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에서 프로축구 입장 할인권을 가져왔습니다.
아이는 무료입장, 성인 2명은 예매 시 할인이 가능합니다.
예매... 저는 예매를 아내에게 일임했습니다. 이유는 웬지 헐크가 될 것 같아서...
저는 제 PC에서 뭔 작업을 하고, 아내는 옆의 PC에서 예매를 시작합니다.
로그인을 합니다. 가입을 해야하는군요.
아내 숨소리가 이상해집니다.
할인권 예매를 누르니 '3/25(일) 경기이므로 착오없으시기 바랍니다' 라는
안내창이 뜨고, 확인을 누르면 본래의 화면으로 돌아옵니다. ^^;
어떻게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습니다. 할인권에는 경기 시작 4시간 이전에
예매를 해야 한다는데, 홈페이지에서는 경시 시작 3시간 이전에만
예매 가능하다고 나옵니다. 아내의 머리에서 연기가 나는 것이 보입니다.
제가 그냥 전화를 넘겨줬습니다. 직접 통화하라고...
이번에도 어떻게 다음으로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좌석 선택이 되지 않습니다.
일반석과 응원석 버튼이 있으나 클릭이 안됩니다. ^^;
짜증의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합니다.
또 힘들게 다음 단계...
개인정보 사용 동의... 뭔 예매를 하는데 이런 걸 물어보는지? 어쨌거나.
이제는 마우스로 책상을 치며 소리칩니다.
'눌리지도 않는 버튼은 왜 만들어 놔? !!!'
[아니오] 버튼이 있으나 안눌립니다. [예] 이외에는 선택을 할 수 없군요.
고혈압이 있는데 걱정이네요.
'자기네들도 이걸 써보긴 할 것 아니야! 그럼 뭐가 잘못되었는지 못 느끼나?'
그러다 아내가 쓰러집니다. 화면을 보니 인터넷익스플로러가 오류를 일으켜
열려있던 창이 싹 사라졌습니다...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 다시 시작합니다.
'왜 나에게 이걸 하라고 시켰는지 알 것 같아...'
로그인을 하는 것인지, 뭔지 휴대폰 인증단계를 거칩니다.
그런데 인증코드를 입력하는 창에 입력이 안됩니다.
'입력이 안되는데 어떻게 하라고!!!!!!!!!!!'
제가 한번 해보니 정말 입력이 안되네요. 입력창 닫고 다시 시작.
기적적으로 결제 단계까지 갔습니다.
아내가 모니터에 대고 소리 칩니다.
'안심 클릭, 너 안되면 죽을 줄 알아!'
아니, 어떻게 저런 표현을...?
그런데 갑자기 쓰러집니다. 화면을 보니,
'본 페이지는 만료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아내가 울먹이며 이야기합니다.
'자기가 시간 다 까먹어놓고 이게 뭐야...'
결국 결제까지 끝내긴 했는데, 아내의 얼굴을 보니
약 한달 이상 늙은 것 같고, 스트레스 비용으로는 50 만원 이상 소요된 것 같습니다.
가끔 이렇게 인터페이스가 불편한 사이트를 보다 보면,
정말 이런 것 만드시는 분들의 감각이 걱정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PM이 누구셨는지도...
이렇게 만든 것을 누가 사용하는지, 그 사용자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처음 접하는 사람도 직관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불편함은 없는지 등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인데, 일정에 시달려 기능 구현에만 촛점을 맞췄다는
생각이... 설계 과정/리뷰 등에서 걸르지 못했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물론, 한번만 고통스럽게 진행하고나면 그 다음에는 불편 못 느끼겠지만요...
PS.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전에 아내가 인터넷 뱅킹 신청 후 잘 안되어
담당자와 전화하다가 또 뚜껑이 열릴 것 같은 낌새를 채고,
스트레스 받느니 그냥 다녀오겠다며 노트북을 들고 갔습니다.
은행 담당자앞에 노트북 놓고, '직접 해보세요'
은행 담당자가 해보더니 '죄송합니다' 했다는...
계속 전화로 해결하려 했으면 은행 담당자는 '대책없는 컴맹 만났네' 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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