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학번. 대학시절 농동아리활동을 했었지요. 노통의 무슨팔이라고 불렸던 이**도 일면식도 없긴 하지만 우리동아리 출신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한총련 주류를 따르는 입장이었는 데, 96년 뭔가 잘못되어 간다고 다소 느끼기 시작했었고, 연대사태가 발생했지요.그해의 추운 봄날에 한 후배가 거리에서 죽어갔고, 많은 이들이 슬퍼하고 과격해지고 그랬습니다.
한여름 건물 옥상에서 머리처박고, 두드려 맞고, '니네 운동권 여자 애들은 유방이 고부타이어 처럼 탱탱하더라'하는 백골들의 성희롱을 인지하면서 가장 억울했던 것은 물리적인 폭력을 당하고, 정권에 당한 것이 아니라, 뭔가 잘못된다고 느껴갈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지 못한 내 자신의 비루함이었습니다.
연대사태에 대해 어거지 침탈이라는 것도 당연했지만, 주관적인 정세 판단이 아니냐는 의견을 선배들이나 동기, 후배들에게 많이 피력을 했었고, 사실 그 대오라고 표현되는 속에서 왕따 비슷한 것을 당했던 것 같습니다. 승리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는 말에 이제 한총련 깃발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확실한 배신자였지요 ㅎㅎㅎ
당시 항상 동아리는 물리적인 싸움의 선두에 있었고, 분위기 자체도 말보다는 실천력?이 중요하다는 식의 것이었지요. 여러가지 의문점들이나 좌파들의 문제제기는 최근의 입진보라는 식의 비웃음으로 대응했던 것 같습니다. 총여학생회나 성정치를 이야기하면 정말 중요한 문제가 뭔지 모르는 철없는 여자애들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지금의 모습이 제가 경험했던 개인적 체험에서 조금도 더 나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 나빠진 것같기도 하고. 당시 소수의 찬성해주는 선후배들은 있었고, 적어도 인격적 모독을 하진 않았으니깐요....
니꼼수 주관적인 정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80년대의 향수를 불러내는.... 나꼼수를 옹호하는 모습과 논리도 과거 주류 운동권의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고요.
이런 비루한 개인적 체험을 공개적인 곳에서 끄적거리는 것은 적어도 인격 모독은 받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지금의 정치적 상황에서도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고, 공론화하지 못하고, 영웅을 모시는 데 익숙하게 되면, 그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자체가 큰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그 결과조차도 개혁된 세상도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떡밥이고, 입진보류, 진중권류, 놀아주라고 떼쓰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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