대한 인물들이 탄생합니다. "100억 부자 된 주부" 따위가 그런 사람들이죠. 미친 듯이 부동산에 올인해서, 이 집 샀다 팔고, 대출 끼고 저 집 샀다 팔고 해서 100억 모았다....이런 레전드가 나타나고, 소시민들도 여기에 편승하고자 그녀의 강의에 물밀듯이 몰려듭니다.
4)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바르고 건전한 노동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사회가 얼마나 건전하게 오래 갈 수 있을까?", "진실한 마음으로 참된 장인정신으로 살아가는 자들이 바보취급받는 세상이 정말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일본은 부동산 버블 붕괴를 한 번 겪으면서 호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만, 우리는 아직도 그런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시민들도 여기에 편승코자 오로지 자기 아파트값 오르는데 목숨을 걸고....그것만 보고 정치인을 찍고, 자기 집 5천 만원 오르면 기득권자들은 50억의 수익을 챙긴지도 모르고....그래서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도 모르고 기뻐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찬양합니다.
글쎄요....저는 어디까지가 투기이고, 어디까지가 투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외람되게라도 니 생각을 말해 보라고 하신다면, 저는 자기가 살기 위해 구입한 집, 사업하기 위해 구입한 공장, 점포....등을 제외한....다른 부동산 구입은 다 투기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뭐...이건 제 생각이니 비난하지는 말아주세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건전한 생각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거라 봅니다. 이명박이가 땅 투기로 부자되면 욕할 일이고, 그러면서도 나는 돈이 좀 생기면 어디 괜찮은 땅 좀 사놓으려 하는게 우리네 현실인데....사실 그리 따져 본다면 새누리당 대부분이 땅투기로 부자된 것들인데, 그네들이 우리들보다 여윳돈이 좀 더 많아서 우리보다 땅 좀 더 사놓았을 뿐이니 우리가 뭐라 욕하겠습니까? 우리도 사실 똑같은데 말이죠.
5) 어쨌거나....말씀드리고픈 결론은....한국사회가 땀의 가치, 노동력의 가치를 점차 상실해가고 있다는 슬픈 현실입니다. 노력해서 버는 값진 돈을 가치를 모르고, 가만히 앉아서 떼돈을 버는 데만 몰입합니다. 로또가 모든 서민들의 로망인 이유도 거기에 있겠지요. 그리고 땀의 가치를 진실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얼마나 오래 튼튼하게 서 있을지 고민됩니다. 제조업의 노동자가, 기술직의 엔지니어가, 전산실의 프로그래머가....다 마음 속으로는 부모 잘 못 만나 이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나도 큰 거 한 방만 있으면 부동산으로 가는 건데 목돈이 없이 이 짓을 하고 있을 뿐이라 생각한다면....그 사회의 산업에 무슨 소망이 있겠습니까?
뭐...두서도 없이 주저리 주저리 말씀드려봤습니다.
양사장이 땅으로 돈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참.....그나마 가수생활 열심히 해서 그 자리까지 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생각했던 내가 참 바보스럽고, 그렇게 생각하니 뭐...이수만이나 박진영이나 다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구요....연예인들 돈 벌면 무조건 건물 하나 사놓고 보는 것....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나 혼자 괜히 웃긴 생각이다 싶기도 하구요.
뭐...하여튼 주절거려 봤습니다.
땅뙈기 한 평 못사고 있는 서글픈 와싸다 회원님들!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살지 말고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긍지를 가지고 한 번 살아봅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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