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택시를 탔는데
핵 안보회의 관련으로 강남 쪽 교통 통제가 심해서 짜증이 좀 났다는 제 말에
연세 드신 택시 기사아저씨께서 발끈(?)하시더군요.
세계 20개국 정상이 한국에 모인 대단히 영광스러운 자리라
그런 불편이 있어도 감수하는 것이 맞는답니다.
흥미로워서 말씀을 조용히 들었습니다.
4대강 얼마나 훌륭히 잘했느냐십니다.
작년 남쪽 지방에 그렇게 잦던 수해 피해 한 건이 없었답니다.
신문에서 다 보셨답니다.
충분히 예상했지만 말씀을 잠깐 끊었습니다.
"혹시 어떤 신문 보세요?"
"조선일보 봐요. 왜요?"
계속 말씀을 이어가시더군요.
아직은 복지 주장할 때가 아니랍니다.
스웨덴,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여러 국가가 복지 논리를 펴다가
나라가 망해가고 있답니다.
무상교육, 무상급식으로 우리나라가 망한답니다.
지금은 급한 일이 아니니 차츰 해나갈 일이지
급진적으로 지금 밀고 나갈 일이 아니랍니다.
지금은 밥 못 먹는 아이는 없답니다.
그러면서 밥 못 먹고 빌빌거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훌륭한 지도자 만나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 냈고
경부고속도로도 심한 반대를 물리치고 건설하여
눈부신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닦았답니다.
이렇게 아저씨 세대에서 고생하고 힘들게 이룬 일을
젊은 세대가 부정하고 과격하고 급진적으로 행동하고 말한답니다.
이런 말씀하시는 동안 반박하거나 뭐라 하지 않고 조용히 경청했습니다.
내릴 때가 되어 아저씨가 한 말씀만 드렸습니다.
"아저씨 말씀 충분히 이해하고 의견 존중합니다.
그런데 저와 많이 다른 점이 있네요.
아저씨는 아저씨 세대에 이루고 해내신 일들이 자랑스럽고
긍지가 넘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 아들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이 세상이
미안하고 부끄럽고 죄스럽기까지 합니다. 때론 눈물 날 정도로요.
그 점이 저와 매우 많이 다르시네요.
아저씨 말씀 잘 들었습니다. 운전 조심하세요."
아저씨께서 약간 흠칫하는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차에서 내리니 찬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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