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ted Link: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6146.html

MB정부 전방위 불법사찰 핵폭풍

문건 양식까지 지정해 ‘MB에 보고’ 염두 정황

‘4대강 기사’ 정보제공자 색출 건에도 ‘하명’ 기록



“본인이 대통령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기술하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이 사찰 문건을 작성할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 곧바로 보고될 것을 염두에 둔 정황이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한겨레>가 30일 경찰 출신으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이던 김기현 경정의 유에스비(USB)에 저장됐던 사찰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사찰 문서 중 ‘복무동향 점검 보고 양식’에는 보고서를 쓸 때 ‘단순히 발생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해당 상황에 대한 평가와 대상자의 역할에 대해 기술. 본인이 대통령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기술’하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는 이영호 전 비서관이 지원관실의 보고서가 올라오면 민정수석실 보고용과 직보용으로 나눠, 직보용은 직접 위로 보고했다는 <한겨레> 보도(<한겨레> 28일치 1면) 내용과도 일치한다.



또 사찰 보고서에는 2009년 “청와대가 강호순 사건을 활용해 용산참사에 대한 여론 반전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김유정 민주통합당 의원에 대한 내사가 진행됐으며, 민간인인 김옥영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김진호 당시 한나라당 중앙지도위원의 비위 내용에 대한 사찰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내용의 기사가 게재된 뒤에는 ‘정보 유출자’를 잡는 데 혈안이 되기도 했다. 지원관실은 2009년 4월 <조선일보>에 ‘댐을 세우면 수질 되레 악화’라는 기사가 실리자, 점검1팀 조사관 전원을 동원해 환경부 안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려 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비에이치(BH) 하명 사건’이라고 기록돼 있었다. 또 <중앙일보>가 구독료를 현행 1만4000원에서 7000원으로 인하한다는 계획을 입수한 뒤, 각 언론사의 동향 보고까지 지원관실이 처리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2011년 ‘함바 비리 사건’으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강희락 경찰청장과 관련한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 가운데 한 문건에는 강 청장이 2009년 3월5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측근들에게 “정치권에 줄을 대어 승진 청탁하는 행위는 조직을 망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한 데 대해 “향후 청와대(BH)나 정치권 등과의 마찰도 배제할 수 없음”이라고 보고했다. 승진 청탁을 하지 말라는 강 청장의 발언이 청와대와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자료 수집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겨레>가 29일 공개한 공직자 불륜 사실에 대한 보고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보고서는 주변인의 평가와 후문 등을 마구잡이로 취합하고 있었다. 특히 안병만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장차관들에 대한 사찰 기록을 보면 다수의 주요 일간지 기자와 면담해 정보를 수집했다는 내용도 나왔다. 기자들과 한 대화까지도 사찰 정보로 활용한 것이다. 자료에는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기자 3명의 녹취록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