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어국문학과 신학을 전공했기에, 국어선생님이 되거나 사제가 될 생각을 품었더랬습니다.
그러나, 제 동기는 다른 사람들과는 약간 달랐습니다.
사람의 의식을 깨우고 자기 자신 및 고정관념이라는 안일함에 함몰되어 있는 상태를 밝혀,
문리를 깨치고 지혜를 터득하는 첩경은 언어 교육에 달려 있다고 봤고,
종교 또한 그와 비슷해서, 자신과 환경(세계)이 과연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으로 대할 수 있을만큼 당연한 것인가,
과연 그러한가, 아닐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는,
고정관념이라는 우상, 허상을 타파함으로써 뭇 사람을 깨우기에 가장 좋은 일이
바로 종교 지도자, 언어(국어) 교육을 맡은 선생이라 본 것입니다.
제가 게을러서 그걸 포기하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합니다만,
이같은 제 관점은 지금도 변함 없습니다.
어려운 지식에서부터가 아니라, 쉬운 상식 수준에서 출발하되,
살짝만 돌려, 이럴 수도, 이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비판적 사유를 할 수 있게 하는 선생 노릇,
이게 이 세상에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라고 보는 것이지요.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교육도, 종교도,
비판적이고 개방적이며 정곡을 찌르는 지혜의 사유, 논리와 상식적 이성, 가슴을 갖고 생각할 줄 아는 삶,
이런 걸 가르치면, 저 선생님은, 저 신부님, 목사님은 좀 이상하다, 어렵다, 심지어 불온하다는 말까지 듣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지향하는 그런 교사, 성직자보다,
반대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강화하는, 늘 해오던 진부한 얘기 또 해대는 그런 유형이
한국 사회에서는 더 환영받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지식 이전에 지혜인데…
6월항쟁 이후 전두환 정권이 물러나고, 통제되었던 언론들이 해금되면서 CBS 기독교방송도 뉴스 보도를 다시 시작했는데,
당시 방송 프로그램 중간의 멘트가,
"기독교적 양심으로 대중 속에 지성을 심는 CBS 기독교방송입니다"
- 였는데, 어렸을 때 듣던 이 멘트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대중 속에 지성을 심는 것, 이게 우리 사회의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도대체 우리 사회와 대중 의식은 군부독재 시절보다 과연 진보한 것인지 참 회의감이 듭니다.
무명(無明)을 밝히는 것, 어려운 지식이 아니라 쉬운 상식에서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만,
또한 그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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