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족인데, 내시경 검사를 계획하고 계신 분께 정보도 드릴 겸, 궁금한 점도 있고 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속이 좀 안좋아서 큰 마음 먹고 내시경 검사를 받았습니다.
나이도 40대 후반이어서 이왕이면 위/대장 수면 내시경을 한번에 받기로 했습니다.
미리 받아온 약제를 아침 9시부터 먹기 시작했습니다.
코리트산이란 약을 500ml 짜리 통에 넣어서 물에 잘 용해시켜 15분 간격으로 먹었습니다. 여덟 봉다리니까 총 4리터를 두시간만에 먹어야 하는 것이죠.
제가 원래 평소에 물을 잘 안먹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요새 괜히 헛배가 부르고 가스차고 속이 부글부글해서 그런지 더 먹기가 힘드네요.
500ml짜리를 원샷 하기가 힘들어서 한두번 꺾어서 먹었습니다.
두어통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정말 괴롭더군요.
후반부로 갈수록 먹은 직후 한 1~2분 정도 식은땀이 나고 견딜 수 없이 몸이 힘듭니다.
다섯 봉다리째인가에서 약간 구토를 했습니다.
10시쯤 되니까, 그러니까 약 먹기 시작한 1시간 정도 지나니 슬슬 신호가 오는군요.
후다닥 변기에 가서 앉으니 거의 소방 호스에서 진화용 물이 뿜어지듯 분사를 합니다.
일곱번째 봉다리까지 먹는 동안 한 10여회 분사를 한것 같습니다.
마지막 봉다리를 통에 준비하고는 한참 째려봤습니다.
이눔시키~~~
내가 너한테 질소냐~~~옹 ㅠㅠ
큰 마음 먹고 원샷을 했습니다. 한번 꺾어 먹으면 두번 식은땀이 나니까요.
그런데 아뿔싸~~
배가 울컥울컥하더니 제어할 틈도 없이 앞으로 쏟아져 나오네요. ㅠㅠ
결국 마지막 봉다리는 하나도 못 먹은 꼴이 되었습니다.
병원으로 떠나기 전까지 한 20여회 분사를 했습니다. 마지막 쯤에는 건데기없는 노란 국물을 확인했습니다. 이걸 확인해야 정상 검사가 된다는군요.
아무튼 이렇게 코리트산과의 처절한 혈투를 마치고 잠깐 쉬다가 목욕 재개를 하고는
두시 반에 병원으로 갔습니다. 검사는 세시부터였습니다.
접수를 하고 엑스레이와 심전도 검사를 먼저 하고 내시경실로 갔습니다.
전에 수면 위 내시경 검사를 두번 받아봐서 검사 과정은 뭐 그렇고 그랬습니다.
다만 대장 내시경을 같이 해야 했기에 바지와 팬티를 벋고 엉덩이가 뻥 뚫린 병원용 바지를 갈아 입은 것 빼고는요.
잠깐 누웠다 일어나니 한35분쯤 지났더군요.
정신을 차리고 선생님께 가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대장은 별 이상이 없는데, 위가 좀 거시기하다시네요.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뭐라 설명을 짧게 해 주시는데, 제가 의학 용어를 별도로 아는 것도 아니고 해서 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메모지에 뭔가를 써 주시면서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을 고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금주를 하라고 하십니다.
위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신경 쓰라고도 하시고요.
위암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는데, 모두 다 위암으로 가는 것은 아니니까 큰 걱정하진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조심하라 하십니다.
1년마다 위내시경 꼭 받아야 하고요.
집에 와서 인터넷에서 선생님이 메모해주신 '만성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을 검색해보니 제 병이 작은 병이 아닌 것 같아 마음이 참 무거워지네요.
위암 바로 앞단계더라구요.
지금 당장 암이 걸린 것도 아니고, 여러가지로 조심하고 예방하면 현단계 이하로 내려갈 수도 있는 것 같아서 생활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도록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갑자기 처자식 생각이 막 나면서 무척 우울합니다.
건강 생각하지 않고 몸을 함부로 팽개친 것 같아서 후회스럽기도 하고요.
아무튼 처자식을 생각해서라도 힘을 내서 이겨내야지요.
혹시 '만성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에 대해 잘 아시거나 경험하신 분이 계시면 조언을 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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