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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리뷰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2-04-04 20:58:33
추천수 10
조회수   1,439

제목

건축학개론 리뷰

글쓴이

용정훈 [가입일자 : 2002-04-27]
내용
Related Link: http://blog.naver.com/rockid74

기억을 고정시키는 장소에 관한 이야기, 그래서 기억의 습작







건축 이야기를 가장한 연애담인줄 알았더니, 연애 이야기의 외피를 쓴 건축 이야기였다. 아니, 건축이라기 보다는 삶과, 그삶을 붙들어 매어 기억에 고정시키는 장소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영화의 주제는, 삶의 모습과 그 삶의 모습을 품어줄 장소의 문제를 고민한 건축가, 정기용에 관한 다큐영화인 <<말하는 건축가>>와 매우 닮았다.







결혼을 앞두고 분주한 건축사무소의 건축가에게 잊고 지냈던 첫사랑이 찾아온다. 집을 지어달라고. 남자는 그녀를 잊었는지 잊은 척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옛 감정이 쉽사리 떠오르지는 않는다. 어쨌든 집을 지어주기로 한다. 예전에 지어주기로 약속했던 집을.







그는 집을 지어주기로 하면서 건축용어로 말하면 설계를 "날려준다" 뭔가 이색적이고 눈에 띄게, 건축주의 관심을 잡아 끄는 그런 설계를 계속해서 옛 연인에게 재시한다. 여자는 그런 설계를 계속해서 거부하고, 결국 옛집을 증축해서 최대한 모습을 보존하면서 옛 꿈을 얹은 증축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옛 추억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들의 현재와 과거는 흡사, 우리 현대 생활사의 축소판이다. 제주에서 상경해 정릉에 머물렀다가 강남의 지하 원룸으로 들어가는 서연의 모습은 보통 평균한국인들이 꿈꾸는 서울입성기의 상상과 현실이 중첩되어있다. 그들의 꿈이 구현된 존재인 "강남선배"의 여유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서연과 승민은 부러워하거나 동경한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서도, 그 둘은 건축학 개론을 들으며 장소를 만나고, 그 장소에 자신들의 기억을 쌓으면서 특별한 곳으로 만들어간다. 서연의 관심이 강남선배에서 승연에게로 옮겨가는 것은 아마도 허황한 꿈이 특별한 장소들에 관한 경험을 통해 현실에 뿌리박은 아름다움으로 거듭나게 했던, 건축학개론 수업의 의미있는 수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이런 궤적에 위기가 닥친다.







이후의 서연의 삶의 궤적도 마찬가지이다. 서연은 의사와 결혼했다가 이혼을 하고 거액의 위자료를 받았다. 외면적으로는 경제적으로 무척 부유하다. 그다지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그 댓가로 자신의 인생, 즉 장소와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강남선배"의 사랑법과 비슷하다. 강남선배는 여자를 "후릴"줄 안다. 그의 목표는 오로지 여자와의 하룻밤이며, 그 하룻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철저한 계산에 의해 계획되어지는 것이다. 그의 관계에 사랑은 없다.







승연은 설계를 맡은 건축물들을 "날리"면서 비슷하게 살아간다. 그에게도 건축은 삶에 대한 애정을 품은 공간이 아니라, 건축주의 환심을 사서 경제적인 이득을 안겨주는 도구일 뿐이다. 그는 자신이 밤을 세워 설계한 도면과 모형을 완성하고도 건축주의 얼굴조차 보기를 거부한다. 어떤사람이 그 집에 들어가 살지, 어떤사람이 그 건축물에서 일을 하게될지, 그것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아마도 승연이 원래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사랑에 실패했던 이유는 자신의 진심과 수연의 진심을 믿기보다는 주위의 조언에 휘둘렸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살면서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걸었으리라. 이 모습도, 소중한 것들의 가치와 진실을 믿지 못하고,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에 흔들리는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 그들이 함께, 장소와 함께, 추억을 만들었던 건축학개론 수업을 그들은 잊고 살았던 것이다.







이런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영화적 장치들은 매우 튼튼하게 구축되었다. 현실에서 집이 모양새를 갖추어갈 수록 천천히 변하는 서연의 의상이라든지, 아니면 건축가로서의 승민의 열정이 되살아나는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된다. 승민의 어머니가 입은 낡은 게스 짝퉁 티셔츠나 온갖 잡동사니들로 가득한 냉장고는, 우리가 과거를 어떻게 갈무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한 방법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강남선배와 납뜩이로 분한 유연석과 조정석의 연기는 정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연애코치를 하면서 송강호의 연기를 패러디 한 장면은 패러디 코미디 연기의 빛나는 한 장면으로 남지 않을까?







영화의 결말이 한 여자와 남자의 첫사랑 실패담인지, 혹은 완성담인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실패든 성공이든 그런 삶의 모습들을 기억에 고정시킬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것, 현실에서건 마음 속에서건. 그래서 아마도 그들은 기억의 습작을 들었을 것이다. 실패로 끝난 습작을 통해서, 또는 그 실패를 삭제하지 않고 반추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앞으로의 삶들을 추억할 장소를, 현실과 기억에 마련할 방법을 알아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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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책들에 대한 메모를 위해 블로그를 열었는데, 거의 영화감상만 올리게 되네요.



좀 불쾌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름 대면 알만한 유명 영화잡지 컬럼니스트가 제 글을 거의 베껴서 자신의 컬럼으로 올린 심증이 있습니다. 조금 바꾸긴 했지만 단어의 선택이나 문장은 그대로 가져다 썼더군요. 그래서 베껴질 가능성이 있는 영화감상문은 앞으로 큰 커뮤니티에 가끔 올리기로 했습니다. 혹시 관심있으신 분들은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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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백 2012-04-04 23:06:38
답글

잘읽었습니다.^^ 원래 애정영화쪽을 별로라 생각해서 안보고 있었는데 님의 글을 읽으니 급관심이 가네요..ㅎ<br />
<br />
블로그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br />

박태희 2012-04-04 23:16:25
답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입니다.

용정훈 2012-04-04 23:33:11
답글

종백님, 태희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성욱 2012-04-04 23:55:50
답글

글을 참 잘 쓰시네요 블로거가서 더 읽어보니<br />
글로 대성하실 분 같아요 ㅎ

용정훈 2012-04-05 00:03:12
답글

아이고 성욱님 과찬이세요.;;

이태봉 2012-04-05 01:31:10
답글

양심불량 컬럼니스트가 몰래 베낄만도 하군요.<br />

안승환 2012-04-05 10:16:26
답글

양심불량 컬럼니스트가 몰래 베낄만도 하군요. 2<br />

용정훈 2012-04-05 12:51:36
답글

태봉님, 승환님,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상현 2012-04-05 13:44:17
답글

잘 읽었습니다. ^^

송준영 2012-04-08 08:47:44
답글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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