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새머리당의 승리, 진보 진영의 패배로 보입니다.
제가 술을 잘 못 마시는데, 거의 6개월 정도 마시는 양을 오늘 다 마셨습니다.
선거 방송 보면서 드는 몇 가지 생각입니다.
1. 박근혜, 인정해야 합니다. 자꾸 수첩공주라고 비하하면 안됩니다.
정치적 판단 능력이 탁월합니다. 그렇기에 비대위 만들고 당 이름 바꾸고 해낸 것입니다. 사실 당 이름 바꾸는 것은 김대중이나 김영삼도 잘 했습니다. 개인의 판단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보이네요.
그리고 박정희라는 유산, 역시 크네요.
2. 언론의 힘, 역시 큽니다. 선거 결과가 이렇게 된 데에는 mbc, kbs, sbs라는 공중파 방송을 장악하고 있는 힘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김형태가 되는 것과 김용민이 안 되는 것을 보면 이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과 sns, 이것은 일부 깨인 사람과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크지만, 역시 대중적 소통수단으로는 공중파 방송과 조중동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또한 그런 측면에서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 그리고 한겨레와 경향이 소중한 언론입니다. 어떤 하나의 사안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신문 끊거나 그러지 마세요. 특정 사안에 대해서 생각이 조금 달라도 큰 틀에서 우리 편이면 똘레랑스를 가져야 합니다. 이만한 결과도 그러한 언론의 힘이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진보 진영, 도덕성 역시 중요합니다. 김용민의 그 당시 진실이 어땠다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자들이 도덕적으로 흠이 있을 때, 결국 그 놈이 그 놈 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김용민이 사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후보가 확정되기 전이었다면 다르게 판단했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 선례가 됐습니다. 선거에서 대중들에게는 그러한 것들이 잘 먹힙니다. 이정희가 만약 사퇴안하고 버텼다면, 정말 더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을 것입니다.
4. 민주당 너무 욕하지 마세요. 이번 선거 결과를 봐도 정통 야당이라고 할만합니다. 민주당의 부족한 부분이 꼭 당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국민의 의식 수준, 선거의 결과가 그러한 당의 스텐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도 그 당의 득표 능력 인정해 줘야 하고, 수권 능력은 현재로 봐서도, 앞으로 미래의 상당한 기간 동안에도 대안은 민주당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이나 박원순의 선택은 괜찮은 선택이었습니다. 안철수도 그러한 점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5. 다음 대선 쉽지 않겠습니다. 정말 철저히 준비해야겠어요. 먼저 박근혜를 인정하고 전략을 준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꾸 수첩공주라고 비하하면 대응이 안이해 지니까요. 또한 박근혜가 가지고 있는 자산 사실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다음 대선에 문재인이 될 거라고 바라봤습니다. 제 정치적 판단능력은 그랬습니다. 개인적 자랑을 한가지 하자면, 고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출마선언도 하기 1년 전에 저는 그 당시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노무현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만 된다면 당선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주변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많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문재인도 여러 정치 공학상 가능성이 높다고 봤는데, 갑자기 제 판단에 많은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일단 지금이 당시 노무현이 처해 있던 상황에 비해 너무 많이 불리합니다. 특히나 언론 상황이 그렇습니다. 또한 문재인이 많은 지지를 받지만 노무현처럼 열광적인 팬클럽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와싸다에 계신 많은 분들, 특히나 저를 포함해 야권 성향을 가진 분들, 조금 더 냉정해 져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뭐라뭐라 해도 열받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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