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ted Link: http://board.wassada.com/iboard.asp
많은 남자분이 영화 '건축학개론'의 내용과 같은
추억 하나 있으실 겁니다.
저도 비슷하면서 전혀 다른 기억이 하나 있는데요.
대학 신입생 시절 같은 교양 과목을 듣는 여학생 한 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국문과 학생이었죠.
흰 피부에 어깨 밑을 살짝 내려오는 생머리
밝고 맑은 피부톤에 화장기도 거의 보이지 않았죠.
조그마한 체구에 옷차림도 거의 치마를 입고
여성스러운 느낌의 아이였습니다.
"아, 예쁘다..."
이런 눈으로 가끔 쳐다보았는데
이런 저를 눈치채고 여자 동기가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친하며 저보다 나이 어린 여동기는
"오빠, 그러지 말고 말 걸어봐. 안 그러면 내가 가서 말한다."
이렇게 까지요.
얼마 전에 제가 고등학교 후배를 소개해준 여동기였죠.
그 아이가 자꾸 이야기하니까 그냥 저도 오기가 생기더군요.
정말로 그 여학생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어느 날 버스에서 내린 그 여학생과 친구를 따라가서
과감하게 대시했네요.
"저기요,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잠깐 시간 내주실 수 있나요?"
처음에 둘 다 놀라더니
이윽고 친구인 여학생이 바로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고
웃으며
"이따 전화할게. 나 먼저 간다."
며 사라져주더군요.
무안하고 뻘쭘했지만
그녀를 데리고 커피숍으로 갔습니다.
잘 따라와 주더군요.
앉아서 이야기해보니 참 순수하고 맑은 친구였습니다.
고 1까지는 피아노를 전공했다더군요.
사는 곳은 명륜동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말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정말 쑥스럽고 부끄러웠지만
수업 들으면서 예쁜 모습에 관심이 있었다고 말해버렸습니다.
그 말 듣고 환하게 웃던 그녀 표정이 아직도 살짝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커피를 비우고 헤어질 때까지
더 그녀에게 다가가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연락처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서로 학교에서도 서로 아는체하자는 예쁜 말만 하다가 헤어졌습니다.
돌아서서 걸으면서 분명히 그녀가 예쁘다고 느낀 것은 맞지만
내가 왜 그녀에게 이렇게 대시까지 했는지 스스로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때 살짝 머리를 때리는 느낌이 들었죠.
친한 여자 동기를 최근 고등학교후배에게 소개해줬고
그 아이가 결국 만났고
그 후로 저에게 조금 이상한 느낌으로 대하면서
괜히 국문과 여학생을 만나보라고 종용(?)했었고
그냥 절실한 마음 없이 어떤 미묘한 마음으로
국문과 여학생에게 다가간 것이 아닌가
내 마음을 잘 모르고 말이죠...
갑자기 머리도 마음도 아파지기 시작했습니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동기와의 이야기는 전에 쓴 글인데 링크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