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다 잠시 엉뚱한 과거 이야기 적어봅니다.
어느날 마눌님이 끓여주신 홍합탕에 소주를 기분좋게 먹었습니다.
안주를 눈치보지 않고 양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지요.
그런데 다 먹고 나니 홍합 껍질이 산을 이루었습니다. (제가 좀 대식가...)
이걸 그냥 버리자니 20 리터 쓰레기 봉투의 2/3 는 찰 것 같더군요.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 '가루로 만들면 부피가 1/10 도 안될 것이야!'
저는 믹서기를 꺼내 껍질들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껍질들은 강력한 칼날 회전에,
통쾌한 파쇄음을 내며 부서져나갔습니다. 콰자자자자자~
마눌님은 '하지마, 고장날 것 같아~'
하지만 저는 계속 돌렸습니다. '이것 봐, 이거 다 갈아도 한그릇도 채 안될 걸?'
정말로 한가득 넣고 잠시 돌리면 아래쪽에 가루만 남는 환상적인 모습!
자랑스러움과 우쭐함,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처럼 계속 멋지게 갈고 있는데,
갑자기 '퍽' 소리와 함께 회전을 멈추는 믹서기... 앗, 뭐지...
'과열인가 봐, 안전장치가 동작...'
그 순간 코를 찌르는 냄새가 느껴지며 믹서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
급하게 코드를 뽑았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믹서기...
구동부를 분해해보니 과열로 모터와 주변이 아주 새까맣게 다 타고 녹았더군요-,.-
그날 밤, 저녁 잘~ 먹고, 후식으로 욕을 아주 바가지로 먹었다는...
PS. 다시 기회가 있다면 물을 부어가며 갈아서, 무부하 공회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될 것 같은데, 그 이후로 믹서기도 안사고, 홍합탕도 안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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