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어떤 회원님이 민주통합당 공심위 구성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쓰신 글과 그 덧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정권교체와 개혁을 위한 열망의 산물인 줄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조금은 여유있게 보실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민주통합당 당원도 아니고 앞으로도 특정당에 목을 매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만 정권교체가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수권당이라 생각되는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며, 민주통합당의 지지기반이 약화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박근혜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심위 구성을 보면 위원장인 강철규 교수는 경실련 대표를 지낸 진보성향의 교수로 재벌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가진 분이고, 김호기 교수는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출신이고, 도종환 시인은 전교조 해직교사로 진보 성향의 한국작가회의(예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이고, 이남주 교수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 교수입니다. 역시 참여연대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조선희씨는 한겨례신문 기자 출신이고 조은교수와 최영애씨, 문미란 변호사도도 시민단체와 밀접한 분들이죠.
예전 같으면 제1야당에서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인선입니다.
외부 위원 7명 대다수 진보 시민사회 출신
이 정도면 구 민주당쪽에서 반발이 나와야 정상이고 실제로 반발을 하고 있습니다. 문성근씨의 반발은 구 민주당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거고요. 한 대표가 시민사회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건 겉모습만 보는 겁니다. 실제로는 민주당쪽 인사도 구 민주당쪽보다는 시민통합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 포진돼 있습니다. 백원우 의원도 친노 직계로 문재인 변호사쪽 사람이고요 .
따라서 구 민주계에서 오히려 문재인 변호사쪽 사람들이 독식한다는 불만이 터져야 정상입니다. 형식은 민주당 중심이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시민통합쪽이 지도부를 비롯해 공심위에서도 중심을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이게 정치죠). 이 정도의 타협도 하지 않고 싹쓰리하려면 애초에 통합을 하지 말았어야 하고 대선에서 이길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통합이란 게 서로 다른 세력들 사이에서의 타협을 통해 그들을 지지하는 각계 각층의 유권자들을 한데 규합하려는 거 아닙니까?
예전 열린우리당이 구 민주당 세력을 완전히 배제하려다 일을 그르친 경험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명숙 대표부터가 사적으로는 문재인 변호사의 지지자입니다(물론 당대표니 직접적으로 문변호사 편을 들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러니 오히려 운신하기가 더 어려울 겁니다. 대표가 특정계파만을 대변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런게 정치력 아닐까요?
"도로민주당"이란 건 수구세력이 민주통합당을 흠집내 비호남권에서의 세확장을 막기 위해 퍼뜨리는 프레임입니다. 지금 민주당은 과거의 민주당과 당내 세력판도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한편으로는 호남을 버렸다고 쓰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당 짝퉁이라고 비난하며 호남과 비호남 지지층의 분열을 꾀하던 열린우리당 시절 조중동의 꼼수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변호사를 제외한 타계파 인시들로는 박지원계 1명, 정세균계 2명, 손학규게 1명 정도네요. 그 사람들을 이 정도 배려하지 않고 배제하면 당이 제대로 운영되기 힘들고 선거 국면에서 심각한 균열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에서는 100% 독식을 목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주도권을 목적으로 삼아야 되고, 주도권을 잡는 데는 유능한 정치인들은 단지 과반수의 지분만 있으면 됩니다. 100% 독식을 목적으로 삼으면 과거의 민노당처럼 깨지게 됩니다.
박근혜가 MB정권 밑에서 와신상담하며 4년의 세월을 기다린 과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야당이 박근혜 만큼의 참을성과 박근혜 만큼의 판단력과 박근혜 만큼의 정치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집권을 포기해야 합니다. 선거에서 이기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정운영 능력도 없다고 봐야 하니까요.
예전 국민의 정부 시절 김대중 대통령이 JP와 손잡은 걸 비난하는 친구한테 했던 말이 기억나네요. "김 대통령이 JP와 손을 잡지 않고, 이회창이 집권했으면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더 좋아졌겠냐? JP와 손을 잡은 건 김대통령의 개혁의지가 약함을 말해 주는 게 아니라 정치적 능력을 보여주는 거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저도 사실 97년 대선 때는 바로 이 문제 때문에 김대통령을 비난했었습니다.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은 건 몇년의 세월이 지난 뒤였습니다....
저는 노대통령 시절 우리 국민이 저질렀던 실수가 다시 반복될까 걱정됩니다. 황금알을 빨리 낳지 못한다고 거위배를 가르는 일 말이죠.