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회사가 생산하는 기기 중에는 내비게이션처럼 고객에게 다양한 상황을 설명하는 기기가 있습니다. 파일로 저장된 내용을 음성으로 출력하는 것도 있으나 상당 부분은 프로그램에서 문구를 만들어 출력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이번에 신규 기기를 개발하면서 음성 출력 내용을 소스 안에 100% 넣는 것으로 추진을 하였는데, 난감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기본 테스트가 완료된 상태의 기기를 만지다보니 음성이 이렇게 나옵니다.
'입력하신 번호는 존재하지 않읍니다. 번호을 확인 후 다시 입력하여 주십시오'
뭐가 잘못 되었는지 보이시는지요?
'않습니다'를 '않읍니다' 로, 번호'를' 을 번호'을' 로 해놓았네요.
그런데 이게 그 친구에게는 이상하게 들리지 않나 봅니다.
혹시나 하여 소스를 보니... 이 친구는 '를' 이라는 것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군요.
무조건 '을' 만 사용합니다. 분명 말할때는 '를'을 사용하면서.
이에 대해 수정을 하라고 하니 대답을 잘 안하다 한다는 이야기가,
요즘 그런 것 사람들이 신경 안쓴다며 다른 할 일도 많다고 하는군요...
(중략, 부들부들)
혹시나 하여 다른 것도 있나 싶어 보았더니 음성 출력되는 것은 아니나,
화면 출력할 DATA 에 '없슴', '있슴' 도 있고, 띄어 쓰기는 그냥 자기 맘대로,
오탈자도 오 마이 가뜨...
여태까지 틀리게 쓰며 살아온 이 친구에게 이제 와서 맞춤법을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보다 고객에게 출력되는 문구와 음성에 대해 크게 신경 안쓰는
그 마인드도 어떻게 고쳐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고...
메일이나 보고서가 틀리는 것은 이해하나, 고객 상대 기기에다가 이런 짓을...
일단 그 윗 넘에게 싹 정리하라고 했는데, 아, 아직도 그 넘과의 대화를
생각하면 일이 손에 안잡히네요. 일은 빠르게 잘하는데 이것 참...
그넘은 뒤에서 엄청 저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겠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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