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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에 신의 개입 있었나[대주교와 도킨스의 토론]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2-04-20 13:46:30
추천수 2
조회수   1,244

제목

‘최초의 인간’에 신의 개입 있었나[대주교와 도킨스의 토론]

글쓴이

박원호 [가입일자 : 2004-04-21]
내용
Related Link: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
지난 2월 23일 영국 옥스퍼드대학 셀도니언 극장에서 진화론 대 창조론 토론회가 열렸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진화론을 주제로 1860년에 처음으로 열렸던 두 진영 간 토론 이후 다시 열린 리턴매치였다.
이번 토론에서 진화론을 대표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신론자로 불리는 리처드 도킨스(71) 옥스퍼드대학 교수가 나섰다.
저서 ‘만들어진 신’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그는,
가장 겁 없이 종교를 공격하는 과학자로 거론되기도 한다.
창조론을 대표해서는 영국 교계를 대표하는 캔터베리 대주교인 로완 윌리엄스(62) 박사가 나섰다.


   
   두 사람은 이날 우주, 생명, 인간이라는 근원적 문제를 두고 1시간20분 동안 토론을 벌였다.
사회자는 성공회 사제였으나 환속한 앤서니 케니 경이었다.
그는 토론에 앞서 자신은 ‘무지’를 대표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주요 토론 내용을 소개한다.
   
   
   우주의 기원
   우주가 수십억 년 됐다는 게 맞다면 성경은 어떻게 인간이 시작됐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대주교 성경을 썼던 사람은 21세기의 물리학을 공부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신이 원한 걸 그들은 전달하고자 했다. 성경의 우주는 신과 신의 자유에 따라 만들어졌다. 인간들은 정해진 역할이 있었고 그 역할을 수행해 온 것이다. 그게 바로 성경의 시작이다. 성경을 쓴 사람들이 잘못 썼다고 하는 건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도킨스 나는 당신이 왜 자꾸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기원’에 대해 썼다고 해서, 그들이 기원에 대한 특정한 지혜나 지식을 가졌다고 전제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왜 굳이 창세기가 21세기에 의미가 통하도록 재해석되어야 하는가? 시대에 맞게 과학에 충실해지는 게 낫지 않을까.
   
   대주교 내가 21세기 과학에 관련된 질문에 답해야 한다면 21세기 과학에 충실할 것이다. 하지만 우주 속에서 내가 갖는 정신적 지위에 대해 알고 싶다면 기원(성경의 창세기적 설명)으로 돌아가야 한다.
   
   도킨스 그렇다면 당신이 말하고 싶은 대로 그냥 당신의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말하면 되지 않는가. 누군가가 쓴 성경을 참고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대주교 ‘신은 단순하다’는 철학적 전통은 ‘신은 어떤 과정에 의한 결과가 아니다’라는 말과 같다고 본다. 절대적으로 현존하는 것, 신은 그런 존재다. 따라서 신의 우주 속에서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 이것이 신학자들이 찾아내려고 했던 단순성의 개념이다. ‘우주의 질서는 단순하다. 어떤 과정에 의한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복잡성을 가지고 있는 그것 그 자체이다. 합쳐지거나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런 의미다.
   
   도킨스 우리에겐 이미 세계, 우주, 생명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훌륭한 (과학적) 개념이 있다. 왜 당신들은 그런 훌륭한 매력을 보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물리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세계와 우주, 그리고 생명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의 설명은 무(無)에서 시작한다. 아주 명쾌하고 매력적인 설명 아닌가. 왜 신이라는 혼란스러운 존재로 이 명쾌함을 어지럽히려고 하는가.
   
   대주교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나는 신을 번외(extra)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의 말처럼 과학적 설명이 명쾌하고 매력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생명의 기원
   ‘생명체의 기원’에 대해서 말해보자. 생명체는 지구에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나. 이것은 단순히 진화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게 확실해 보인다.
   
   도킨스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기원이란 개념 없이는 시작할 수조차 없다. 물론 일단 현상이 시작된 상태에서 본다면 무수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말이다. 자연선택설이 성립하기 위해선 생명이 있기 전에 원(原)유전자(protogene)라는 존재가 필요하다. 즉 최초에 자기증식 분자가 있어야 한다.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과정은 분자들이 돌아다니며 자기증식을 했던 바닷속을 상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진화 과정에서 수십억 번의 반복을 거쳐 일어나는 현상들과 달리 자기증식은 딱 한 번만 일어나면 되는 현상이다. 생명의 기원이 아주 유일무이하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이한 현상 그 이상은 아니다. 진화 과정이 한번 시작되고 나면 아무도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른다.
   
   이와 관련해 여러 학설이 있는데 가장 유력한 게 RNA 학설이다. RNA 학설은 최초의 유전 분자가 DNA가 아니라 RNA나 그것과 비슷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DNA는 복제력이 좋지만 전달 능력이 형편없고 단백질은 전달력은 좋지만 복제력이 떨어진다. RNA는 복제에도 뛰어난 능력을 가짐과 동시에 전달자와 효소로서 뛰어난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RNA에서 생명이 시작된 후에 전달과 복제라는 두 가지 기능이 나뉘었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이게 최근 가장 유행하는 이론이다. 나는 이 이론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말하려고 한다. RNA 학설에 따라 진화하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어쩌면 운보다 더 큰 운명이 작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어쨌든 꽤 흥미로운 학설이란 점은 분명하다.
   
   난 (최초의 유전자를 설명하기 위해) ‘인류 원리’란 개념을 말한다. (역자 주: 인류 원리란 인류가 현재 존재하므로 자연법칙이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허용해야 한다는 원리이다.) 우주에 있는 단 하나의 행성, 그것도 이 행성에만 인류가 있어야 한다는 건 가능성이 매우 매우 낮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에 있기 때문에 그걸 인류 원리로 설명한다.
   
   대주교 원유전자에 관해서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건 우리가 유전자 계획을 가지고 있기 이전부터 전달 가능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는 말인가. 당신이 설명한 인간의 기원에 따르자면 아예 정보가 없었다고 할 수 있는 보편적 설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해야 하는가.
   
   도킨스 바로 그 부분이 ‘무엇인가(최초의 진화) 일어났던 그 갑작스러운 순간’이라고 당신이 말하려 했던 순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정보란 자기복제적 존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런 존재는 한 종류 이상 있었다. 그러니까 자기복제적 존재가 스스로 복사본을 여러 개 만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쟁이나 변이가 생기는 것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DNA 같은 것이, 아마 DNA처럼 복잡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와 비슷한 것이 있었음이 틀림없다. DNA에서는 정보가 있다는 것이 그 정보의 존재 유형 자체에 이질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DNA에 담긴 수수께끼 같은 코드가 어떻게 발생하는가 하는 것은 꽤 어려운 문제이다. DNA 코드를 두고 ‘얼어붙은 사건과 같은 것’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일단 수수께끼 코드가 발생하면 변화가 생길 수 없다.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긴다면 바로, 전적으로 처참한 결과가 생길 것이니 말이다. 수수께끼 코드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것은 앞으로 풀려야 할 신비가 아닐까.
   
   대주교 그걸 보편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우주란 필연적으로 정보 생성적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도킨스 우주가 정보-생성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자연선택이 정보를 생성시킨다고 말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다.
   
   
   인간의 기원
   대주교께서는 ‘인간이 아닌 조상’으로부터 ‘최초의 인간’이 진화해 나오는 시점에서 그 어떤 신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는가.
   
   대주교 이 이야기에는 내가 편의상 ‘신으로부터의 부름’, 혹은 ‘신과의 대화’라고 부르는 것과 원인(原人·protohuman)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신이 인간 세상을 굽어살펴 어떤 장치로 이 떠돌이 인간들에 개입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인들이 신성(神聖)에 대한 의식에는 종지부를 찍고 다른 방식으로 의식적이 될 수 있기 시작했던 과정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신의 모습에 비쳐진 인간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도킨스 ‘최초의 인간’이라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 그게 언제였든 최초의 인간이 있었다면 그건 인간의 유아라는 모습을 띠고 있었을 것이다. 진화는 점진적 변화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호모에렉투스(직립인간)인 부모가 호모사피엔스(현생인류)인 자신의 아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런 순간을 상상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
   
   대주교 맞다. 최초의 인간이라는 말에는 물론 어폐가 있다. 호모에렉투스가 호모사피엔스로 전환하는 시기에 그들의 마음속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우린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부분은 그들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점이다. 바로 자기인식과 신적존재에 대한 인식(god-awareness)이 등장하는 시점이 될 것이다.
   
   도킨스 자기인식은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어느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를 증명하는 실험도 있었는데 대주교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과학자들이 ‘자기인식 실험’이라고 부르는데 이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침팬지에게 립스틱을 발라준다. 화장을 한 침팬지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이게 내 모습이구나’ 하는 자각하는 과정이 드러난다.
   
   나는 자기인식이란 것은 우리가 ‘인간’이라고 부르기 이전에 형성되는 것이라고 본다. 자기인식 여부에 따라 새로운 종이 등장하는 시점을 구분할 순 없다. 종이 출현하기 위해선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며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또 식물계엔 어느날 갑자기 새로운 종이 나타나는 것이 가능하나, 동물은 다르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종의 출현은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본다.
   
   (청중 질문)“우리의 잠재력 중에 그렇게 많은 부분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간은 엄청나게 불완전하다. 그것은 진화의 실패인가. 아니면 디자인의 실패인가.”
   
   대주교 세상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상황들 속에서 세계는 신이 디자인했다는 유신론적 설명과 인간의 진화, 이 두 개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이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거대 이론을 나는 갖고 있지 않다. 변화와 매력, 그 통제할 수 없는 비극적 사건이 생기는 세계에서 나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 같은 것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바로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도킨스 물론 그런 어려움은 항상 일어난다. 진화가 문제를 해결해주기는커녕, 불행한 일들이 생긴다는 점이야말로 자연선택의 본질이다. 죽음, 생산 이전에 일어나는 비무작위적 죽음이야말로 자연선택의 전모라고 할 수 있다. 비극적인 일이다. 세상을 한번 둘러보고 동물왕국에서나 인간 세계에서나 마찬가지로 엄청난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알면 ‘자연이 행동하는 맹목적 힘이라는 게 바로 이것이구나’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제일 중요한 하나의 목적이란 없다’는 것이 우리가 얻게 되는 가장 강력한 깨달음 중 하나인 셈이다. 사실 과학적 사고로 봐서는 ‘세계가 끔찍하지 않느냐. 진화가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낯선 일이다. 진화가 현재의 세계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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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호 2012-04-20 13:48:50
답글

간만에 창조론 진화론 논란이 뜨겁네요.<br />
두 분야에서 나름 유명하신 분들의 토론이라 참고하시라 옮겨 봅니다.<br />
출처는 주간동서라 들어가 보실 필요는 없구요. ^^;

왕희성 2012-04-20 14:03:32
답글

진화를 인정하든안하든 종교가 피곤하군요<br />
종교가 어떻게 진화할지 흥미롭네요<br />

moondrop@empal.com 2012-04-20 14:08:22
답글

나서지 않아도 될 곳에 왜 종교가 나서는지가<br />
세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보다 더 의문스럽네요. ㅠㅠ

varuna21kr@yahoo.co.kr 2012-04-20 14:17:25
답글

신만을 위한 종교라는 것은 노예문서라고 봅니다.<br />
적어도 현재의 종교 지도자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종교라는 것을 자신의 이득을 위한 착취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한다고 느낍니다

왕희성 2012-04-20 14:21:47
답글

진화는 생존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br />
재밌는것이 불변의 진리라 떠벌리는 종교가 <br />
살아남으려는 변화를 계속시도하는거죠<br />
정통 이단 구교 신교 예외가 없더군요

newplus@yahoo.co.kr 2012-04-20 14:48:21
답글

'시대정신'에서 보면 카톨릭(개신교도 물론 카톨릭에서 분파된 것이니 포함)의 탄생 비화가 초반에 소개되는데, 그 것이 사실이라면, 카톨릭에서 창조론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이죠. <br />
그 종교의 모든게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창작작품인데요.

김경환 2012-04-20 15:07:22
답글

왜 게시판에 뜬금없이 창조론이야기가 많은지 검색을 해봤습니다. 떡밥을 던진 양반과 논쟁의 시작점을 보니 그냥 스킵하는 것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br />
<br />
20년전 PC통신시절 그 게시판이 열려있다면 아직도 댓글들이 주렁주렁 달릴 꺼리이고, 그 당시에도 자칭 쇼비니스트 궤변론자들이 논리적 수세에 몰리면, 이 떡밥을 날리면서 얼추 탄력을 받고 했었죠.<br />
<br />
천년이 지나도 마르지 않는 무한 떡밥이죠.

김철진 2012-04-20 15:21:46
답글

왜 다른곳에서 다른종교가 생기는걸 막지 못하는가??<br />
왜 일부특정국가의 종교가 널리퍼졌다 해서 그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종교는 사이비인가??<br />
왜 최근에는 (예전 기록은 그야말로 전설에 가까우나 기록이 남아있으므로..) 신이 나타나서<br />
자기를 믿지않는 사람에게 뽄때를 보이지 않는가??<br />
왜 같은종교끼리 종파가 틀리다고 해서 서로 죽이고 헐뜯는가??<br />
등등 이해못할 내용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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