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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의 창조론 토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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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4 13:30: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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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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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의 창조론 토론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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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택 [가입일자 : 2000-08-12]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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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론 토론을 지켜보다가 답글을 달아봅니다.
제 소개를 하면, 아직도 생물학의 한 분과를 전공했습니다. 제 아내 역시 생물학의 한 분과를 전공했습니다 둘 다 아직 학문을 연구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저와 아내 모두 개신교인이고, 창조론을 '믿고' 있습니다. (창조론을 연구하지는 않습니다만..) 저와 아내 모두 생물학 내의 해당 분과에서의 연륜이 짧으므로, 학문적 위치는 확고하지 않습니다만, 나름 열심히 뛰고 있는 중입니다.
생물학 분야를 연구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진화론 vs. 창조론에 관심이 있으신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창조론 베이스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데에 전혀 불편함이 없고, 심지어, 잡지에 글을 낼 때 역시 거부감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눈 앞의 해결해야하는 문제의 분석과 해결, 결과를 과학적 방법으로 알아내는데 바쁘거든요. 저 역시도..
제 개인적인 견해는 굉장히 낮은 확률의 일을 우연과 시간이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는 것과 초월적 존재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차이가 진화론과 창조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눈먼 시계공'이라는 책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신존재를 증명하는 말 중에서, '길가에 시계가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시계를 만든 사람의 존재를 유추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가?' 라는 논리가 있었고, 여기에 대해서 '눈이 보이지 않는 시계공이라도 우연히 억겁의 시간동안 계속 만들다보면, 아주아주아주 가끔은 좋은 시계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이 현재의 모습이다.'라는 논리입니다. 이 분의 다른 책도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뿐입니다.
진화론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의 진화는 돌연변이에 의합니다. 그리고, 돌연변이는 드물지 않습니다. 다만, 종을 뛰어넘는 진화는 이 것과는 조금 문제가 다릅니다.
왜냐하면, 종 내의 진화는 coding되어 있는 gene의 변이가 주를 이루지만, 종의 변이는 chromosome 수준의 변이이고, 이 변화가 환경에 적응하기 유리한 가는 차치하더라도, 이것이 일어난 개체가 번식이 가능해야하거든요. 사람에게도 chromosome의 변이에 의한 질환이 존재하지만, 모두 생식 불능입니다. (아직 사람이라는 종이 나온 후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인지, 생식가능한 사람은 23쌍의 chromosome을 갖고 있습니다.) 종의 진화는 생식가능한 수준의 choromosome 수의 변화가, 그것도 자웅 한 쌍으로, 동일 지역에서 동일 시간대에 나타나서, 살아 남을 확률의 일이 일어나야하는 것이기에 돌연변이와 비교한다면, 매우매우매우 낮은 확률의 일입니다. 이 것을 설명하기 위해 진화론자는 '충분한 시간과 우연'을, 창조론자는 '보이지 않는 손'을 가능하게 하는 인자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다만, 창조론은 증명이 불가능합니다. 창조론을 증명하려면, '절대자의 손'이 개입하는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데, 그 순간을 포착하고, 그것이 '절대자의 손'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과학적인 신의 존재 증명 자체가 어려운데, 어떤 현상을 두고, 신의 개입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반대로, 진화론은 진화의 흔적을 찾아가면 되므로, 보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은 얼마나 확실한 것일까요? 과거 우리는 지놈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유전자를 밝혀내면, 질환을, 노화를, 분화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크릭의 유전자지도를 만들면서 그리 될 줄 알았습니다. 당시 전체 DNA 중 1/1000에 해당하는 gene만이 protein을 코딩하고 있기에, 999/1000에 해당하는 부분은 '진화의 산물'로 버려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데 많은 비용도, 시간도 들지 않게 된 지금, '진화의 산물'로 알려진, 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한 999/1000 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의 기능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DNA/RNA regulation이라는 부분은 학문적 관심을 받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명제로 알려진 central dogma에서 벗어난 DNA역시 기능이 있다는 점, RNA가 protein을 만들지 않아도 자체의 기능을 갖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항상 맞는 명제가 아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위 '잘나가는'연구자들 중 창조론자도 있고, 진화론자도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일하는 lab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PI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창조론자인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정작 PI는 창조론자가 아니니, 일부러 창조론자를 뽑지는 않았겠지요.) 제 생각에는 이 분야의 연구자 중 창조론자의 비율은 연구하시는 분이 아닌 분들 중의 창조론자의 비율보다 낮지는 않은 듯 보입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이 분야의 창조론자분들은 대부분 진지하게 창조론을 믿습니다.
멀리서 보는 학문과 가까이서 보는 학문은 조금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누군가가 해석한 결과를 읽는 것은 큰 틀을 제공하기도 하고, 보다 합리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하지만, 해석하는 사람의 시각이 들어갈 수 밖에 없지 싶습니다.
글을 쓴 이유는, 창조론을 믿는 사람들이 정말 생각이 없어서 그리 생각하는 가에 대한 반론을 적고 싶었습니다. 진화론이 치열한 고민의 결과이듯, 창조론 역시 고민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덧붙여..제 스스로 경계하는 것은 '맹신'입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 교련 선생님이 , 남자가 여자보다 갈비뼈가 하나 적다고 하더군요. 세어봐도 되고, 해부학 책만 들쳐봐도 되는 것을, 진실이 귀찮고, 두려워 확인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항상 이렇게 되지는 않나 경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항상 도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덧붙여.. 유전적 다양함은 생명체가 갖는 가장 큰 힘 중 하나입니다. 테이삭 병, 탈라세미아, 시클셀 빈혈 등... 질환이지만, haploid일 경우 환경에 저항하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다양함은 돌연변이에 의해 일어납니다. 이 부분은 창조론자들 역시 인정하는 부분일 겁니다. 다만, 이 돌연변이가 종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서로 부딪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위에서 든 종의 변이에 대한 생각은 학문적 사실이 아니라 단순한 제 '생각'입니다. 진화론을 붙잡고 토론할 시간도, 공부할 시간도 생각도 없습니다. 변증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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