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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한 시민 파괴하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가해자일 때나 가능”
김종익씨의 법률대리인 최강욱 변호사 인터뷰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45)는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의 법률 대리인이다. 지난 3월14일 서울 서초구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민간인 사찰 문제가 재점화되었다.
일단 올 것이 왔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양심의 가책을 받고 고민하는 사람이 장진수 전 주무관 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관련된) 다른 사람도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진실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만 입막음을 통해서 불법을 보존하던 사람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나 나라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루빨리 숨겨졌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기를 바란다.
이 사건의 실체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헌정 질서를 완벽하게 파괴한 국가 범죄이다. 국민이 국가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바람을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국민이 공직자에게 보냈던 기대와 믿음도 철저하게 짓밟았다. 이 사건의 진행 과정을 보면 속이 타들어간다. (민간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가 ‘내가 이 나라의 국민이 맞는 것이냐’라고 물을 때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국가가 국가의 이름으로 한 사람에게 이렇게 잔인하게 해도 되는 것인지 슬프기만 하다.
청와대와 검찰이 어디까지 개입했다고 보는가?
장진수 전 주무관의 증언을 통해서 나온 추정이 거의 맞다고 생각한다. 청와대와 검찰이 합작해서 은폐한 것이 아닌 한 이렇게 될 수가 없다. 그런 정황이 너무 많이 드러났다. 이 사건이 처음 발생한 것이 2008년 여름이었다. 2012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의문투성이이다. 검찰이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것에 원인이 있다. 검찰 수사가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덮으려는 수사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런 배후에는 검찰 권력을 능가하는 막강한 권력이 있을 것이다. 그 권력은 청와대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청와대가 관련되고 도모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나왔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 중에서 여론의 주목을 덜 받거나, 수사 선상에서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고 보는가?
최초에는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이른바 ‘영포 라인’의 윗선들이 배후로 지목되었다. 그분들도 있지만 최종석 행정관, 진경락 과장 등과 같이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분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증거 인멸과 사후 대책에 대해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는 비서관들이나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최종석 행정관과 장진수 주무관의 통화 내용을 보면 민정수석실이나 검찰 수뇌부도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검찰의 재수사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상식으로 돌아가서 판단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지금의 재수사 요구는 밝혀져야 할 의문이 많기 때문이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의혹이 있는 것은 명확하게 풀어야 한다. 그런데 재수사를 놓고 청와대 반응을 보면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미심쩍은 부분을 보면 자기들이 만든 것이어서 그렇다. 청와대나 검찰의 존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 시민의 삶이 완전하게 파괴되었는데, 국가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가해자일 때나 가능하다.
지난번 검찰 수사에서 미흡했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왜 김종익씨가 사찰 대상이 되었고, 청와대와 검찰, 집권 여당까지 총동원되어 그토록 집요하게 괴롭혔느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 사건을 감추고 덮고 은폐하려고 했던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이영호 비서관은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고, 최종석 행정관도 호텔로 가서 방문 조사를 했다. 장진수 주무관은 대포폰에 대해 자세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통화 기록까지 확보했는데, 그런 자료들이 단 하나도 수사 기록에 들어 있지 않다. 거대한 진실을 밝히기에 두려웠거나 밝히려고 하지 않은 것 같다.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의 사건을 변호하면서 느낀 것은?
김씨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 본인도 그 부분을 가장 힘들어했다. 누구도 자기 말을 안 듣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합의한 상식이 무너졌다. 설마 대한민국이 그랬을까. 대한민국의 총리실이 그랬을까 했다. 그런데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기보다는 피해자를 다시 한번 괴롭혀서 파괴하는 일이 많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반성하고 진솔하게 사과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모습을 두고두고 못 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