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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비키니 논란과 관련하여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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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7 16:0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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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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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비키니 논란과 관련하여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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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철 [가입일자 : 2001-04-26]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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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淫蕩)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하여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 파병(派兵)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悠久)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 수용소의 제십사(第十四) 야전 병원(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 소리를 듣고 그 비명(悲鳴)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뭇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장이에게
땅 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장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洞會)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난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 끝 -
"정말 진정, 도대체 얼마큼 작으냐!!!"
주제 : 억압적 정치 권력에 맞서 싸우지 못하며, 사소한 주변의 만만한 상대에만 큰 소리치는 지식인의 무능과 허위 의식을 폭로하고 고발함
출전 : <거대한 뿌리>(1974)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작가가 1965년 11월 어느 날 고궁 나들이를 다녀오고 나서 쓴 작품이다. 역사의 불합리와 부조리에 대해서는 저항하거나 비판하지 못하고 일상(日常)의 사소한 일에만 화를 내는 자신의 소시민적 태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4․19 혁명으로 한층 부풀었던 자유와 사랑과 양심에의 희망이 5․16 군사 쿠데타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상황에서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가능한 자신의 처지를 조롱함으로써 한때 소리 높여 외쳤던 자유, 사랑, 혁명이 좌절된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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