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같은 경우 이름을 기억 못하는데,
(아예 관심 없다고 할 정도로..)
이게 관계 맺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었습니다.
이걸 이해하고 나니,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확~ 와 닿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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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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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대해 이해하기 전까지는
이 시가 뭘 의미하는지 몰랐습니다.
대체 뭔소리야? ......하는 정도로만 인식했는데,
이해하고 나니... 울림이 되어서 다가오더군요.
이름을 불러 주었기 때문에, 꽃이 된 것입니다.
즉, 이름을 모르면, 내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거죠.
관계 맺기를 거부하면 자동으로 이름을 기억하지 않게 됩니다.
그냥 나와 관계 없는, 하나의 존재일뿐이라 인식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관계 맺기는 거부한다고, 존재에 대한 관심까지 사라진건 아닙니다.
이를테면,
이쁜 여자라는 존재는 좋아하지만
그 여자와의 관계 맺기(애인, 결혼 등)는 거부하는거죠.
하드에 야동은 쌓여 있지만, 애인은 사귀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겁니다. ㅋ~
반대로,
이름은 잘 기억하지만, 얼굴을 기억 못하시는 분들은.....추측컨데...
관계 맺기는 잘 하지만, 존재 자체에 관심은 덜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런분들은 아마 가족간이 화목에 더 관심을 두고 계실듯합니다.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잘 챙기고, 잘 지내는 .....
대신 낯선 존재에 대한 관심은 덜하겠죠.
타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관심, 좀더 나가면, 남들 어찌 사나.... 등등에 대한 관심
전자는 여자가 싫어하는 타입이고, 후자는 그 반대가 되겠네요.
관계맺기에 관심이 없으면, 관계가 뒤틀리는걸 상대의 탓으로 돌립니다.
'네가 이러이러 하니, 내가 이런것 아니냐' 면서 책임 떠넘기기, 즉 투사를 합니다.
이걸 여자들은 징글징글할 정도로 싫어합니다 ㅎㅎ
(자신의 실수나 잘못까지 남자가 다 짊어지거나 감싸주길 바라기 때문에...)
싫음 말고~....라는 자세도 자주 취합니다. 난 별로 아쉽지 않으니...ㅎㅎ
암튼 이걸 이해하고 나니 편하더군요.
애시당초 그렇다고 인정해버리면,
고민 하지 않고, 용쓰지 않아도 되니 편해집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도 좀 더 높아지는 등의.. 효과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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