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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2-04-25 02:04:00
추천수 1
조회수   767

제목

제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글쓴이

장준영 [가입일자 : 2004-02-07]
내용
제가 중고딩 때 국어 성적은 정말 좋았습니다.

농담 아니고, 공부 정말 안 했는데도 100점 기준에 97점은 나왔으니까요.

대딩 시절에도 교수님들한테 글 잘 쓴다는 소리 꽤 들었구요.

어릴 적부터 언어 추리력, 논리력은 남보다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자랑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반면, 수학은 꽝이었습니다.

초딩 때 구구단 못 외워서 오후 늦게까지 남아서 외우고,

제가 왜 안 오나 싶어 엄마가 학교에 찾아오고 그랬습니다.

이후에도 수학은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100점 만점에 20점, 뭐, 그랬으니까, 수학 시간에 아예 다른 암기과목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제가 받은 수학 교육은 공식 암기시키고 문제 풀게 하고, 그런 거였거든요.

이해, 흥미 유발, 내재해 있는 논리에 대한 설명, 그딴 거 없었습니다.

그런데, 수학에 소질이 없었던 건 아닌 듯한 게,

초딩 3학년 때, 전교 산수경시대회에서 제가 3학년 전체 1등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영어도 제껴놓았더랬습니다.

수학과 마찬가지인 것이, 중학교 때, 영어 단어 못 외워서 남아서 외우고 그랬으니까요.

제가 당시에는 외우는 것 참 싫어했던 것 같아요. 게을렀습니다.

그런데, 영어 과목 역시, 문법 구조에 내재한 논리성, 한국어와 비교해서 이렇게 말이 만들어진다는 구조,

이딴 설명 없었습니다.



도덕, 국민윤리 과목은 그저 정권 차원의 교화, 세뇌를 위한 과목이었을 뿐이고,

제가 다닌 고등학교가 천주교 대구대교구 재단 학교라서, 가톨릭 입장에서 서술한 철학 과목을 학교 선택으로 주당 1시간 가르쳤는데,

이 역시, 그냥 윤리 과목과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철학자가 이런저런 말 했다,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국어 성적이 좋았던 데다가, 제 때만 해도(93학번임) 남자가 국어선생 자격증 따면 취직은 잘 되었던 터라, 국어국문학과에 갔습니다.

돌이켜 보면, 대학 시절부터 제 머리가 트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문학 이론, 비평, 언어학, 교양 과목들 중 철학, 역사 등,

(영남대학교였는데, 당시에 강사 분들 중에도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글을 구조적으로 읽고 정곡을 간파하고, 철학과 사상들의 사조, 유파 등을 배우면서,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표현하는 훈련을 하게 되었던 듯합니다.

또, 통합적, 통전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끔 눈을 뜨게 된 것이지요.

철학, 사회과학, 예술 등, 관심의 분야와 시야가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한 건 아닙니다. 맛배기만 조금씩 깔짝깔짝 본 것일 뿐)



국어국문학을 배우러 들어갔지만, 문학이라는 예술에는 별 관심이 없고, 논리적 사유, 인문적 교양 쪽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교직 이수를 해서 교사 자격증은 땄지만)

종교 쪽에 대한 관심과 결부되어 대학원에서는 신학을 전공하려고, 한신, 감신, 연세대 중에서 감신대를 갔지요.

감신대야 한신대와 더불어 한국 개신교의 진보 신학의 대표적인 학교이고,

자유주의 신학 학풍답게 토착화 신학, 종교와 과학과의 대화, 예술, 사회과학 등, 관심의 폭이 넓었습니다.

특히, 자연과학에 대한 적극적인 열린 자세 때문에, 제 시야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었습니다.

(진화론, 현대 천체물리학은 입학 전부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터였습니다만.

기독교 신앙과 진화론이 상충할 필요가 없지요. 성서의 문자 그대로를 철저히 고수하는 근본주의가 아닌 바에야)



지금은 두 전공과 다른 일을 합니다만, 그래도 책은 다방면으로 계속 보려 노력합니다.



이렇게 제 학창 시절을 돌이켜 생각했을 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왜 우리 교육은 사물, 현상, 텍스트에 내재한 논리성을 끄집어내어, 누구나 타고나는 논리력에 맞추어 이해시키려는 방법이 아닌,

암기만 시키냐,

제가 국어, 즉, 우리말 과목은 잘 한 걸 보면, 영어 또한 못할 리 없었을 겁니다.

단어숙어, 문법 암기만 시켰지, 영어에 내재한 보편 문법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제가 거쳐온 학교 교육에 전무했습니다.

물론 암기도 필요합니다. 암기하지 않은 제 게으름을 면피하려는 건 아닙니다.

허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그 구슬들을 꿸 수 있는, 영어라는 언어에 내재한 논리 구조라는 끈이 결여된 채,

무작정 암기만 시키면, 그 분절적, 파편적 지식이 제대로 외워지겠느냐,

머리 속에서 잠시 둥둥 떠다니다 곧 휘발해 버린다는 겁니다.



수학도 마찬가지지요.

신학 공부를 하다 보니, 철학이 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싶어 보다 보니,

철학이라는 게, 논리학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더라구요.

논리학이라는 건 수학입니다.

수리적으로 표현하는 논리가 수학이고,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논리가 논리학인데,

수학과 논리학은 결국 한 과목이더군요. 자연과학에도 관심의 지평을 넓히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왜 우리 윤리 교육은 철학 및 철학의 기초 되는 논리학을 안 가르칠까요?

사람 이름 외우기, 누가 뭔 말했나 외우기, 그런 공부를 시키고 있으니…



제가 바라기는, 우리 학교 교육에서, 국어(언어) 교육은, 국어학(문법), 문학(예술), 고전 가르치기 전에,

텍스트 읽는 방법, 표현하는 방법 가르치고,

도덕, 윤리 과목은 철학으로 바꾸고,

수학 과목까지, 이렇게 세 분과 공통으로 논리학을 근본으로 하는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과목, 학과가 나눠져 있고, 우리 교육 근간을 뜯어고쳐야 하니 사실상 불가능하겠지만)

합리적,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며, 핵심, 정곡을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이 최우선입니다.

이게 되면 지금까지의 교육 방법, 패러다임 아래에서 십년 걸릴 것 이삼년이면 그만한 성과가 나올 것이고,

아예 결과의 질, 차원이 달라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우리 사회가 의식에서부터 민주화되고 한 단계, 아니, 두세 단계 수준이 도약할 수 있는 첩경이리라 생각합니다.



지식 이전에 지혜인데, 우리 교육은 지혜를 말살하고 거세하는 교육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교육으로 누가 재미를 볼까요? 피해는 누가 당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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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2012-04-25 02:13:50
답글

재미 보는건 기득권과 정치권, 통제하기 쉬운 국민을 양산하니까요. <br />
획일화된 가치관을 주입시키는데다, 독자적인 사고를 못하게 해놓으니... <br />
나라 다스리기가 아주 편하겠죠. <br />
그래서 더 보수화 교육 시스템을 강화시킵니다. <br />
<br />
피해보는건 당연히 국민이고요. <br />
노예가 되는 것도 모르고, 그저 옆사람만 이기면 된다고 생각하고, <br />
남들보다 앞서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

고용일 2012-04-25 06:06:55
답글

제 고등학교때 성적을 생각해보면? <br />
<br />
국어를 잘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br />
국.영.수 3과목 보면 성적이 꽤 괜찮았습니다 <br />
<br />
영.수가 강했습니다 <br />
이거 역시도 절대적으로 잘한건 아니었고 <br />
다른거에 비해서^^ <br />
<br />
과외의 힘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br />
<br />
당시에는 다른과목은 막판에 하면 된다는 <br />
마.

진성기 2012-04-25 12:26:43
답글

끄덕끄덕 .. <br />
<br />
암기로 안다는 것 <br />
혹 직접 체험 해서 안다는 것도 <br />
안다는 것 자체로는 큰 쓸모가 없다고 생각합니다.<br />
<br />
많이 보고 많이 아는 것도 물론 종요하지만 <br />
그것은 하나의 정보일 뿐입니다.<br />
정말 중요한 것은 <br />
그 정보들을 조합하고 꿰맞추어 <br />
정보를 지식으로 <br />
그리고 그 지식을 이용하여 삶을 잘 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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