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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님들에게는 그런 노래들이 있는지요?
제게는 뇌리에 박혀서 죽는 순간에까지도 떠오를 것 같은 노래들이 몇 곡 있습니다.
그 첫번째는 목포의 눈물인데, 아버지가 술에 취해 돌아오면 부르곤 했던 노래여서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부터도 귀에 익었었고,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여름날 밤 아버지가 툇마루에 누워 그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네 살 아래 동생이 아버지 배탈 나지 말라고 아버지 배 위에 올라앉아 있던 모습도 떠오르고요. 제 동생은 개인주의적 성향(씩이나?^^)이 강했던 저와는 달리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가 소풍길 끝내고 돌아가는 순간까지 보기 드문 효자였지요. 그래서 장례식 때 저는 불효한 것이 후회스러워 엄청 울었지만 동생은 후회스러운 게 없어서인지 별로 울지 않더군요.
두 번째 노래는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인데, 국민학교 5학년 겨울방학 때 그 노래가 연속극 주제가로 나왔고 그래서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집에서 500여미터 떨어져 있던 개울(지금은 복개되어 흔적도 없는)에서 썰매 타던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개울가 미류나무에 매달아놓은 확성기에서 시도 때도 없이 그 노래가 흘러나오곤 했었거든요.
세 번째는 클리프 리처드의 The Young Ones인데 이 노래는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부산 큰외삼촌 댁으로 놀러 갔다가 당시 고대 경영학과에 다니고 있던 외사촌형이 듣고 있던 노래가 하도 근사하게 들려서 가르쳐 달라고 졸라 배운 뒤 방학 끝나자마자 그 놈의 못말리는 잘난척 탓에 학교에서 불러제끼고 다른 애들에게 가르쳐주고 하다가 오늘날 요 모냥 요 꼴로 살면서 신세 조지게 된 발단이 된 곡이기도 하지요. 당시 청주 빡촌 구석에서는 중 1짜리가 팝송을 부른다는 건 센세이셔널하기까지 한 사건이었는데, 그 뒤로도 계속 잘난척을 떨 셈으로 열심히 공부해야 할 시간에 다른 팝송들을 배워 익히고 노래 부르는 김에 기타도 뚱땅거리고 하면서 잘난척 떠느라 성적이 떨어져서 좋은 과 못가고 오날날 이렇게 번역쟁이로 신세 쪼그러들었습니다요, 꺼~이~~ 꺼~어~이~~~
네번째는 남진의 가슴 아프게와 최희준의 이별의 플래트홈인데 그 노래들이 특히 뇌리에 박힌 이유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네 학년 위인 누나와 첫사랑을 하면서 밤에 몰래 빠져나와 손잡고 걸으며 자주 부르곤 했던 노래들이기 때문이지요. 지금도 그 노래들 들으면 그 누나의 모습이며 같이 손잡고 걷던 길이며 논둑길 따라 걸을 때 날아다니던 반딧불이들이 눈앞에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그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으로 끝나기는 했어도 제게는 무덤 속으로까지 가져갈 소중한 추억이지요. 그 누나와의 첫사랑 이야기는 전에도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읽지 못한 분들이 계실 것이므로 읽어보시기 편하게 링크 걸어 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