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다시 새봄이 왔습니다.
아버님이 손수건으로 이름표를 달아주시고
손잡고 논길따라 국민학교 입학식 갔던 기억납니다.
도시 상급학교에 입학 했다고 쌀 팔아 오리엔트 시계를
사 주셨던 아버님 사랑 생각납니다.
거의 한 철 농사일 하시고, 비로소 좀 쉬실 겨울철 농한기가 되어서는
도시로 막노동일하고 몇 달만에 돌아오셨던 아버님 생각납니다.
폭탄이, 총알이 비오듯 퍼부었다는 월남 전장터 백마부대로..
일평생 고생과 고생으로 걱정에 걱정으로 점철되어 사신 아버님이십니다.
그 보람도 없이 못나게만 산 저, 큰 아들 너무도 한없이 죄송하고 부끄럽고
이제 우리와의 인연을 멀리하고 이 세상 떠나신 아버님에게
그립다는 말만하고 있습니다.
휠체어에 몸 싣고 이 곳 저 곳 둘러 보시면서
'만장같다 만장같이 넓다' 하시고 창가에 앉아 쉬시면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고통스러워하셨던 아버님 모습.
병상에서 아픈 몸 못 이기시고 뒤척이시다
핏자국 선연하게 눈물 보이셨던 아버님 얼굴.
전자 혈압계 90 70 60 30 off될 때까지 말 그대로 단말마 호흡에
어떻게 불과 몇시간 전 만해도 힘차게 손짓을 하셨던 분이 저럴까? 했습니다.
임종을 보고 계셨던 우리 어머님. 또..
그 때의 장면들이 정말 실제 현실에서 겪기나 한 일인가 하고 떠오릅니다.
임실 호국원에 안장되신 아버님!
거기 산야도 봄기운이 올 3월입니다.
곧 묘비명이 단장된다고 합니다.
그 묘비명에는 이 생, 당신이 인연주신 우리 가족들 이름도 기록될 것입니다.
아버님! 저는 아버님과의 인연을 너무도 소중히 받들고 존경합니다.
아버님! 부디 영생복락을 기원드립니다.
아버님 못사신 삶 대신하여 빛되어 소금되어
대의명분으로 이 세상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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