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에 투표를 마치고 오후엔 아내와 함께 남동생 집에 갔습니다.
집사람이 사놓은 조카 돌 한복을 주기 위해서였죠.
둘이서 지하철을 타고 갔습니다.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문득 아내의 머리에 흰 기운이 보입니다.
"어머, 이이가 왜 이래?"
이러며 손사래를 치는데도
제가 몇 개만 뽑아줄게라며 손질(?)을 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고생시켜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지하철에 앉아서도 더 다듬었습니다.
흰 머리카락은 가지고 있던 쇼핑백에 하나씩 넣었습니다.
아마 주변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거나 비웃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쌍의 바퀴벌레냐고요...
원숭이 커플이냐고요...
개의치 않았습니다.
저녁이 되니 집사람이 개표 방송에 온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늦은 시간이 되자 분해하며 더는 못 보겠다며 먼저 잠이 들더군요.
문득 책과 신문 읽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아내가
오래전 스스로 조선일보를 끊은 날이 생각나더군요.
집사람이 문화, 예술면 때문에 보던 신문이었는데
제가 차마 뭐라 할 수 없었거든요.
잠이 든 아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으로 사는 그녀가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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