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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총선결과 따라 해군기지 추진 어려워질까 우려
정부가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저항을 무릅쓰고 공사를 강행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구럼비 해안 발파는, 제주도지사와 도의회 의장, 여야의 도당위원장까지 한목소리를 낸 '공사 일시보류' 요청을 정부가 공개적으로 묵살한 뒤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정부가 이처럼 '무리수'는 둔 이유는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될 경우 해군기지 추진이 영영 어려워질 수 있다는 조바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통합당은 해군기지 공사 중단 및 원점 재검토를, 통합진보당은 해군기지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놨다.
제주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총선 뒤에는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구럼비 바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해 공사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발파 강행이라는 정부의 강수에 제주도 또한 강수로 맞서고 있다. 제주도는 발파가 시작된 뒤인 7일 낮 우근민 지사 명의로 해군참모총장에게 공유수면 매립 공사 정지를 위한 사전예고 및 공사정지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제주도는 공문에서 "지난 2009년 4월 체결한 해군기지 건설 기본협약서의 목적인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이 접안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나올 때까지 공사 정지 명령을 검토하고자 한다"며 오는 16일까지 청문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제주도는 총리실 주관 크루즈선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의 검토 결과 15만t 크루즈선의 입·출항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뮬레이션을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정부는 국방부(해군)가 기술검증위원회 구성 이전인 지난해 12월12일부터 지난달까지 실시한 자체 시뮬레이션에서 입·출항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재검증 요구를 거부해왔다.
제주도의 의도대로 공유수면 매립 공사가 정지되면 해상공사가 불가능해 전체 일정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도가 정지명령을 내리더라도 공사 계속에는 문제가 없다는 강경한 태도여서 실제로 공사가 중단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도지사가 공사 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정지 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국토해양부 장관이 그 명령을 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 제주도가 다시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이순혁 기자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