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에 4년 살았고, 종로구로 이사오기 전에도 인사동은 직업 때문에, 예지동 귀금속 상가는 시계 취미 때문에 오랫동안 드나들었습니다.
종로구를 정치 1번지라 하고, 때문에 정치 거물들은 종로구를 한 번쯤 거쳐가는 예가 많습니다.
때문에 종로구 선거는 중앙 정치적인 공방, 거시 담론들이 오가곤 했는데,
이번의 정세균 당선자는 3년 전에 손학규 전 대표에게 종로 지역구를 물려받고 나서,
종로구 각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상당히 연구했다고 합니다.
(지역구 현안은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할 일이지 요즘 세상에 국회의원이 왜 지역구에 신경써야 하느냐는 분도 계신데,
중앙 정치 무대에서 지역구의 대표가 지역구를 위해 할 역할도 있는 겁니다. 지역 자치단체 차원에서 자급자족할 수는 없잖습니까?)
정세균이라면 장관하고 당 대표하고 중앙에서만 놀던 신선미 떨어지는 꼰대(사실 연세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제 61세)라고들 인식하는데,
이번 선거를 보면서, 정세균 당선자가 중앙 정치 얘기는 거의 하지 않고(정권 심판이라는 표어는 걸었으되 그다지 강조는 않더군요.
처음에 잠깐 걸었다가 이내 거두고 각 지역별 공약 현수막으로 교체했습니다),
종로 각 지역의 당면 과제 해결, 개선, 대안 제시에 주력했습니다.
새누리당에서 대항마로 긴급 투입한 사람이 홍사덕인데, 이라크 가겠다는 약속을 어겨서 그렇지, 인지도와 이미지는 정세균 이상이랄 수도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도 41,732(정) : 36,641(홍) - 이라는 적지 않은 표 차이로 패했습니다.
홍사덕도 중앙 정치 얘기보다는 각 지역 현안에 역점을 두는 선거 운동을 하긴 했는데,
급조되어 긴급 투입된 후보가 3년 연구한 후보를 도저히 이길 수는 없더군요.
막판에는 정세균 후보 공약집에 실렸고 자기 공약집에는 없는 공약도 자기 현수막에 써서 걸고,
(숭인동에 중학교 신설하겠다는 공약. 표절이라고 저는 보는데 말이죠)
정치 성향을 떠나서 정 당선자가 이길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에서만 노는 꼰대로 알았던 정 당선자가 이렇게 지역구를 잘 연구해 왔다니, 놀라웠고,
야당 특유의 정권 심판 구호를 배제하고 유권자들의 실생활에 파고드는 선거 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감탄했습니다.
정권 심판해야 되고, 존재할 당위성이 없는 새누리당 박멸해야 됩니다. 맞습니다.
허나, 그런 식으로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것, 정치와 시사에 무관심하고 역사의식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거부감 일으키기 딱 좋습니다.
한국 대중들에게는 박정희가 나라를 일으켜 세운 훌륭한 대통령이며 그 당은 집권당인 것이 자연스럽다는 의식이 밑바닥에 강고히 자리잡고 있기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때문에, 정권 심판보다 지역 생활 현안에 밀착하고 집중한 정세균 당선자는 지혜로왔고, 그게 여유있는 표차로 강적 홍사덕을 꺾을 수 있었던 전략이었다고 보는 겁니다.
지역구에서 열심히 하는 정치인, 국회의원을 두고, 저 사람은 차기 총선 당선에만 관심이 있는 자라고 욕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에 관심 갖고 지역구 일 열심히 하는 것, 당연하고, 최우선의 책무 중 하나인 것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 친한 선배 되시며 민주당 정책 입안, 전략 수립에도 깊이 관여하시는 ㄷ대 행정학과 김 교수님께서는,
정권 심판 소리만 하는 민주당 등 야권의 안일한 자세는 운동권 근성의 잔재라고 꼬집으시는데, 저도 동감입니다.
투쟁하되, 그건 내면화하고, 뭇 대중들에게는 살가운 자세로 다가가야 되지 않겠나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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