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오디오애호가와 함께 저의 집 델타2를 함께 들었습니다. 소니 롤린스, 벤 웹스터 등 테너맨의 1950년대 레코딩 몇 개를 들려들었더니 정말이지 깜짝 놀라더라구요. 그 멍한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상식이지만 델타2는 목관 금관악기 사운드 재생에 아주 제격입니다. 섹소폰, 트롬본, 트럼펫, 클라리넷, 호른 등의 소리를 극도로 투명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끌어냅니다.
제가 델타2를 10년 넘게 끌어안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그래서 최소한 저의 귀에는 델타2는 천하제일의 스피커인데, 실제로 못하는 게 없습니다. 본래 메탈돔의 특성 상 피아노 음 재생에 탁월하다는 건 아미 잘 알려졌습죠. 햄머가 강철 현을 때리고 부르르 울리는 이미지까지 바로 연상될 정도입니다.(이건 알파가 더 묵직하고 강렬했나요? ㅋㅋㅋ) 우퍼의 호방한 성격에 트위터의 깔끔한 마무리, 더 이상 없습니다.
실은 델타2는 보컬 재생에도 강합니다. 프랑스의 알파 레이블에서 나온 르네상스, 바로크 시절 음악을 들으면 가히 죽음입니다. 사람 목소리만큼 매력적인 게 없다는 걸 재확인시켜주는데, 역시 중음이 견고하기 때문일 겁니다. 참고로 알파는 최고급의 사운드와 희귀 레파토리를 자랑하는 유럽 최고의 클래식 음악 전문 레이블이죠. 목관-금관과 피아노 그리고 보컬... 이쯤되면 "델타2, 네가 못하는 게 대체 뭐냐?"하고 물어야 합니다.
제가 본래 음반 부자입니다. 지금까지 사들인 음반이 2만 장 내외? 이른바 만장클럽에 두 번 들어갈 정도의 분량인데, 최근 또 다른 보컬 나윤선에 푹 빠졌습니다. 그녀의 음반 거의 전체를 사들였습니다. 이 여성 앞으로 더 클 겁니다. 자신합니다. 1950년대의 빅3인 엘라 핏제랄드, 빌리 할러데이, 사라 본 등이 크게 부럽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던한 분위기에 유럽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스타일이죠. 최근 나온 음반인 '세임 걸'과 '렌토'가 역시 좋습니다. 이 여성이 최근 2~3년 들어서 확 터졌다는 증거로 저는 압니다. 매우 지적입니다. 절제된 스타일인데, 간혹 마녀 본능도 보여줍니다.
이 맛을 제대로 연출해낸 스피커도 저의 사랑스러운 물건 델타2입니다. 왜 이 스피커가 명기인지, 다른 스피커와 또 다른 감동을 주는지 거듭 놀랍습니다. 오디오파일, 그거 양면성이 있습니다. 기계의 소리에 취하면 음악이 안 들립니다. 그래서 뮤직러버가 최고입니다. 델타2쯤에서 하드웨어는 멈춰도 좋고, 뮤직러버로 즐기기에 딱 좋습니다. 물론 주변기기는 최고 수준으로 해주고, 남은 건 음악을 즐기는 겁니다. 델타2 때문에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오래 갈 듯합니다.
*사족 = 그런데 델타2에 잘 안 어울리는 악기가 하나 있긴 있습니다. 그건 나중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